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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16.11.01 15:25

패신저 23 - 제바스티안 피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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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팟캐스트에서 크루즈 여행에 대한 방송을 들었다. 힘들게 이곳저곳을 다니기보다 한 곳에서 여기저기를 다니길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 딱 맞는 여행 같았다. 움직이는 호텔이라는 표현도 좋았다. 크루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나 같은 중늙은이에게는 ‘사랑의 유람선’이다. 그 당시 아주 재밌게 본 미국 드라마다. 실제로 방송을 듣다보면 한 척의 유람선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지 알게 된다. 하나의 작은 도시와 마찬가지 규모다. 당연히 이 정도 규모의 배가 움직이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바다 위에서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인 패신저 23은 해마다 평균 23명의 승객이 크루즈 선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엄청난 숫자처럼 보이지만 미국에서만 연간 2천만 명이 타는 것을 감안하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아주 끔찍한 설정을 덧붙여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제바스티안 피체크. 처음 만난 것은 <테라피>라는 소설이다. 아주 오래 전이다. 그러다 몇 권의 소설이 더 나왔고, 독자들의 평가도 좋았다. 당연히 책을 샀고, 그 다음 단계인 묵혀두기 신공으로 넘어갔다. 왠지 모르게 이 소설에 대한 나의 기억은 그렇게 좋지 않다. 다시 옛날 서평을 찾아보니 기억과 많이 달랐다. 책을 선택하게 된 데는 작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과 이 소설에 대한 한 블로거의 좋은 평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선택은 옳았다. 예상한 것과 다른 마무리로 이어진 것은 조금 아쉽지만 이야기의 흡입력과 속도감은 대단했다. 묵혀둔 책을 찾아내야지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프롤로그는 잔혹한 연쇄살인마의 이미지를 독자의 마음속에 던져준다. 이 미끼를 너무 단단하게 물다 보니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이 살인마는 언제 나오지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5년 전 술탄호에 탄 후 자살한 아내와 아들 때문에 자기파괴적인 삶을 사는 잠입수사관 마르틴이 등장하면서 이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그가 보여준 사이코 같은 활약은 그의 적이 얼마나 강할까 하는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게를린데가 죽은 아내와 아이를 핑계로 빨리 크루즈 선을 타라고 요청한다. 가족이 죽은 후 삶의 의미를 잃고 있던 그는 무언가에 이끌려 급하게 배를 탄다. 거기서 아들 티미의 인형을 보게 되고,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바로 8주 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소녀 아누크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 이야기는 가속도를 붙이지 시작한다.

 

마르틴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조연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인물은 율리아 모녀다. 남편의 외도를 지적했다가 이혼당한 후 힘겨운 삶을 사는 율리아는 남편 친구였던 선장 본회퍼의 초대로 유람선에 타게 된다. 아이의 멘토 선생 톰과 육체관계를 나누었던 그녀는 아이를 위해 그만 만난 것을 요청하고 배를 탔다. 이런 그녀에게 톰은 인터넷 주소 하나를 보내준다. 동영상이 재생된다. 한 소녀가 매춘을 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바로 안다. 그 소녀가 자신의 딸 리자라는 것을. 이 끔찍한 동영상은 그녀를 뒤흔든다. 그리고 톰이 말한다. 리자가 자살하려고 한다고. 배를 떠나야 하지만 이미 출발했다. 불안은 조금씩 그녀의 영혼을 갉아 먹는다. 선장이 나타나 현재 리자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기 전까지.

 

대양을 오가는 크루즈는 작가가 몇 번이나 말했듯이 사라지기 가장 좋은 공간이다. 운행 중 바다 위에 떨어지면 즉사하고, 그 시체는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빠른 속도로 배가 운행 중이고, 금방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다시 되돌아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이 살인자에게는 최고의 공간이 된다. 만약 살인이 배안에서 벌어진다면 선주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이것이 마르틴의 아내와 아들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가게 만든다. 마르틴은 소송하지만 패했다. 이런 그에게 아누크의 등장과 티미의 장난감은 뭔가 희망의 불씨 같다. 정신분석 전문가인 그는 아이에게 다가간다. 아이가 입을 열면 살인자가 누군지, 아이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액션은 거의 없다. 마르틴의 육체 능력은 평범해 보인다. 적이 갑자기 공격했을 때 아무런 저항도 못한다. 잠입수사를 위해 몸에 주입한 약들이 그의 몸과 마음을 아주 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성은 그 어느 때보다 번쩍인다. 아이가 남긴 숫자를 바탕으로 추리를 하고, 악에 조금 더 다가간다. 실패다. 그 이전에 그는 아이가 나타난 것을 경찰에 알리려고 했다. 이것은 선장의 반대로 무산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배의 선주가 경찰에 신고한 것을 알면 아이를 처리하고, 범죄를 마르틴에 덮어씌울 것이란 것이다.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범인을 찾아야 한다. 프롤로그에 나온 그 의사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빠른 진행과 몰입도를 높이는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결론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끔찍하고 잔혹하다. 아누크가 당한 아동 성폭력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이 나올 때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지 알게 된다. 이전에 아동 성매매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작가는 이 부분을 아주 정면에서 다룬다. 아니 작가는 여기서 더 나간다. 예상한 장면으로 끝나지 않고 마무리는 약간 힘이 떨어진 것 같다. 재미난 설정은 에필로그 앞에 작가의 말을 넣은 것이다. 그가 다룬 자극적인 소설과 달리 크루즈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남아 있던 것을 에필로그에서 가볍게 정리한다. 능수능란한 작업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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