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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1 11:35

아리아드네의 실 5

조회 수 177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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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런데 우리 서로 반말하지 않았나?”

, 그랬나요?”

로매와는 학번은 같았는데, 아마 내가 한 살 어렸을 거다. 존대를 하다 말다 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 말 놓을게.”

, , 그래요.”

다시 해보자. 스무고개 모임.”

난 애처로운 눈빛으로 라면을 바라보다가,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숟가락에 물만두 하나를 담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냄비 뚜껑을 덮었다. 불겠군. 불겠어. 그런데 이놈은 몇 년 만에 나타나서 이게 웬 뜬금없는 소린가. 전화를 얼굴에서 떼어놓고 물만두를 오물거리고 있는데, 다시 로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내가 감격하거나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뜨개질 카페가 드디어 망했어. 혼수 전문 카페로 변했더라고.”

그것 때문에 전화를 건 거야? 8년 만에?”

로매가 그렇게 열렬했나? 원래 맛집 찾아다니기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놀기 좋아해서 여자 친구랑 데이트도 할 겸 스무고개를 하는 것 같았는데.

최근에 여고 형도 연락이 닿았어. **동에 살고 있더라고.”

아 그래? 그 형은 뭐해? 살아 있어?”

몰라? 그 형 자기 얘기 잘 안하잖아. 아무튼 살아는 있어.”

아 맞다, 민영이는 뭐해? 아직도 둘이 사귀어?”

민영이는 종종 봐, 하지만 이제 여자 친구는 아냐. 하하.”

오 그래?

아 그렇구나. 넌 요새 뭐해?”

, 이것저것 해보다가 지금은 그냥 알바 좀 하고 있어.”

알바? 나랑 비슷하네. 하하.”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대화는 뜨문뜨문해졌다. 8년이면 꽤 긴 시간이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이 하나도 없는, 그것도 남자 둘이, 전화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남자들이 하릴없이 군대 얘기를 즐기는 것은, 비록 다른 부대에서 복무했어도 그 시간을 함께 나눈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불편한 공백을 이용해서 나는 재빨리 라면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별로 할 생각 없나봐?”

, .”

여보세요?”

, 괜찮아. 그런데 그 모임은 여고 형이 전부였잖아. 여고 형 의지가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일단 자리라도 좀 깔아놓고 여고 형에게 말해보려고. 해보자.”

, 우리 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상황 같은데. 요새 그런 모임이 유지될 리도 없고.”

…….”

아 좀 심했나.

, 그게 아니라 요새 친척 집을 관리하느라 잘 나갈 수가 없어서.”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 인터넷으로 스무고개 하는 정도라면…….”

난 이게 항상 문제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것. 그리고 점점 미안해지는 것. 로매는 이걸 잘 알고 이용하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득달같이 전화기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 고마워! 정말 고마워!”

으응.”

그럼, 한번 만나야겠네.”

그래도 난 바보는 아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나는 위축된다. 그리고 그만큼 차가워진다.

로매, 진짜, 별일 없어? 무슨 일이야? 네가 아니, 우리가 이런 일로 함께 통화할 만한 사이야? 8년 동안 연락 한번 없었잖아.”

잠깐 침묵.

사실, 도움을 부탁하려고. 함께 얘기했으면 하는 문제가 있어.”

무슨 일인데?”

전화로는 말하기 어려워. 직접 봤으면 좋겠다. 괜찮아?”

로매의 말투는 갑자기 어두워졌다. 솔직히 나는 보험, 전기요, 옥장판 등을 생각했는데, 어설픈 감으로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스무고개’. 그래, 내 인생에서 제일 좋았던 시절이었지. 민영이도 한번 보면 좋겠고 여고 형도 조금은 그리웠다. 그래도 귀찮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또다시 집 핑계를 댔다.

, 친척 집 관리 때문에 나가기가 좀 그래서. 이쪽으로 올래?”

어디 사는데?

너 스무고개 때, 거기 알지? 거기 근처야. 하하

…… 그래? 거기? 그럼 **역 근처겠네? 거기서 보자. 그런데 오늘 일이 좀 있어서 9시 정도에 봐도 괜찮아?”

좀 늦네. 그만큼 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오늘은 마땅히 볼 프로그램도 없다.

그래. 그때 거기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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