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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스베르그 형사 시리즈만 읽다가 일반인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상당히 고전했다. 몸 상태도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앞부분이 상당히 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괴상함은 바로 세 명의 역사학자 때문이다. 중세 역사학자 마르크, 선사시대 역사학자 마티아스, 1차대전 역사학자 뤼시앵 등이 바로 그들이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이들의 개성을 강하게 표현하면서 나중에 펼쳐질 이야기의 배경을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마르크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부분과 겹치면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 개성 강한 세 명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해진 것도 사실이다.

 

은퇴한 소프라노 소피아는 집 정원에 너도밤나무 한 그루가 갑자기 심어진 것을 보고 불안을 느낀다. 남편에게 말하지만 시큰둥하다. 이 나무 밑에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낡은 옆집에 이사온 세 명의 역사학자에게 거금을 주고 파달라고 요청한다. 서로 왕래가 없던 이웃이 처음 인사하는 순간이다. 다행히 나무 밑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이 요청을 수낙하는데는 마르크의 외삼촌이자 전직 형사였던 방두슬레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여기에 다른 옆집의 쥘리에트가 등장한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그녀는 마티아스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좋은 이웃이자 친구가 된다.

 

추리소설보다 조금 괴팍한 인물들의 좌충우돌 이야기 같았는데 쥘리에트가 소피아의 실종을 말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뀐다. 매주 목요일이면 늘 나타나던 그녀가 사라진 것이다. 남편의 반응은 곧 돌아올 것이라며 담담하다. 옛 연인이 보낸 것 같은 편지를 받고 떠났다는 말을 남편이 전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방두슬레가 사건의 냄새를 맡고 이것을 신고하라고 말한다. 의심스러운 곳은 역시 정원의 나무 아래다. 다시 파헤친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때 소피아의 조카 알렉상드라가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다. 이모를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말하면서. 그리고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에는 소피아가 늘 가지고 다니던 돌이 있었다. 실종이 살인사건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소피아로 추정되는 시체가 나왔지만 다른 단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긴장감이 조금씩 높아지고 추리소설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이 개성 강한 네 명의 남자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행동들은 변함없다. 아니 익숙해지면서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사가 진행되고, 단서가 모인다. 그런데 수사를 더 할수록 방향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 알렉상드라의 수상한 늦은 밤 드라이버가 의심을 산다. 보통의 살인사건에서 살인자는 이익을 보는 사람들 중에서 항상 나타나기 때문이다. 혼란은 점점 가중되고 나의 머리도 빠르게 돌아간다. 뭐 그렇다고 추리가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몰입도가 높아진 것이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 후 살해되면서 새로운 단서가 나온다. 이 작품의 재미난 점 중 하나는 이런 식으로 인물과 증거의 등장하는 것이다. 이 등장은 방두슬레에게 옮겨지고, 형사에게도 전달되지만 한 번 걸러진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잘 짠 구성과 함께 개성 강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추리다. 중요한 인물들을 역사학자로 설정한 것은 하나의 자료를 발견하는데 최적화된 인물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작가의 이력도 무시할 수 없다. 소피아의 아버지 집을 찾아가 스크랩된 자료를 뒤지는 모습이나 작은 단서를 가지고 계속 파헤치는 끈기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이들은 과거 속으로 들어가 단서를 찾는다. 아직 제대로 조립되지 않은 조각들이지만.

 

이 작품을 말하면서 세 명의 역사학자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습관과 전공에 대한 열정은 세밀한 장면을 풍성하게 만들고, 긴박한 순간에도 웃게 만든다. 잘 만든 한 편의 희극을 보는 듯한 장면도 곳곳에 나온다. 그리고 세 명의 이름을 복음서 저자와 연결해서 말장난 친 것도 재밌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한 집에 살면서 만들어내는 조화와 지성의 힘은 느린 듯한 전개에 재미라는 가속도를 더한다.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에서는 나의 예상이 맞았지만 범인에 대한 추리는 실패했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구성이고, 잠시나마 숨을 돌리고 추리를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더 이 작가를 알게 되어 즐거웠고, 더 많은 소설들이 번역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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