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발간

나를 닮은 사람들 - 누쿠이 도쿠로

by 레이지곰 posted Oct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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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이나 우행록은 참 인상 깊었는데 다른 소설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했던 작가지만 그래도 요즘 취향에 맞는 일본 미스터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작가의 이름만 믿고 나오자마자 서점에서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현대 일본에서, 소외되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별도의 공모나 연계없이 자행하는 소규모 테러가 점차 일상이 되는 상황 속에서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단편 모음집처럼 느껴졌습니다. 


- 히키코모리인 애니메이션 매니아가 인터넷에서만 만난 이의 조언을 듣고 취업을 하게 되고

- 내성적인 파견 사원이 인터넷에서의 조언에 힘입어 인터넷에서 일상 대화를 주고 받는 이를 만나기도 하고

- 사람이 다쳐도 방관만 하고, 일본인의 장점이라고 하는 배려가 위선적이라고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

- 자신은 안전선 안에 있기에 소규모 테러를 자행하는 이들을 (내려다보며) 서슴없이 판단하는 사람

- 자식을 잃은 복수를 하기 위해 배후를 찾아 맴도는 아버지 


등등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나옵니다. 공통점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한걸음 더 나아가게끔 등을 밀어주는" 배후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배후 조종자?는 인터넷에서만 존재하고 누군지 확인이 불가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만 존재하는 어떤 배후의 존재. 이런 클리셰를 일본은 참으로 사랑하는거 같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테러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형사가 인터넷 상의 배후 조종자를 찾아내기 위해 헤매면서 속수무책으로 테러에 당하는 클리셰.

(TV 드라마에서도 무수히 접한 배경인데, 안그래도 얼마 전 일본드라마 "모즈"를 보고나서 더더욱 그런거 같네요.)


단절된 가족 관계, 학교에서의 이지메 또는 스스로 문을 닫아버린 이들이 SNS에서 만난 사람에게 부추김을 받아 사회에 분노를 터뜨리는데 이야기의 끝은 결국 이 배후 조종자가 누구냐?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 결말은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누쿠이 도쿠로라는 작가에게 걸고 있지만 그래도 서서히 옅어지는 제 기대를 이제는 접을 때가 되지 않았나?입니다. 이 소설 내의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한 개인이 그렇게 인생을 좌우할만한 영향력을 그리 쉽게 끼친다는 거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웠고, 그런 고민과 고뇌끝에 선택된게 자신들의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인 폭력이라는게 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단순히 모니터 뒤에서 등을 떠민 후, 기사를 통해 결과를 확인하고 키득키득 웃는 싸이코패스가 주인공이었으면 더 후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처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들이 건드리고자 하는 일본 사회의 병폐는 정말 철저한 구조에 대한,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 기인한다고 보는데, 그 병폐의 원인을 단절/위선/방관 같은 추상적이면서 피상적인 일본 사회가 원인이라 주장하며 그 측면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봤자 크게 공감이 되질 않더군요. 이런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이 겪고 있는 문제니깐요. 그래서 시스템을 소재로 사회파 미스터리를 쓰는 요코야마 히데오나 다카노 가즈아키 같은 작가들에게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