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국내발간
2016.07.06 17:13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 도진기

조회 수 37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k882535465_1.jpg



매년 찾아오는 반가운 선물, 도진기 작가의 추리소설 신작이다. 검색해보니 2010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작품을 냈는데, 현직 판사로서 업무량이 만만찮을 텐데도 이처럼 왕성한 생산력을 보여주는 게 참으로 놀랍고 반갑다. 좋은 작품을 내놓고도 후속작에 3-4년씩 걸려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작가가 많은 게 늘 아쉬웠던 판에 도진기 작가의 꾸준한 행보는 한마디로 만점이다. 열혈팬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응원 반, 호기심 반의 마음으로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읽어보고 또 한 번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도진기 작가에게 가장 기대했던 장르를 마침내 그가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법정 추리소설. 직업적인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법정물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작가라고 늘 생각해왔기에 시리즈 탐정 고진이 드디어 법정에 입성했을 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예전의 존 그리샴이나 스콧 터로, 다카기 아키미쓰 등을 비롯해 장르소설 강국들은 유독 법정물이 인기가 많다. 법정을 다룬 영화도 심심하면 한 번씩 나온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법정이라는 곳이 법지식이나 논리 등 고도의 전문적인 무기를 가진 법조인들의 진검승부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배자도 나오는 지적 유희의 콜로세움이랄까. 맨날 주먹으로 치고 받는 악다구니 싸움만 보다가 가끔씩 논리와 증거로만 싸우는 두뇌 대결을 보면 머리가 다 시원해진다. 특히 거대 세력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외로이 분투하던 법조인이 기발한 한 수로 다 진 재판을 역전시키는 장면이 나오는 법정물이라면 짜릿함의 강도가 몇 배는 커진다. 지적 쾌감, 논리와 말의 향연, 게다가 일발 역전의 흥분까지 갖춘 장르가 성공하지 않는 게 차라리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창작 법정물을 우리나라에서 별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좀 안 된 얘기지만 굴곡진 현대사의 영향으로 인해 법조계가 비교적 투명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서양처럼 칼 같은 공정함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의를 부르짖어봐야 그전의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공허한 외침이었달까. 또한 법정물은 고도의 법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작가가 몇 달 공부해서는 그럴싸한 현실감을 줄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할 대목이다. 하긴 전국에서 날고 기는 사람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사법시험이니 일반 작가들이 손쉽게 접근하기 힘든 게 당연할 수밖에... 그렇다면 '법잘알'인 법조인들이 직접 써보면 좋지 않을까? 잘 알겠지만 그 양반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지 않나. 존 그리샴처럼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한낱 소설을 그 잘나가는 분들이 쓰신다고? 더구나 법을 잘 안다고 해서 소설까지 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요구되는 능력, 즉 법논리의 엄정한 냉철함과 창작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은 완전한 평행선에 가깝다. 거의 만날 수 없는 두 선이라 할 것이다.



다만 세상일에 '절대'라는 게 없듯이 가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재능 몇 가지를 동시에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데, 도진기 작가가 딱 그런 경우인 것 같다. 뭐 법조인으로서의 활약은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추리소설에서의 탁월한 창작력은 이미 여러번 보여주지 않았는가. 우리나라에서 마침내 전문가의 손에 의해 정확하게 쓰여진 법정 추리소설을 만나게 되어 흥분한 나머지 잡설이 좀 많아지는 느낌이니 후다닥 작품을 들여다보자.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분량의 70-80퍼센트 정도가 법정에서만 진행되며, '어둠의 변호사'라지만 절대 법정에 서지 않는 고진이'슈퍼 페리 메이슨'이 되어 미모의 중년 여성의 남편 살해 혐의를 벗겨주기 위해 대활약하는 이야기이다. 아, 고진이 꼭 사건 의뢰인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해야지만 사건을 맡는 사람이 아니란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시리즈를 이쯤 읽었으면 그 사람, 성격 비딱한 걸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러므로 의뢰인이 무조건 누명을 썼다고 확신하지는 마시길.



법정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당연히 고진과 적대하는 카운터파트너도 출현한다. 조현철 검사라는 영감님(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예전에는 검사를 보통 이렇게 불렀다고)인데, 한 번 기소하면 반드시 유죄를 먹이는 일종의 법조계 독사이다. 추리소설로서 이 작품의 핵심 기조는 누가 뭐래도 알리바이 트릭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고진과 조현철이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벌이는 책략 대결도 주목할 부분이다. 역시나 법조인 작가다운 리얼리티와 기발함이 철철 넘친다.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에서 작가가 법정물로서의 정체성을 제외하고 가장 공들인 부분은 역시 사건의 동기와 감동으로 보인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대학을 다닌 네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성, 무려 5각관계에서 파생된 범죄의 진짜 동기, 그리고 그 저류에 흐르는 애틋한 사랑이 밝혀질 때의 감동은 그전의 도진기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트릭과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대히트했던 일본의 모 추리소설의 정서가 특히 생각나는데, 성공한 작품의 성공 요인을 냉철히 분석해서 본인 작품에 접목시키는 태도는 전반적인 한국 추리소설의 낮은 시장성을 생각해볼 때 반드시 칭찬받아 마땅하다. 장르 특성상 일발 역전의 쾌감을 위해 고진이 더욱 입조심을 한 관계로 전편에서 왓슨 역할을 맡았던 이유현 경감은 이번 작품에서는 독자와 같은 관찰자의 역할로 강등되지만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러시아로 같이 조사여행도 떠나는 등 두 사람의 우정은 계속된다. 알리바이 트릭은 여태까지 도진기 작품 중 가장 단순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스케일은 가장 커졌다. 법정물이라고 추리소설 마니아가 실망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법정물로서의 탄탄함과 추리소설의 기발한 트릭, 게다가 감동과 애절함까지 갖춰 내 생각에 지금까지 도진기 작품 중 가장 잘 팔릴 듯하다. 전문 장르에서 기대했던 완성도를 보여준 도진기 작가의 내년 신작이 벌써부터 몹시 궁금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30 국내발간 레드 스패로우 3 - 배반의 궁전 : 제이슨 매튜스 행인 2016.10.31 134
3829 국내발간 유리 갈대 - 사쿠라기 시노 행인 2016.10.04 200
3828 국내발간 카티야의 여름 - 트리베니언 1 행인 2016.09.30 194
3827 국내발간 악당 - 야쿠마루 가쿠 레이지곰 2016.09.30 150
3826 국내발간 왕과 서커스 - 요네자와 호노부 3 중립 2016.09.30 338
3825 국내발간 악당 - 야쿠마루 가쿠 행인 2016.09.28 186
3824 국내발간 야쿠마루 가쿠의 '악당' 슈메드릭 2016.09.23 160
3823 국내발간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박연선 행인 2016.08.22 368
3822 국내발간 험담꾼의 죽음 - M. C. 비턴 1 행인 2016.08.18 272
3821 국내발간 미니어처리스트 - 제시 버튼 행인 2016.08.18 263
3820 국내발간 [수면의 감옥] - 우라다 가즈히로 ARGO 2016.08.10 331
3819 국내발간 무너진 세상에서 - 데니스 루헤인 행인 2016.07.28 238
3818 국내발간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 돈 윈슬로 밤톨군 2016.07.25 179
3817 국내발간 첫번 째선택/ 텐징 노부 미스터리 file 문수 2016.07.20 218
3816 국내발간 스티븐 킹의 '파인더스 키퍼스' 1 슈메드릭 2016.07.14 388
» 국내발간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 도진기 file 나혁진 2016.07.06 375
3814 국내발간 리피트 - 이누이 구루미 중립 2016.07.06 202
3813 국내발간 아찔한비행/ 케리 그린우드 문수 2016.07.03 148
3812 국내발간 인디애나 블루스/마이클 르윈 문수 2016.06.28 169
3811 국내발간 경관의 조건 - 사사키 조 행인 2016.06.17 20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7 Next
/ 197

copyright 1999 - now howmystery.com all right reseved. deccaa@gmail.com / haanakiri@gmail.com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