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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09.11.20 14:53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조회 수 355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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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의 이름을 대면 제 입에서 튀어나올 것은 '모방법'일겁니다. 일단 기억하는 바로는 유일하게 읽은 작가님의 작품이고, 엄청난 두께와 3권이라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으니까요.

일단 그 '모방범'과 이번에 읽은 '화차'를 보고 나서 든 감상인데요. 미야베 작가님의 필체는 침착하면서도 절대 늦춰지지 않는다고 해야할까요. 마치 이글루 속 같습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집이지만 내부는 춥지 않다고 말해지는 이글루요.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를 천천히 이해시켜주려는 것처럼 차분히 진행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에 긴장을 풀어주는 짓궂음이 깃들어 있는 필체. 이것이 제가 느낀 미야베 작가님의 소설의 공통점입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휴직 중인 형사입니다. 하지만 숨겨져 있는 실질적 주인공은 그 형사가 흔적을 쫓는, 소설 속에서는 그림자로밖에 등장하지 않는 한 여인입니다. 그 여인은 형사의 아내의 조카의 약혼녀. 약혼자의 권유로 신용카드를 만들려고 했던 그 여인은 신청이 거절되고 파산 신청을 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자 며칠 후 잠적을 감췄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는 실 같은 인연을 가진 사람의 부탁으로, 그리고 반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실종자 찾기가, 점점 여인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형사의 관심을 강하게 자극하게 됩니다. 그 여인은 형사의 조카가 알고 있는 이름의 여인이 아니었던 거죠.

그 여인의 사연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신분도용입니다. 하지만 정말 단순한 네 자로 표현하기에는 여인의 짙은 그림자 속에 감춰진 많은 것들이 형사의 눈길과 발길을 계속 이어지게 만들었나봅니다.

왜 사라졌을까, 다음으로 그녀는 누군인가, 다음으로, 왜 그랬을까, 다음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은 여인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진행되지 않습니다. 담담히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신용카드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알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짚어가기도 합니다. 심지어 실체 있는 주인공인 형사의 화살표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판단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이 부분만 조금 불만이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한은 감정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끝까지 자신이 쫓고 있는 여자에 대한 감정이 애매모호 한 것은 답답하다고 해야 할까요.)

드디어 여자의 그림자를 밟을 수 있게 되고 그림자의 주인공과 마주할 수 있게 되는 클라이막스까지 치달았을 때 독자인 저는 무척이나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허무했습니다. 이렇게 끝날 줄이야?
마치 범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히가시노 케이고 작가님의 어느 두 작품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전체적인 스토리는 몰입도도 높고, 재미도 있었지만 결말의 처리가 너무 허무했습니다. 의성어로 '푸쉬시시시'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요. 해설자가 이 작품이 상을 못 탄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깝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아마 결말 처리 때문이었지 않나, 싶네요.

작가님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 진행 내내 여인에 대해서는 타인의 입을 통해서만 등장을 했었으니까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거겠죠. 아니, 정확히는 독자가 생각하는 대로, 라고나 할까요. 이 부분도 짓궂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10년도 전에 발간됐던 책이라 소설에서 설명된 사회문제들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제 좁은 소견으로 지금의 우리나라의 사회문제와 상당히 유사한 듯하여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fiction들로 사람들에게 문제의식들이 제기되어, 널리 널리 퍼져, 여인이 행복해지기를 소망하여 타인의 행복의 기회를 인력으로 '화차'에 태워 보내는 것 같은 불행이 없어지기를 바라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 프랭보우 2009.11.23 14:39
    글쎄요..

    거기서 범인의 얼굴을 보는 것 조차 저는 사족이라고 생각되는 데요...^^

    일단.... 범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조차 결말에는 확실치 않죠..
  • 나혁진 2009.11.23 21:19
    결말이 분명했으면 지금 같은 감흥은 없을 거라 믿어요. 이런 카드 불법 대출 문제는 지금도 너무나 광범위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사회 문제라, 누군가 한 명의 얼굴이 제시되면 딱 그 한 사람만의 문제로만 생각이 되잖아요. 아마도 작가가 여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건 이 사회 문제가 불특정 다수의 어떤 사람, 나 그리고 당신 혹은 우리 모두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설파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용~
  • 오스프리 2009.11.23 21:52
    프랭보우 님 / 그렇습니다. 저는 그게 불만이었던 겁니다. 분명 그 여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죄는 죄이니만큼 초점이 '의미'라는 거에 중점을 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겁니다(한숨).

    나혁진 님 / 음, 여자의 얼굴은 공개가 됐죠. 다만 여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드러나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혁진 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저는 화차에 대해 계속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여운이라는 것 때문에 다양한 시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듯 다양한 의견을 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수가 아니라 단수인 사람이니까요.
  • 연꽃 2009.11.23 23:00
    저도 오픈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화차의 결말 때문에 김이 새버린 1인이에요..^^; 이런 결말 처리 때문에 화차가 명작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취향 차이겠지요 ㅎㅎ
    어쩄든 미미여사는 마이 베스트 라이터~~
  • 나혁진 2009.11.23 23:15
    아, 제가 여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쓴 건 그냥 face만을 말한 게 아니라 그녀의 진심이나 뭐 그런 것들 전반을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사실 이런 얘기에 정답이 어디 있겠어요. 각자 받은 느낌이나 경험, 취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겠죠. 그래도 책 한 권을 읽고 이렇게 여럿이서 떠들 수 있다는 건 책값 이상의 재미를 주는 일종의 보너스 같아요^^
  • 오스프리 2009.11.28 04:28
    연꽃 님 / 하하, 미미 여사라고 하는군요. 음, 미미 여사 님의 글은 왠지 여자들의 동감을 얻는 부분이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나혁진 님 / 어쩐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답글 쓸 때도 '그런 뜻이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써버렸다죠. 그리고 나혁진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건 정말 기분 좋은 보너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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