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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강한 작품 평이 일부 담겨 있어서 작품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정보는 일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된 추리단편집들은 그 숫자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여러 단편집들을 접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서로 겹치는 작품들도 많았었고,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이 전부 흡족하게 만족스러웠던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취향이 고전 쪽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정통 추리소설의 맛을 제대로 살렸던 하서 추리문학전집에 실렸던 ‘세계 추리명작 단편선’이 지금까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걸작추리소설 모음’도 네 권 모두 탄탄한 작품 수준을 보여주었구요. 동쪽나라에서 내놓은 ‘페이퍼백 앤 스릴러 시리즈’에 들어 있었던 ‘미스터리 컬렉션 1, 2, 3권’ 도 정예작가들의 정예작품들만 엄선한 걸작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은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창간 50주년’을 기념해서 지난 2006년에 내놓은 앤솔로지입니다. 예전에 고려원에서 나온 적이 있는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에선 예전 편집자인 엘리너 설리번이 편찬해서 내놓았었고, 이번엔 린다 랜드리건이 맡아서 내놓았다는 차이가 있지만, 작품 수준은 두 작품집 모두 막상막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부 32편이 실려 있는 이번 앤솔로지는 예전 엘리너 설리번 편이 약간은 짧은 단편들도 적지 않게 포함시켰던 것에 비해 대체적으로 아주 짧은 단편들은 적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740쪽 정도 되는 두꺼운 볼륨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록 작품은 32편뿐이므로, 평균 23쪽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각각의 작품이 그 안에 충분한 얘기를 펼쳐 놓을 만한 분량이라는 얘기가 되는 셈인가요?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에 수록되어 있던 작품들인 만큼 작품들은 거개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미국 미스터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1956년부터 2006년까지 50년 동안 잡지에 실렸던 작품들 중에서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엄선한 걸작들만 추려냈기 때문에, 어찌 생각해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단편 미스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미스터리 매니아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어질 작품들만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이런 주옥같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저의 시선을 끌었던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편 미스터리 작가 중 한 사람인 빌 프론지니의 ‘별 볼일 없는 자의 죽음’이었지만, 아쉽게도 어디선가 한 번 읽어 본 작품이더군요. 분명히 읽어 본 작품인데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몹시 당황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에 덤벼든 작품은 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에드워드 D. 호크의 ‘내려가는 동안’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탐정인 레오폴드 경감이 등장하지 않아서 약간 실망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작품 자체도 베스트라고 말하기는 조금은 미흡한 수준이었구요.

그렇다면 수많은 단편들 중에서 저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은 과연 무엇일까요? 조금은 의외의 결과이지만, 윌리엄 브리튼의 ‘역사적 오류’가 당당히 1등을 거머쥐었습니다! 사실 읽기 전에는 윌리엄 브리튼이라는 작가가 무척 낯설게 여겨졌는데요. 해설을 보다가 “∼를 읽은 사나이” 시리즈로 유명하다는 구절을 보고 얼른 찾아보니 맞더군요! 저의 혼을 쏙 빼놓았던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를 쓴 장본인이었던 겁니다. 이 제목을 전면으로 내세운 모음사의 추리 단편집이 예전에 나오기도 했었죠? 일단 아이디어 자체가 상당히 기발한데다가 점점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전개가 예상을 뛰어넘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2연타석 홈런을 치기는 정말 힘든데 정말 대단한 작가입니다!! ^^

로렌스 블록의 ‘쇼핑백 아줌마를 위한 촛불’은 제목에서 준 선입견과는 달리 역시 여전히 거장다운 안정감이 돋보여서 인상에 깊이 남았습니다. 유일하게 두 작품이 실리는 영광을 차지했던 에드 맥베인의 작품 중에선 ‘웃음거리가 아니야’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역시 거장의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윌리엄 브리튼의 작품 다음으로 아깝게 최우수상을 놓친 작품은 스티븐 워질릭의 ‘올가 바토를 찾아서’입니다. 세월을 뛰어 넘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작품의 대단원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역시 제가 좋아하는 고전적인 향취가 점수를 높이는 데 기여했겠지요?

윌리엄 브리튼과 스티븐 워질릭의 작품과 함께 1, 2위를 다퉜던 작품 중 하나였던 조지 C. 체스브로의 ‘사제들’은 나름대로 깔끔한 결말과 전반부의 진중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괜찮았던 수작이었습니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특이한 작품은 I. J. 파커의 ‘오봉 고양이’였는데요. 대부분이 미국을 배경으로 한 현대 미스터리였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대담하게도 고대 일본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색 역사 미스터리였기 때문입니다. 마치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의 겐지 이야기(源氏物語) 중 ‘박꽃(夕顔)’ 에피소드를 읽는 듯한 고아한 정취가 읽는 저를 놀라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탐정 역인 아키타다 스가와라에게서 로베르트 반 훌릭의 적인걸 판관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져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검색해 보니 적판관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나오더군요. 그런데 작가가 일본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는 것 같아 놀랐습니다. 서구사회에서 일본 문화가 여러 방면에 걸쳐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또 다른 역사 미스터리 작품인 제임스 링컨 워런의 ’검은 스파르타쿠스’는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해상보험회사 조사관으로 활약하는 앨런 트레비스코를 등장시켜서, 당시 영국 사회의 노예제도의 실상을 권투시합과 결합시켜 박진감 있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차이나타운의 세계를 중국계 여성 탐정과 그녀의 콤비인 백인 남성 탐정을 통해 설득력 있게 드러내준 S. J. 로잔의 ‘바디 잉글리시’와, 바둑이라는 동양적인 소도구를 적절하게 삽입해서 일본계 미국인을 비롯한 미국 내 동양인 사회를 실감나게 묘파해 낸 새러 패러츠키의 워쇼스키 시리즈 ‘다카모쿠 정석’이 이번 작품집에 포함된 건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들의 사회적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다카모쿠 정석’에선 한국계 미국인들도 등장하고 있군요. 찰리 챈이 활약하던 시대에는 중국인조차도 대부분 하인이나 하층 노동자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걸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네요.

그밖에 베이루트라는 이색적인 배경을 등장시켜 현대적인 시대감각을 유감없이 과시해 준 제프리 스캇의 ‘참을 수 없는 유혹’이나, 영리한 해결책으로 사건을 마무리해서 산뜻한 기분을 안겨 준 그레고리 팰리스의 ‘역경의 제왕’도 기억에 남습니다. 약간은 전형적인 전개긴 하지만 주인공의 심정에 십분 공감이 갔던 제임스 홀딩의 ‘살인 요리법’도 좋았습니다.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짧은 작품이었지만, 반전만은 최고로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 에드 레이시의 “스타니슬라프스키 방식’ 보안관”도 빼놓을 순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린 작품으로는 잰 버크의 ‘뮤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작품 속에서 시종일관 히치콕의 영화가 언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결정적인 사건 해결의 단서로 이용되고 있을 정도니까, 아마도 히치콕이 가장 좋아했을(?) 작품이 아닐까 싶더군요. ^^ 히치콕 매니아를 위해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에 실릴 만한 작품이라면 단연코 이 작품이겠다 싶더군요.

일반적인 단편집들에 비해 만만치 않은 분량이었지만,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어서 그랬는지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가는 편이었습니다. 모두 다 읽고 난 전체적인 감상은 헨리 슬레서나, 잭 리치,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에드워드 D. 호크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의외로 기대에 못 미쳤던 것에 비해, 지금까지 잘 몰랐던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 우수작이 넘쳐났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유명 작가들에 대한 기대치가 무명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동안 주로 유럽이나 일본 작가 위주로 편식을 해온 편이었던 저로선 이번 미국 작가의 물량 공세를 통해 어느 정도 나쁜 식습관이 개선되는 효과를 톡톡히 얻은 듯합니다. 여러분들도 너무 달달한 일본 맛이나 약간은 고리타분한 유럽 맛에 질리셨다면 화끈한 아메리칸 스타일로 이번 기회에 한번 과감히 바꿔 보시기 바랍니다. 풍성한 상차림만큼이나 체질 개선에는 그만이라는 걸 금세 실감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무쪼록 맛나게 즐기시기를 기원합니다!








http://blog.aladin.co.kr/zadig/4799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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