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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18.01.04 22:20

황제의 코담뱃갑 - 존 딕슨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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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독서 모임 때 심리 트릭에 대한 설명 중 언급되었던 책이다.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2018년 첫 책으로 늦지 않게 읽게 되었다. 재밌었다. 어떤 트릭이 사용되었는지 알고 보았는데도 속았다. 읽기 직전에도 앞표지와 뒤표지에서 두 번이나 '심리 트릭'이라는 글자를 보았는데도 속았다. 가장 방심한 순간에 걸려들어 속은 건가 싶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될까 싶어 그 '순간'이 언제인지는 말하진 않겠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순간에는 무방비 상태였던 것 같다.


내용은 꽤 간단하다. 주인공 이브 닐은 네드 애투드와 이혼한 상태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토비 로스를 만나게 된다. 사실 토비는 언제나 이브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는 이브가 네드와 부부였던 시절부터 바로 옆집에 살고 있던 남자였기 때문이다. 한 차례의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비의 가족들은 별다른 불만 없이 덤덤하게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욱하는 성격의 네드와는 달리 착하고 성실한 토비에게 끌린 이브는 곧 청혼을 받고 그의 약혼녀가 된다.


평온하던 어느 날 밤, 이브의 집에 느닷없이 네드가 쳐들어온다. 현재 이브가 살고 있는 집은 과거 네드와의 결혼 생활을 보내던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열쇠를 가지고 있던 그는 어렵지 않게 이브의 침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어린아이 같은 맹목적인 사랑을 보이는 네드와 말싸움을 하게 된 이브는 창문을 통해 옆 토비의 집에서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혹여나 오해할까 두려워한다. 특히 이브의 침실은 건너편 토비 아버지의 서재와 바로 맞닿아 있어서 그녀는 불을 끄고 창문을 피해 자신의 모습을 숨긴다.


자신에게 사랑을 달라며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네드와 전남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 그를 내쫓으려는 이브의 싸움이 격해지는 와중에 그들은 창문을 통해 우연히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토비의 아버지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 왔던 네드는 누군가 자신을 발견하면 수상히 여길 게 뻔하므로 도망치기로 한다. 이브 또한 원하던 바였으므로 네드를 내보내고 그가 집에 왔던 사실을 숨기기로 한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정작 자신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상황은 이브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작품을 읽으면서, 특히 초반에, 수많은 말줄임표와 모호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덕분에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비었던 공간이 차곡차곡 채워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땐 그래서 그랬구나. 아, 저땐 저래서 저랬구나. 심리 트릭에 관련된 작품답게 심리학자가 탐정 역할로 대신 등장해 사건을 풀어가는 장면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이르러 간단했던 트릭에 속은 나 자신을 발견한 재미와는 비할 바 못 되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짜증 나는 인물들 때문에 범인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에는 맞추지도 못했지만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들 덕분에 재미는 배가 되었으니 짜증 났어도 좋았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작가가 인물들을 통해 영국과 프랑스를 비교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해설을 보니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많지 않은 분량과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한 가지 트릭을 가지고 이어나간 작품이기 때문에 나 또한 누구에게나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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