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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처음 접하는 법의학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중 가장 첫 번째 작품으로 이미 국내에는 시리즈의 두 번째인 『히포크라테스의 우울』이 출간된 상태다.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에 연수의로 들어온 주인공 쓰가노 마코토는 이곳의 터줏대감인 미쓰자키 도지로 교수, 미국인이자 자칭 시신 마니아인 캐시 펜들턴 조교수, 미쓰자키 교수에게 비밀스러운 의뢰를 받은 고테가와 형사와 함께 아직은 삐걱거리는 한 팀으로 일을 해 나간다. 그 은밀한 의뢰가 무엇인지, 이야기는 이와 함께 여러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하나의 커다란 진실을 향해 간다.


작품에는 총 다섯 구의 시신이 등장한다. 술을 마신 채로 동사한 시신,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시신, 경정 중 사고로 사망한 선수의 시신, 그리고 마코토 친구의 시신과 마코토의 첫 환자였던 어린아이의 시신. 이 다섯 시신은 겉보기에 경찰 관계자들의 사건 현장 감식과 의료 관계자들의 전문적인 판단으로 이미 죽음에 대한 인과 관계가 판명이 난 듯 보인다. 하지만 미쓰자키 교수는 왠지 모를 이유로 고집스러울 만큼 무리하게 시신을 부검한다. 당연히 해당 시신의 가족들은 분노하며 부검을 반대한다. 산 자가 더 중요한지 아니면 죽은 자가 더 중요한지, 사람들의 눈에 미쓰자키 교수는 단지 지적 호기심 충만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보이기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같은 의료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교수 혼자 부검 실적을 늘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르면 산 자와 죽은 자는 모두 똑같은 환자다. 미쓰자키 교수는 그저 선서에 충실하게 묵묵히 일을 해 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는 "살아 있는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만 시신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지"라고 말하며, 시신과 함께 땅에 묻히거나 혹은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릴 뻔한 진실을 죽은 자의 목소리를 통해 발견해 낸다. 그리고 맨 처음 가족들의 입장과 같이 괴짜 교수를 이해하지 못했던 마코토는 법의학 교실에서 지낼수록 점점 자신의 생각 또한 그와 닮아간다는 것을 느낀다.


죽음을 다루고 있는 만큼 작품 속 심오한 질문도 등장한다. 가령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지, 감정과 논리 중 무엇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마코토는 연수의로 지내는 동안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특히 자택 요양 중이던 친구 유코의 죽음과 자신이 맡았던 어린 환자인 사유키의 죽음으로 그녀는 처음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언제나 이성적이어야만 하는 의사가 감정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쓰자키 교수는 메스처럼 날카롭고 예리하지만 동시에 따뜻한 시선으로 마코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작품은 현 의료계의 그늘을 비추며 그들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기도 한데, 여러 면에서 독자들에게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법의학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야기는 자신만의 색깔을 보이지 않는 점이다.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 마코토는 미쓰자키 교수라는 강한 캐릭터에 가려져 있다. 교수의 호통에 움츠러들며 그의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마치 '미쓰자키 교수와 아이들(캐시, 고테가와, 마코토)'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녀가 다소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이 시리즈는 법의학 미스터리이자 쓰기노 마코토의 성장 소설이 될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좀 더 주체적인 모습으로 성장해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에 독특한 색깔을 입혀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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