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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소재가 범죄이다 보니 추리소설 속에 빠져서는 안될 필수요소의 하나는 바로 경찰입니다. 그렇지만 20세기의 전반부까지 추리소설에서 경찰의 역할은 주연보다는 조연, 어떠한 경우에는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는 훼방꾼 역할까지 맡아야 했죠.
물론 추리소설 황금기 작가들의 유명한 주인공들, F. W. 크로프츠의 프렌치라든가 조르쥬 심농의 메그레, 마제리 앨링검의 캠피온, 마이클 이네스의 애플비, 크리스티애너 브랜드의 코크릴 같은 인물들은 모두 경찰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상은 셜록 홈즈나 포와로와 별 차이 없는 단독플레이에 가까운 것이었고 경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죠.
그러나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천재 한명의 직관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사의 주체도 한두명의 경찰이 아닌 조직 자체라고 할 수 있죠.
리얼리티에 입각해 경찰수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들은 1950년대에 들어서 ‘경찰소설’이라는 하나의 추리소설 서브 장르를 개척하게 되는데 그 대가는 누가 뭐라해도 에드 맥베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멕베인이 최초의 87분서 시리즈인 ‘경관혐오’를 발표하기 4년 전인 1952년 많은 평론가들에 의해 지금까지도 추리소설사에 가장 뛰어난 경찰소설이라 불리는 작품이 하나 발표되는데 힐러리 워의 ‘last seen wearing'이 바로 그 작품입니다.

사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몇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로웰 미첼이라는 여학생이 실종되고 그로부터 2주 후 뱃속에는 2개월 된 태아를 임신한 상태로 목이 부러진 채 죽어 있는 시체로 발견되죠. 실종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프랭크 포드 반장은 기발한 실험을 통해 이 사건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것을 입증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피해자 로웰의 임신사실이 주변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로웰의 남자관계에 대해 알려진 점이 거의 없었고, 유일한 단서인 로웰의 일기장은 평범한 일상을 서술한 것 이외에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던 거죠.
이러한 경우 경찰에서는 어떻게 수사를 진행시켜 나가게 될까요?
소설 속에서 포드 반장은 경찰수사를 바닷가 모래밭에 뭍혀 있는 보석 한 점을 찾는 일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보석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모래사장을 다 파헤쳐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겠죠. 다행히도 경찰에게는 어쨌거나 수사 시작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로웰의 일기장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나이, 직업을 불문하고 일기장에 단 한번이라도 언급된 적이 있는 모든 남자들을 대상으로 끈질긴 탐문수사를 해나가죠

경찰소설의 대가 중 한명인 J.J. 매릭은 훌륭한 경찰소설이 되기 위하 요건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소설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지루한 부분들, 다시 말해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기나긴 탐문작업과 용의자들의 심문, 잠복과 기다림, 알리바이 확인 등등이 포함되게 되는데 이러한 지루한 부분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훌륭한 경찰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격인 포드 반장은 직접 발로 뛰면서 수사를 하지 않습니다. 메릭이 말한 소위 지루한 부분들은 수시로 올라오는 부하들의 보고를 통해 간략하게 정리되죠. 포드 반장은 로웰의 일기장이 너덜너덜할때까지 읽고 또 읽어가며 분석에 집중합니다. 같은 내용을 반속해서 읽게 되면 처음에 무의미하던 부분 속에서 행간의 의미가 나타난다고 하던가요. 한두 번 읽었을 때 그냥 지나쳤던 문구들, 그 속에 숨어 있는 암호화된 의미들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범인의 정체는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사실 고전 추리소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매우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천재적 탐정도, 기발한 트릭도, 뒤통수를 치는 반전도 전혀 없습니다.
작가인 힐러리 워가 가장 중점을 둔 건 리얼리티입니다. 범죄수사는 끝없는 기다림과 시행착오를 거치는 인고의 과정이지만 당시까지의 추리소설들은 이 분야를 생략해 버림으로써 수사라기 보다는 몇 명의 용의자 중에서 범인을 골라내는 퍼즐풀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죠. 실제 범죄사건에서 경찰의 수사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리얼리티에 입각한 이 분야를 최초로 개척한 소설이 바로 이 작품이며 이후 경찰소설이라는 한 장르가 탄생하게 된 모태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시리즈 중에 이 작품의 원제와 동일한 제목을 갖고 있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스경감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 'last seen wearing'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소녀’로 번역되었죠.
  • 나혁진 2006.12.03 20:44
    잘 봤습니다. 굉장히 궁금한 작품이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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