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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18.04.22 19:03

암보스 - 김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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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저변 확대에 지속적인 공을 들이는 황금가지에서 '수상한 서재'라는 새로운 레이블을 런칭했다. 편집부에 쌓이는 수많은 원고들 중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탄성을 자아내는 창작 작품들만을 선별해서 편집장의 추천과 함께 소개하는 시리즈란다. 벌써 소개만으로도 기대감을 증폭시키는데, 첫 작품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 입상한 김수안의 [암보스]였다. 스페인어로 '양쪽의', '두사람'이라는 뜻이 있던데, 그보다 더 먼저 떠오른 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리노 나쓰오의 단편집 [암보스 문도스]였다. 뜨거운 소재를 지극히 차가운 어투로 말하는 그 소설들도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두 개의 세상'에 관한 글이었다. 김수안의 [암보스] 역시 방식은 다르지만 이런 인간의 이면에 대해 다룬 소설이다.


180도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인이 죽음의 문턱 앞에서 영혼이 뒤바뀌며 시작하는 판타지 설정에, 연쇄살인 스릴러의 내용을 결합시킨 독특한 설정은 500페이지라는 꽤 두꺼운 분량임에도 쉴새 없이 끝을 향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를 계속 묻게 만드는 사건의 진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흡입력도 좋고, 뒤바뀐 삶 속에서 그 인물의 육체에 종속이 되어가는 정신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그럴듯하게 다뤄져 있다. 보통 이런 '바디 체인징' 류의 소설들에서 간과하기 쉬운 지점이기도 한데, 뒤바뀐 삶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음을 지적하는 어둡고 우울한 요소가 이 소설의 매력이자 특징이기도 했다. 여기에 연쇄살인 사건이 결합돼 수사해나가며 인물의 과거와 내면을 서서히 드러내는 서사는 데뷔작임에도 꽤나 능숙한 페이지터너로서 솜씨를 보여준다.


다만 여기에 시간을 비트는 입체적인 구성과 메타픽션적인 요소 그리고 반전까지 품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시도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든다. 가뜩이나 두 인물이 스위칭되는 것도 혼동스러운데, 연쇄살인사건의 진상에 대한 설명과 인물의 복잡한 과거사까지 드러나며 반전으로 이르는 결말은 한번에 시원스레 해결되지 않는 복잡함을 독자에게 남기기 때문이다. 명쾌한 스릴러나 페이지터너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쉽고 강력하며 깔끔한 한방을 던져주는 것과 달리, 김수안의 [암보스]는 다소 모호하고 혼란스러우며 소극적인 결말을 안겨준다. 물론 애초에 제목이 가진 의미처럼 인간이 가진 양면성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이를 풀어주는 과정이 이야기를 만들어온 과정과 달리 지극히 짧고 급작스럽게 해결된다는 건 많이 아쉽다.


무엇보다 소설 자체가 1인칭과 3인칭이 혼재된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사건의 해결을 3인칭에서 해석해낸다는 점은 그간 1인칭 캐릭터에 이입해 읽어온 독자의 감성과 기대를 배반한다는 점에서 다소 데우스엑스마키나적인 해결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뒤바뀐 인물에 대한 심리만 담아냈을 뿐 그 본질을 외면한 채 호도한 방식은 조금 반칙스럽기도 했고. 판타지 세팅을 깔았지만 곧바로 현실적인 톤으로 전환해 이야기를 진행시킨 방법도 좋았지만, 결론적으로 다시 그 초현실적인 요소를 묻게 만들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약점이 있다는 점도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욕심 많고 복잡다난한 요소들을 한데 엮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직조해낸 작가의 뚝심에는 박수를 보낸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교배하고 진부한 요소들을 합쳐 새로운 걸 만들기 위해 고민해내는 색다른 스토리텔러들이 필요하다. 김수안의 [암보스]는 그 첫걸음으로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빨리 딘 R. 쿤츠나 배리 우드, 조지 D. 슈먼 같은 국내 작가들을 만나게 되길 빌어본다. '수상한 서재'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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