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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17.10.28 07:24

신이 없는 달 - 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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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일 년 열두 달의 이야기. 사물에 깃든 오싹한 이야기부터 코끝 찡한 이야기까지 변화하는 계절만큼이나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월에 해당하는 <얼굴 바라기>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의 '오노부'는 몸은 거구에 얼굴은 박색인 여인이다. 어렸을 적부터 남들보다 조금 튀는 생김새에 놀림을 많이 받아온지라 일찍이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고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혼담을 듣게 된다. 상대는 무려 마을에서 가장 잘생겼다는 '시게타로'다. 빨래하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단골 화젯거리일 만큼 그의 외모는 배우같이 수려하다. 그런 그가 오노부의 다른 곳도 아닌 그녀의 미모에 한눈에 반했다니 그녀는 이게 무슨 장난이냐며 벌컥 화를 낸다. 하지만 그 후부터 계속되는 시게타로의 진심 어린 구애에 오노부는 결국 그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한다.


혼인식 당일, 연지곤지 새색시 화장을 한 두꺼비 같은 오노부의 얼굴에 동네 사람들은 킥킥대며 손가락질해댔지만 시게타로와 그의 집안사람들만큼은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오노부는 못난 자신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을 이렇게나 아껴주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깟 이유 따위야 뭐가 중요하냐며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로 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녀는 집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바로 그녀의 남편 시게타로를 포함한 그의 집안사람들 모두가 남부러울 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세상 누구보다 못생겼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추녀인 오노부를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녀의 얼굴이 부럽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 비아냥이 아니었다. 그리고 외모와 심지어 목소리조차 귀여운 두 시누이는 물웅덩이에 자신들의 모습을 비추지 않을 만큼 못생겼다는 이유로 밤마다 슬피 운다. 달빛 아래 시누이들의 하얀 얼굴은 더없이 빛나기만 한데 오노부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특히 시누이들의 마음의 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한다. 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다. 정작 사나운 외모의 자신은 이렇게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데 고운 시누이들과 집안사람들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시대 소설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감정은 시대를 떠나 장소를 떠나 보편적이기 때문에 책이 다루고 있는 감정과 내용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등장인물들 또한 어느 한 명 튀지 않는다. 적당히 매력 있고, 적당히 따듯하고, 그렇게 적당히 살아가는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각각의 사건은 작가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필체로 조금 특별해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속이 꽉 찬 이야기들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들고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다 보면 책을 덮을 때 즈음엔 마지막 십이월의 이야기와 함께 올해도 끝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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