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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13:04

아리아드네의 실 2

조회 수 184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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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무고개라. 그건 얼마 되지 않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상징 같은 단어였다. 별 볼 일 없는 내가 가장 높은 직책을 맡았던 때였다. 그 모임에서 난 총무였다. 그러니까 그건 처음에는 PC통신 대화방에서 시작되었다. 그때는 퀴즈방이 한창 유행이었다. 겜퀴(게임 퀴즈)와 만퀴(만화 퀴즈), 삼퀴(삼국지 퀴즈)를 온종일 전전하던 나는 통신비가 걱정될 만한 시간에 스무고개라는 방제를 가진 곳을 발견했다. 참여자는 세 명이었다. 매우 더운 여름날 새벽이었다. 창문은 한껏 열어놓았지만 후텁지근한 공기가 가득했고 두 번째 모기향이 원을 그리며 천천히 타들어갔다.

 

스무고개에 들어오셨습니다.

 

: -

1 : 어서오세요.

2 : ……

3 : 어서와요.

: 뭐하는 덴가요?

1 : 스무고개 모릅니까?

: , -호 매-기는 그 스무고개요?

3 : 맞아요.

2 : 어떻게 할래요? 이분 껴줘요?

1 : 한 명 더 늘어도 뭐. 파장 전이니 한번만 더해봅시다.

 

뭐지, 이 분위기는? 지들이 무슨 프리메이슨인줄 아나? 하지만 나도 모르게 모니터 쪽으로 머리가 기울었던 것 같다. 모니터 저편에서 냉랭한 분위기가 전해졌기 때문일까.

 

1 : 새로 오신 분 출제 한번 해보시죠?

: ?

1 : , 자 새 턴 시작합니다.

3 : 그래요.

1 : 클리어!

2 : 클리어!

3 : 클리어!

 

? 엄청나게 촌스럽다. 파워레인저 같은 건가?

 

1 : 따라해요.

: , 클리어!

1 : 지금 들어오신 분 닉네임 바꾸세요. 4.

4 : , -꿨어요.

1 : 시작하세요.

4 : …… -것은 무엇일-까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당황스러움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퀴즈방의 규칙은 원래 답을 맞힌 사람이 출제하는 것이다. 왜 갑자기 셋이 나에게 문제를 내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문제를 뭘로 하지? 그 순간 아까 복숭아 통조림을 먹다가 베인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검지에 세로로 팬 1센티미터 정도의 상처. 밴드 세 개를 손가락 관절에 두르고 채팅 중이니 투혼도 이런 투혼이 따로 없고, 중독도 이런 중독이 따로 없었다. 그래! ‘밴드로 해보자!

 

1 : 하나, 생물인가요? 무생물인가요?

4 : -생물이에요.

2 : , 무슨 모양이에요? 사각형, 원형? 세모?

4 : --형이 제일 많겠네요.

3 : 사람보다 작아요, 커요? , 세 번째 질문요.

4 : 에이, 당연--사람보다 작죠.

1 : , 파는 거죠? 즉 구입할 수 있죠?

4 : .

2 : 다섯, 비싸요?

4 : 아니 싸요.

3 : 여섯, 어디서 팔아요?

 

질문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금세 답 근처까지 몰리고 말았다. 쫓기는 기분이 나름 짜릿했다. 약국이라고 하면 금방 정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4 : -편의점요.

1 : 밴드.

4 : ?

2 : ? 또 여고형이야? 설마 클리어?

3 : 또 답이에요? 와 오빠, 어떻게?

 

덕분에 나는 한 명의 이름과 세 명의 성별 그리고 대략의 나이순을 알아냈지만, 나는 순간 뒤를 돌아볼 정도로 놀랐다. 당시에는 웹캠 같은 것도 없었다. 그때 느낀 감정은 단 하나, 순수한 의문이었다. ‘어떻게?’

 

1 : 클리어!

2 : 클리어!

3 : 클리어!

4 : , 클리어. 어떻게 한 -거죠?

2 : 저기 1번 형 별명이 여고에요. 여고. 무슨 뜻인지 알아요?

4 : 여고……, 여고생이신가요? 아니, 형이라고…….

2 : , 여섯 고개요. 질문 여섯 개를 넘기지 않는다니깐요.

3 : 오빠, 이번에도 여섯 번째네. 무슨 마술인가.

제1 : 별거 아니에요. 그냥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겁니다.

 

 

 

 

 

 

 

 

 

  • 디메트로돈 2013.07.01 13:15
    우왕! 완전 흥미진진해요 >ㅅ<
  • 비니루 2013.07.03 11:08
    재미있어요.
  • 하이아 2013.07.03 11:38
    PC통신 대화방이라는, 반갑고 그리운 소재네요. 다음 편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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