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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서 꽤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일본산 일상 미스터리 계열의 작품이다. 흔히 일상이라고 하면 날마다 반복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들의 집합을 말할 텐데, 비일상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리하고 과연 합이 맞을까? 이 참신한 시도를 처음 해낸 사람이 80년대 말의 기타무라 가오루이다. 그는 데뷔작 <하늘을 나는 말>에서 평범한 여대생이 논리력과 추리력이 비범한 예능인 아재(?)와 일상 속에 숨은 미스터리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을 써냈고, 이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서 일약 '일상 미스터리'의 창시자가 되었다. 사실 영미권에서 그나마 일상 미스터리와 비슷하다고 할 만한 코지 미스터리도 분위기는 포근할지언정 살인이나 강력 범죄가 나오지 않는 경우란 거의 없다. 하지만 일본의 일상 미스터리는 홍차가게에서 여대생들이 홍차에 설탕을 일고여덟 스푼이나 때려넣는 이유를 밝힌다거나 초등학생이 읽지도 못하는 초대형 영어사전을 들고 학교에 간다거나 하는 그야말로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하기 때문에 확실히 일본에서만 존재하는 유니크한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작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도 이러한 일상 미스터리의 전통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 전형적인 소도시를 배경으로 별 볼일 없는 변호사(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별 볼일이 없기가 힘들긴 하다만)와 그의 조수 격이지만 실제로는 탐정 역할을 도맡는 동생이 동네의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연작 단편집이다. 명색이 일상이라면서 탐정의 성격은 본격 추리소설처럼 광인에 가까운 괴짜 일색이라면 분위기가 맞지 않으니까 일상 미스터리의 탐정은 비교적 정상인(?)이나 건실한 생활인이 많다. 하지만 매일 지하철에서 만날 것 같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사건을 해결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반드시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개성이나 특별한 추리 기법, 독특한 분위기 등이 있어야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터. 그래서 일상 미스터리의 탐정은 서점 직원이라서 서지학에 강하다거나 꽃집 주인이라서 꽃에 대해 잘 알아 그 전문지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식으로 평범함의 함정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에서의 탐정 역인 동생은 동서고금의 명언 덕후라서 사건 해결 과정 곳곳에 명언을 쏟아놓는다. 그밖에 주인공들이 기거하는 카페에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고, 수천 권의 만화책이 있는 것 또한 독자의 호감을 사고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작가의 유인책(?)이 아닐까 싶다.

 

 

다루는 사건은 일상 미스터리답게 강력범죄는 일절 없고 소소한 편이지만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는 크게 빠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우리네 일상 속의 가벼운 미스터리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해도 추리소설은 추리소설다워야 한다. 한마디로 공정한 단서를 제공하고, 해답을 도출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치밀한 논리와 추리가 없다면 아무리 따뜻하고 편안한 이야기라도 추리소설로서는 실격이라는 말이다. 다행히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은 위에 언급한 공정한 단서와 논리의 견고성, 단숨에 정답으로 도약하는 추리의 탁월함이 만만치 않았다. 다른 일상 미스터리들과 비교해도 다소 가벼운 분위기에 별 기대없이 책장을 넘겼다가 의외로 추리 파트는 날카로워 읽는 맛이 있었다고 할까, 작가가 본격이나 하드보일드에도 손을 댄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 추리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그 작품들도 괜찮은 완성도를 보이지 않을까 상상이 된다. 

 

 

평범한 갑남을녀인 우리의 인생에서는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기 마련이다. 그 반대도 물론이고. 그런데 이 소설의 무대는 착한 사람과 좋은 일들과 고운 마음씨들만 있는 희귀한 마을로 보인다. 주인공에게는 사회생활에는 매우 서툴지만 무슨 사건이든 척척 해결해주는 도라에몽(?) 같은 동생과 어렸을 때부터 별 볼일 없는 자신을 짝사랑해주는 아이돌 간호사, 룸살롱을 좋아하지만 때로 인생에 깊은 조언을 남겨주는 멘토 등 따뜻한 사람만 주변에 한가득이다. 심지어 가끔은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귀찮은 부모님도 안 계시고, 그저 응원만 해주는 이모 내외랑 산다. 꼭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담은 쇼핑백을 보는 것 같은 판타지스러운 설정이라 오히려 웃음이 나오더라. 소소한 일상의 따뜻함과 행복을 전달해주는 것만이 일상 미스터리의 미덕은 아니다.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이 있는 것처럼 때로는 이웃의 사소한 악의를 목도하고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고, 욕망이나 욕정에 결국 무너지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함에 한숨 짓기도 하는 것도 분명한 우리의 '일상'이다. 책장을 다 덮고 나서 작가의 다음 작품에서는 일상의 다른 면도 좀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어차피 팍팍하고 끔찍한 얘기는 뉴스에서 매일 접하는데, 가끔은 이런 대책없이 낙관적이고 따뜻함 일변도에 푹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 없는 어떤 곳에 가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니까. 

  • zekyll 2018.06.18 20:11

    사놓고 대기 중인 책입니다. 기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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