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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17.04.26 15:11

데프 보이스 - 마루야마 마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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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놓고 보면 이 소설이 의미하는 바를 전혀 알 수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미스터리라는 것을 알 수 없다. 데프와 보이스를 연결한 것만 놓고 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소리라면 다르겠지만. 하지만 이 소설은 농아인을 전면에 내세운 미스터리물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농아인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제목은 중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농아인의 목소리와 수화로 말이다. 실제로 이 소설을 끌고 나가는 주인공 아라이 나오토는 코다이다.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로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건청인을 말한다.

 

아라이는 현재 단기 알바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의 이전 직장은 처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경찰서 사무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선 경찰이 아니라 회계, 총무 등을 담당한다. 철밥통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야간 경비를 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중반 이후에 나오는데 한국 공무원의 나쁜 습관과 몇 번이나 겹쳐보였다. 중년이 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많지 않다. 그러다 수화 통역사 자격증이 있으면 더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시험을 친다. 소설의 시작은 이때부터다.

 

아라이의 일상과 연인이 나온다. 그의 뛰어난 수화 실력은 자격증을 따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당연하다. 청각장애를 안고 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랐으니 수화가 능숙한 것은 당연하다. 앞에서 말한 코다인데 그가 자랄 때는 이런 용어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당연히 자신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게 되는 당연함이 또 한 번 무너지는 순간이 생긴다. 다른 집을 뒤지다 잡힌 농인 스가와라를 통역하면서다. 그는 표준적인 수화를 전혀 몰랐다. 자신의 가족들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세상과는 단절된 상태다. 이것을 보면서 수화가 또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스가와라의 변론을 통역하는 장면을 유심하게 보는 여자가 있다. 펠로십이란 비영리단체의 대표인 루미다. 그녀의 요청으로 그는 펠로십의 전속 수화 통역사가 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스가와라가 장애인 등록을 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전 직장 근처 공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에게 17년 전 살인사건의 용의자 행방을 묻는 형사의 전화가 온다. 형사의 방문을 통해 17년 전 기억의 문이 열린다. 농아시설 원장의 살인자를 수화 통역하는 일이었다. 살인자는 자신의 죄를 자백했는데 아라이가 보기에는 이상하다. 그리고 그는 범인의 요청 한 가지를 들어준다. 바로 가족 면회다. 아내와 두 딸이 찾아와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 떠날 때 작은 딸이 묻는다.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고.

 

이번에 생긴 살인사건의 피해자도 역시 그 농아시설의 원장이다. 그때 원장의 아들이다. 형사가 17년 전 사건의 범인을 강력한 용의자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라이가 그의 행방을 알 수는 없다. 그런데 펠로십이 운영하는 건물에서 그 용의자를 본다. 단순히 비영리단체의 도움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17년 전 작은 딸의 물음은 그를 사로잡는다. 이번 살인사건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이 폭발한다. 이 때문에 연인 미유키와의 관계도 틀어진다. 미유키의 전남편에게서 정보를 얻다가 사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생긴 기회도 다른 의혹을 풀기 위해 날려버린다. 이렇게 이 소설의 한 축을 강하게 흘러간다.

 

실제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 부분은 굉장히 약하다. 읽다 보면 범인이 누군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작가가 단서를 충분히 많이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놀라운 반전이 없다. 하지만 코다인 아라이가 농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를 말할 때 우리의 단순화된 인식에 틈이 생긴다. 청각장애인이란 단어를 농아인들이 싫어한다거나 일본 수화가 두 종류(한국은 한 종류다)가 있다거나 선천적인 농아인과 중도실청자 사이의 갈등 등이 새롭게 다가온다. 농아인들이 우리 편인가를 묻는 것이 단순한 편가르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역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본 일본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여주인공이 청각장애가 있는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장면이다.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장면을 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그 장면에 아주 놀랐던 기억이 났다. 이것이 아라이가 넘어져 울 때 엄마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앞으로만 걸어갔다고 했을 때 겹쳐져서 다가왔다.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막말을 할 때는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 하고. 아라이가 이 아버지에게 아주 심한 욕설을 수화로 했을 때는 통쾌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정밀하게 짜인 구성과 놀라운 트릭이나 반전으로 충격을 주는 소설이 아니다. 코다의 시선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새롭게 보게 만들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한다. 수많은 주석이 달려 있는데 이번에는 이 주석들이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아라이의 가족사와 결혼 문제 등은 단순히 청각장애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그가 자라면서 받은 모욕과 충격과 아픔 등이 결코 모자라지 않다. 이 때문에 ‘우리 편인가?’라는 물음이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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