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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힐 - 팸 스마이

by 지은 posted May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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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신선했던 책이다. '미스터리 그래픽 소설'이라는 이 책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것보다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독특했다. 1982년 '메리'의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2017년 '엘라'의 이야기를 그림 형식으로 나누었다.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소녀의 이야기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손힐'이라는 복지원을 통해 이어진다.


손힐 복지원은 1830년대 여자 어린이를 위한 고아원으로 지어졌지만 현재는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 여기서 마지막 원생이었던 메리는 비극적으로 사망했다. 시간이 흘러 엘라는 폐허로 변해버린 손힐의 맞은편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창문을 통해 본 손힐의 정원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모습을 보며 그 건물인 손힐에 대해 알게 되고 더 나아가 메리라는 한 소녀의 기구한 과거 또한 알게 된다.


당시 메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아이가 파양되어 손힐로 돌아오자 다시 시작된 슬픔과 공포를 일기에 적었다. 일기는 간결하게 쓰였다. 하지만 그녀가 지녔던 어두운 감정들을 전해 받기엔 충분했다. 오히려 글을 제외한 넓은 페이지의 빈 공간이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짧은 글로 인하여 어린 메리가 미처 쓰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증으로 떠올라 책의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일기가 간결했다면 그림은 섬세했다. 숨은그림찾기처럼 배경 속 수많은 나뭇잎 사이에 나뭇잎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불 꺼진 창문이 다음 장에 가선 반짝하고 켜질 때도 있었고. 이쯤 되면 글보다 그림을 더 꼼꼼히 보게 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일기가 끝나고 나오는 그림들을 마주하기가 겁이 났는데, 이 책의 판형이 꽤 큰 편이라 가까이 놓고 보면 온갖 것들이 마치 나와 눈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밤에 스탠드만 달랑 켜고 보면 조금 섬뜩하다.


이렇게 우울하면서도 어둡고, 조금은 무서운 이야기가 손힐이라는 복지원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고딕소설 같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엘라의 방의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보니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그중 지금 기억나는 책 두 권은 『레베카』와 『제인 에어』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림을 구석구석 살펴보길 권한다.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책 제목을 적어 넣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림 속 다른 소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그림 힌트를 통해 이야기의 커다란 퍼즐을 맞춰나갈 수 있었다.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테니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의 결말을 좋아한다고만 말해야겠다. 정말 개인적인 취향이다.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서스펜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손 힐』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읽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이 책이 눈에 띈다면 손에 꼭 한번 쥐어 펼쳐도 보고 만져도 보면 좋겠다. 그건 책이 예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