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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휴고 상 단편 부문 수상작 '에메랄드 색 연구'입니다.

저작권에 문제가 있을 시에는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번역자는 milkwood님이고 번역자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4 휴고상 단편 소설 부분 상을 받은 닐 게이먼의 '에메랄드색 연구 (A Study in Emerald)'를 재미 삼아 앞 몇 장 번역해봤습니다. Professional Translation이 아니고 재미로 한 것이니 (R.C. 에 좀 지쳐서.......), 대충 보세요. 마음에 드시거나, 혹은 미심쩍거나 하면 닐 게이먼의 홈페이지(http://www.neilgaiman.com/exclusive/StudyinEmerald.asp) 원문 찾아보시고.


제목을 보고, 그리고 이 작품이 실렸던 잡지가 "Shadows over Baker Street"라는 것을 보고 무언가의 패러디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맞네요. 하지만 점점 반전이 생깁니다. 추리 팬들도 SF 팬들도 즐길 수 있을 작품이에요. 닐 게이먼의 팬은 말할 것도 없고. 제가 '바스커빌 가의 개'를 번역한 것이 이제 거의 2년 반이 되는지라, 비슷한 분위기를 살려서 한다고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용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른 글은 몰라도 번역물은 길건 짧건, 출처를 표시하건 아니건, 말없이 퍼가시면 안 됩니다. 일단 오류가 있을 경우, 계속 수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 첫번째 이유, 저작권 문제가 생길 경우 즉시 삭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에메랄드색 연구

닐 게이먼


1. 새 친구

희극과 비극의 결합! 장엄하고도 극적인 무대로 여러 유럽 왕가의 갈채와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유럽을 순회하고 돌아온 바로 그 연극 ‘스트랜드 플레이어즈 (The Strand Players)’가 오는 4월 드루리 레인의 로열 시어터에서 한정 특별 공연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이 연극에서는 ‘나와 닮은 형제 톰!’, ‘제비꽃 파는 소녀’와 ‘위대한 고대인들의 도래’ (화려함과 즐거움이 넘치는, 우리 시대 마지막 역사 서사극)이 각각 일 막으로 구성되어 공연됩니다! 티켓은 가까운 판매처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것은 광대함이라고 믿는다.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것. 암흑같은 꿈들.

그렇지만 나는 공상에 빠져 있는 중이다.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문학적인 사람은 아니니.

나는 하숙집을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를 만났다. 나는 하숙비를 같이 부담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서로의 지인이 세인트 바트에 있는 화학 실험실에서 우리를 소개해 줬다. “자넨 아프가니스탄에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군.”그가 이렇게 말을 하자 나는 입을 떡 벌리고 눈을 크게 떴다.

“놀랍군.”나는 말했다.

“별로 그렇지도 않아.” 후에 나의 친구가 될 운명이었던 하얀 실험 가운을 입은 낯선 이는 말했다. “자네가 팔을 드는 방식으로 보아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그것도 특별한 방식으로. 그리고 피부가 햇볕에 짙게 그을렸어. 그리고 자네는 군인의 태도를 지니고 있는데, 우리 제국 내에서는 군인이 그렇게 햇빛에 그을릴 만한 곳이 몇 없을 뿐더러 자네 어깨에 입은 상처의 속성으로 보건대, 아프간 동굴족의 고문 전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네.”

물론 그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지나치게 간단하다. 그렇지만 그 때는 정말 그랬다. 나는 개암빛으로 그을려 있었고, 정말로 그가 관찰한 대로 고문당한 적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신과 사람들은 야만인이었으며, 화이트홀이나 베를린, 심지어 모스크바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지배당하려고 하지 않았고, 이성이 통하지 않았다. 나는 _____연대에 배속되어 그 언덕으로 파견되었다. 언덕과 산에서 전투가 계속 벌어지는 한 우리는 동등한 입장에서 싸웠다. 그러나 전투가 동굴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게 되면 우리는 소위, 깊은 내면에서 나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지하 호수의 거울같은 수면을 잊지 못할 것이며,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그 호수로부터 나타났던 물체와 그것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 커다랗게 파리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 주위를 감싸던 노래하는 듯한 속삭임들도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나는 갈기갈기 찢겨 넝마가 된 정신을 붙들고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거머리같은 입이 나를 건드렸던 그 곳은 영원히 문신처럼 남아 이제는 시들어버린 내 어깨의 피부 속으로 하얗게 파고 들었다. 나는 한 때 발작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이제 그런 증상은 거의 사라졌지만, 일 페니를 내고 지하철을 타느니 기꺼이 군인 연금에서 귀한 돈 6펜스를 쪼개어 택시를 탈 정도로 지하에 대한 공포심은 남아 있었다.

그래도 런던의 안개와 어둠은 나를 안정시켜 주었고 사로잡았다. 나는 한 밤 중에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첫번째 하숙집에서 쫓겨났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 있었다.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

“나는 밤에 소리 지를지도 몰라.”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코를 곤다고 하더군.” 그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활동시간이 불규칙적인 데다가 벽난로 위 받침대를 사격 연습 과녁으로 쓰기도 해. 고객을 맞기 위해 응접실도 필요하고. 나는 이기적이고 사생활을 중시하고 싫증을 잘 내지. 이게 문제가 되겠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악수했다.

그가 베이커 가에 구한 방은 두 명의 독신 남성이 쓰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내 친구가 개인 생활을 원한다고 말한 것을 명심하고 그의 직업이 뭔지 묻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들이 많았다. 손님들은 항상 찾아 왔고, 손님들이 찾아오면 나는 응접실을 떠나 내 침실로 물러가면서도 이 사람들이 내 친구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생각했다. 한쪽 눈에 백태가 낀 창백한 얼굴의 여자, 외판원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남자, 벨벳 자켓을 입은 풍채가 당당한 신사, 그리고 다른 사람들. 어떤 손님들은 자주 찾아왔으나 보통은 한 번만 와서 그와 얘기를 한 뒤, 혼란스러운 표정이나 만족한 표정으로 떠났다.

그는 내게 불가사의였다.

어느 날 아침,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가 차린 근사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내 친구는 벨을 눌러 이 친절한 부인을 호출했다. “대략 사 분 쯤 뒤에 신사분이 하나 더 오실 겁니다.” 그가 말했다. “테이블에 자리 하나가 더 필요하겠지요.”

“알았어요. 소시지를 좀 더 구워야겠네요.” 부인은 말했다.

내 친구는 다시 아침 신문을 훑어보고 있었다. 나는 점점 참을 수 없어져 설명을 기다렸다. 마침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네. 어떻게 사 분 후에 손님이 올 거라는 것을 알지? 전보도 없었고, 어떤 전갈도 없지 않았나.”

그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몇 분 전에 마차가 덜거덕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나? 우리 집 앞을 지나갈 때, 속도를 늦췄지. 분명히 마부가 우리 대문을 확인한 거야. 그리고 속도를 내서 지나가 버렸지. 메릴본 로드 정도까지 갔을 거야. 거기는 기차역이나 밀랍박물관에 가려고 내리는 손님들이 많아서 마차와 택시가 붐비는 곳이거든. 그렇게 붐비는 속에서라면야 누구든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내려서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지. 거기서부터 여기까지가 사 분 거리 아닌가.....”

그는 회중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그가 시계를 들여다보는 동안, 밖의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레스트레이드.그가 불렀다. “문은 열려 있어. 소시지는 이제 막 구워서 나올 참이고.”

레스트레이드라고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괜찮습니다만.....”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오늘 아침에는 아침 식사를 못 했습니다. 그러니 소시지 몇 개 먹는다고 해서 안 될 것은 없겠죠.” 그는 이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몸집이 작은 남자로, 몸가짐이 고무 발명품이나 신기한 만병통치약을 팔러다니는 외판원같은 사람이었다.

내 친구는 하숙집 여주인이 방을 나가기를 기다려 말했다. “분명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겠지.”

“맙소사.”레스트레이드는 창백해졌다. "분명 말이 벌써 나돌리는 없을텐데요. 그렇지 않다고 해주십시오.”그는 소시지와, 청어 튀김과, 케저리, 토스트 접시를 싹싹 비우기 시작했지만 손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물론 아니지. 그렇지만 난 자네 마차가 끽끽 거리는 소리를 알고 있다네. 그런데, 이번에는 G 샾 음과 높은 C 음 사이에서 떨리더군. 그리고 스코틀랜드 야드의 레스트레이드는 공식적으로는 런던의 유일한 자문 탐정의 응접실을 찾아오면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결국 아침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찾아오지 않았나. 그러니 이번 건이 여느 사건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 그런고로, 우리 위에 있는 분이 연루되어 있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는 얘기지.”

레스트레이드는 턱에 흘러내린 계란 노른자를 냅킨으로 훔쳤다.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경찰관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내 친구도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자문 탐정하고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그게 뭐가 되었건 간에.

“아마, 이 문제는 사적으로 의논해야 될 것 같은데요.”레스트레이드는 나를 흘긋 보며 말했다.

내 친구는 장난꾸러기처럼 미소짓더니 개인적 농담을 할 때 으레 그러듯이 고개를 어깨 쪽으로 갸우뚱했다. “말도 안 돼. 두 사람 머리가 하나보다야 낫지 않겠나. 그리고 우리 중 한 사람에게 말하는 건 둘 다에게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내가 방해가 된다면.......”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는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레스트레이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한테는 마찬가지죠.”그는 잠시 후에 말했다. “사건을 해결해주면야 내 자리 그대로 있을 거고. 그렇지 못하면 쫓겨날테니. 본인 나름대로의 방법을 쓰시란 말 밖에 할 수 없군요. 그래봤자 더 나빠질 것도 없을테니.

“역사 연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게 하나 있다면, 항상 사태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걸세.”내 친구가 말했다. “언제 쇼어디치에 가게 되나?”

레스트레이드는 포크를 떨어뜨렸다. “이건 너무 심하군요!” 그는 외쳤다. “지금 여기 이 문제에 대해서 다 알면서도 나를 놀리는 겁니까? 부끄러운 줄 아세요.....”

“아무도 나한테 그 문제에 대해서 말해준 적 없네. 어떤 형사가 부츠와 바지 가랑이에 그 특이한 겨자색 노란 빛이 도는 진흙을 갓 묻힌 채로 내 방에 들어오면, 그가 최근에 쇼어디치에 있는 홉스 레인의 광산을 지났겠거니 하고 짐작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거기가 런던에서 유일하게 겨자색 진흙이 있는 곳인데 말야.”

레스르레이드 형사는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상당히 명확하군요.”

내 친구는 접시를 치웠다. “물론 그렇지.”그는 시험하듯이 말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이스트엔드로 갔다. 레스트레이드 형사는 메릴본까지 걸어가서 자기 마차를 타러 간다고 먼저 가버렸다.

“그래, 자네는 정말 자문 탐정인가?”나는 말했다.

“런던에서 유일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서 유일한 자문 탐정이겠지.”내 친구가 말했다.“나는 사건을 맡지 않네. 대신 자문만 해 주는 거지. 다른 사람들이 해결 못하는 사건을 가지고 와서 설명해주면, 때때로 내가 풀어준다네.”

“그럼 자네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는 경찰이나 탐정이지, 물론.”

맑은 아침이었지만 지금 우리는 세인트 자일즈의 빈민굴, 아름다운 꽃파는 아가씨의 얼굴에 생긴 암처럼 런던에 들러붙어 있는 도둑과 불한당들의 황무지의 가장자리를 덜컹거리며 지나고 있었다.

“내가 정말 따라가도 괜찮겠나?”

대답하듯 그는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나는 예감이 있네. 우리가 함께 있을 운명이라는 예감. 우리는 과거에나 미래에나 함께 나란히 용감하게 싸울 거야. 잘은 모르겠네.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좋은 동반자의 가치는 익혔지. 그리고 내가 자네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나는 자네를 내 자신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네. 그럼, 나와 함께 가야지.”

나는 얼굴을 붉히며 뭐라 헛소리를 해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치있는 인간이 된 기분이 들었다.

2.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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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은 쇼어디치의 싸구려 하숙집이었다. 정문에는 경찰관이 한 명 서 있었다. 레스트레이드는 그를 이름으로 부르며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내 친구는 문가에 쭈그리고 앉아 코트 주머니에서 확대경을 꺼냈다. 그는 집게 손가락으로 찔러가며 철로 만든 부츠 흙떨개에서 나온 듯한 진흙을 관찰했다. 만족할 만큼 보고나서야 그는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범죄가 저질러졌던 방임이 명백했다. 체구가 커다란 지방 검찰관 두 명이 옆을 지키고 서 있었다.

레스트레이드가 남자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옆으로 비켜셨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말한 대로, 나는 전문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내 말이 부정확할 수도 있으니 그 장소를 묘사하는 게 꺼려진다. 그렇지만, 일단 얘기를 시작했으니 계속 해야만 할 것 같다. 범죄는 그 작은 침대 가에서 이루어졌다. 시체는, 아니, 시체에서 남아 있는 것은 여전히 거기, 마룻바닥에 놓여 있었다. 나는 시체를 보기는 했으나,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대신 내가 본 것이라고는 희생자의 목과 가슴에서 뿜어져 나와 퍼진 것이었다. 짙은 녹색에서 풀색까지의 색깔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그것은 너덜너덜 해어진 양탄자에 스며들고 벽지에까지 튀어 있었다. 나는 잠깐 동안 에메랄드색 연구를 만들고자 작심한 악마같은 예술가의 작품이 아닌가 상상했다.

백년같이 느껴지던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정육점 주인의 도마 위에 놓인 토끼처럼 속이 벌어진 시체를 내려다보며 내가 보고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가늠하려 했다. 나는 모자를 벗었고 내 친구도 똑같이 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시체를 검사하며 잘린 상처와 틈을 검사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확대경을 꺼내어 벽으로 걸아가서 마른 혈액같은 방울을 살폈다.

“이미 다 조사했습니다.”레스트레이드 형사가 말했다.

“정말 했나?”내 친구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건 뭐라고 생각하나? 무슨 단어 같은데.”

레스트레이드는 내 친구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가서 올려다보았다. 빛바랜 노란 벽지 위, 레스트레이드의 머리 위 쪽에 푸른 피로 대문자로 쓰인 단어가 있었다. “레이체(RACHE)...?” 레스트레이드는 소리내어 읽으며 말했다. “분명 레이첼(Rachel)을 쓰려고 한 거겠죠. 그러다 방해를 받은 거고. 그러면 여자를 찾아야만 하겠군요...”

내 친구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는 시체로 돌아가서 손을 하나 하나 들어올렸다. 손끝에는 혈액같은 액체가 묻어있지 않았다. “저 단어는 이 왕족 분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네.”

“대체 어째서 그런 말을.....”

“친애하는 레스트레이드. 내게도 두뇌가 있다는 사실을 믿어주겠나. 이 시체는 보통 인간은 아니야. 피의 색깔을 보게, 팔다리의 숫자. 눈, 얼굴의 위치. 이 모든 게 왕가의 혈통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나. 어떤 왕가인지는 말할 수 없네만, 감히 말하자면, 계승자, 아마, 아니 제 2 왕위 계승자, 어디 독일 공국 중의 하나겠지.”

“정말 놀랍군요.” 레스트레이드는 망설이더니 말했다. “이분은 보헤미아의 프란츠 드라고 왕자이십니다. 빅토리아 여왕님의 손님으로 알비온에 오셨던 거죠. 여기는 휴일에 기분 전환 겸.....”

“극을 보러 오신 거겠지. 거기에 창녀촌과 도박장을 겸해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레스트레이드는 기가 팍 죽어보였다. “어쨌거나 이 레이첼이라는 여자를 찾으라는 좋은 실마리를 주셨습니다. 비록 우리가 자력으로도 그 여자를 찾아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물론이지.”내 친구는 말했다.

그는 방을 좀 더 검사하며, 경찰 부츠가 발자국을 어지럽혔다느니, 전날 밤에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쓸모가 있는 물건들을 마음대로 옮겼다느니 하며 경찰들을 향해 여러번 쓴 소리를 해 댔다.

여전히 그는 문 뒤에서 발견한 작은 진흙 조각에 흥미가 있어보였다.

난롯가 뒤에서 그는 뭔가 재나 먼지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해냈다.

“자네 이거 봤나?”그는 레스트레이드에게 물었다.

“여왕 폐하 소속의 경찰이라면,” 레스트레이드가 대답했다. “난롯가의 재같은 것에 흥분해서는 안 되죠. 재란 언제나 그런 데서 발견되는 법 아닙니까.” 그리고 그는 자기 말에 낄낄댔다.

내 친구는 재를 한 줌 집어 손가락 사이에 문지르더니 남은 냄새를 맡았다. 마침내 그는 그 물질의 남은 부분을 떠서 코트 안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왔던 유리병 속에 넣었다.

그는 일어섰다. “그럼 시체는?”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경찰에서 가족에게 보낼 겁니다.”

내 친구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둘 다 문으로 나왔다. 내 친구는 한숨지었다. “형사, 레이첼 양을 찾겠다는 자네 계획은 아마 무위로 돌아갈 거야. 무엇보다도 라헤(Rache)는 독일 단어네. 복수란 뜻이지. 사전 좀 찾아봐. 다른 뜻도 있을테니.”

우리는 계단 아래로 내려와 거리로 나갔다. “오늘 아침 이전에는 왕족을 본 적 없지, 본 적 있나?”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 광경은 신경에 거슬릴 수 있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본다면. 이런, 이 친구. 자네 떨고 있군!”

“용서하게. 잠시 후면 괜찮아질거야.”

“걸으면 도움이 될까?” 그가 묻자 나는 걷지 않으면 소리를 지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러자고 했다.

“그럼 서 쪽으로 가지.” 내 친구는 궁전의 어두운 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그럼,” 잠시 후 내 친구가 말했다. “유럽의 왕가 중 누구와도 개인적으로 만나 본 적이 없나?’

“없었어.” 나는 말했다.

“한 번 더 보게 될 거라고 내 장담하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체가 아닐 거야. 바로 곧.”

“이 친구야, 어째서 그런 장담을 하나?”

대답대신 그는 우리 앞에 45 미터 정도 앞에서 멈춰 서 있는, 검은 칠을 한 마차를 가리쳤다. 검은 모자와 두터운 코트를 입은 남자가 문 옆에 서서 문을 열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알비온에 있는 모든 어린이들에게는 익숙할 문장이 마치 문 위에 금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거절할 수 없는 초대로군.” 내 친구가 말했다. 그는 자기 모자를 시종에게 맡겼고 나는 확실히 그가 상자 같은 마차로 올라가 가죽 쿠션에 편안히 기댈때 미소짓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궁전으로 가는 길에 나는 그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눈을 감고 생각에 깊이 빠진 듯 했다. 나로서는 독일 왕가에 대해서 아는 게 뭐 있나 생각해보려 했지만, 여왕의 부군이신 알버트 공이 독일인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갈색과 은색, 검은색과 청동색의 동전을 한 움큼 꺼냈다. 나는 각각 동전에 찍힌 우리 여왕님의 초상화를 들여다보며 애국적인 자긍심과 강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한 때 군인으로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으며, 이 말이 단순한 진실이었던 시기를 생각했다. 잠시 동안 나는 발작에 시달리던 때를 기억했다. 심지어 나는 저격병에 대한 것도 기꺼이 떠올렸다. 그러나 내 오른 손이 마치 마비된 것처럼 떨리기 시작해서 동전들이 딸그락딸그락 부딪혔을 때는 단지 후회만이 느껴졌다.

3. 궁전

마침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헨리 지킬 박사의 ‘지킬 파우더’ 가 대중화에 성공, 일반 출시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알려드립니다. 더 이상 소수의 특권의 영역이 아닙니다. 내면의 자신을 해방하세요! 내면과 외면의 청결을 위한 약! 남녀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영혼의 침체로 고통 받고 있는 현대, 지킬 파우더를 사용하시면 즉시 싼 가격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닐라 향과 본연의 맨소래담 향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여왕의 부군이신 알버트 공은 키가 크신 분으로 인상적인 팔자수염을 기르고 이마가 서서히 넓어지는 모습이 말할 수 없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보이셨다. 공은 복도에서 우리를 맞아 내 친구와 내게 고개만 끄덕일 뿐 우리의 이름도 묻지 않고 악수를 청하지도 않으셨다.

“여왕의 심기가 몹시 불편하시오.” 공은 외국어 억양이 묻어나는 말투로 말했다. 공은 ‘ㅅ’을 ‘ㅈ’로 발음했다. 몹지, 불편하지오,처럼. “프란츠는 여왕이 가장 총애하는 친척 중 한 명이었소. 조카가 많지만. 가장 여왕을 웃겨 드렸거든.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꼭 밝혀내야 하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 친구가 말했다.

“내 그대의 논문을 읽었소.” 알버트 공이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이 사건의 자문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오. 내 판단이 옳기를 바라오.”

“저도 그러하옵니다.” 내 친구가 말했다.

그 때, 거대한 문이 열리고 우리는 어둠 속으로 안내되어 여왕의 존안을 뵙게 되었다.

여왕은 700년 전 우리를 전투에서 무찔렀기에 빅토리아라고 칭해졌고, 영광스러운 분이었기에, 글로리아나라고 칭해졌으며, 인간의 입은 그 진정한 이름을 발음하도록 생기지 않았기에 여왕이라고 칭해졌다. 여왕은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훨씬 거대했으며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도 않고 우리를 응시했다.

이 자아건은 반드지이 해결지이으리라.
어둠 속에서부터 말이 흘러나왔다.

“그럴 것입니다. 폐하.” 내 친구는 말했다.

팔 하나가 꿈틀거리더니 나를 가리켰다.
앞으로 다가저어라.

나는 걷고 싶었으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 친구가 그 때 나를 구원하러 와 주었다. 그는 내 팔꿈치를 잡고, 여왕 폐하 앞으로 이끌었다.

무저어워 할 것은 없느니라. 가치이있는 일이리라. 동반자아가 된다는 거즈은.
여왕이 내게 하신 말씀이었다. 여왕의 목소리는 아주 달콤한 저음으로 아련하게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둘둘 감겨 있던 팔이 풀려 뻗어나와 내 어깨를 만졌다. 잠시동안, 아주 잠시 동안 내가 이제껏 겪었던 어떤 것보다도 더 깊고 심오한 고통이 찾아왔으나 곧 평안한 느낌이 널리 퍼져 고통을 대신했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이래 처음으로 어깨의 근육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그러자 내 친구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빅토리아는 그에게도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여왕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그 말들이, 어쨌든, 여왕의 마음에서 그의 마음으로 직접 전해진 것인지, 이것이 내가 역사책에서 읽은 ‘여왕의 권언’이라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확실합니다, 폐하. 쇼어디치에 있는 그 방에서 그 날 밤 조카분은 다른 두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비록 발자국이 어지럽혀지기는 했으나, 확연한 사실입니다.” 그리고나서, “네, 이해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네.”

우리가 궁전을 떠날 때 그는 조용했으며 베이커 가까지 마차를 타고 돌아오면서도 내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궁전에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다.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안개의 손가락이 도로와 하늘 위에 구불구불 펼쳐졌다.

베이커 가로 돌아가자마자, 내 방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어깨를 가로질러 나있던 하얀 상처가 분홍빛 흔적으로 변한 것을 살펴 보았다. 나는 이것이 상상이 아니기를,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 때문이 아니기를 바랬다.

4.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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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변장의 대가라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어야겠지만, 나는 정말로 놀랐다. 그 후로 열흘 동안 신기한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인물들이 베이커 가에 있는 우리집 대문을 드나들었다. 나이 지긋한 중국인, 젊은 난봉꾼, 뚱보, 전직이 약간 의심스러운 빨간 머리 여자, 발이 붓고 통풍에 걸려 붕대를 감은 연약한 늙은이. 이 모든 사람들이 다 내 친구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쇼에 출연하기 위해 ‘옷을 빨리 갈아입는 연예인’의 뺨을 칠 만한 속도로 내 친구로 변해서 걸어나오곤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을 벌이며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다만 쉬면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가 솔직히 내가 볼 때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기호들을 종이에 끄적이기도 했다. 그는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몰두하고 있는 듯 보여서 그의 건강이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늦은 오후, 그는 편안한 웃음을 얼굴에 띄우며 자기 옷차림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서 연극에 관심있냐고 물었다.

“보통 사람들 정도지.” 나는 말했다.
“그럼 자네 오페라 글래스를 가지고 오게.” 그가 말했다. “드루리 레인으로 가야겠어.”

나는 가벼운 오페라나 뭐 그런 것을 기대했으나 우리가 간 곳은 비록 로열 코트의 이름을 따기는 했지만, 드루리 레인에서 가장 열악한 극장으로, 솔직히 말해서 드루리 레인에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세인트 자일즈의 빈민굴로 이어지는 샤프트베리 로의 끝에 있는 데였다. 내 친구의 충고에 따라 나는 지갑을 숨기고, 그를 본받아 육중한 지팡이를 들고 갔다.

일단 의자에 앉고 나자 (나는 관객에게 오렌지를 파는 예쁜 아가씨에게서 3페니를 주고 오렌지를 하나 사서 기다리는 동안 빨아먹었다.) 내 친구는 조용히 말했다. “자네는 도박장이나 매음굴 같은 데로 나를 따라오지 않았던 것만 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할 거야. 물론, 정신 병원도 포함해서. 프란츠 왕자는 그런 데를 방문하기를 즐겼다더군. 그렇지만, 한 번 이상 간 적은 없었어. 오직 ......”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고 커튼이 올라갔다. 내 친구는 입을 다물었다.
나름대로 괜찮은 쇼였다. 세 개의 일막 연극이 공연되었다. 우스꽝스러운 노래가 막 사이에 연주되었다. 주연 남자 배우는 키가 크고 나른한 남자로 노래하는 목소리가 멋졌다. 주연 여배우는 우아했으며, 그녀의 목소리는 극장 내에 울려퍼졌다. 코미디언들은 재잘거리는 노래들을 재치있게 불러댔다.

첫번째 극은 신분이 뒤바뀌어 벌어지는 코미디로, 주연 남자 배우는 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우스꽝스러운 불운들이 겹쳐서 어쩌다 같은 아가씨와 약혼하게 되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 역을 맡았다. 물론 아가씨는 재미있게도 자기는 한 남자와 약혼했다고 믿고 있는 설정이었다. 배우가 한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바뀔 때마다 문이 열렸다 닫혔다.

두번째 극은 온실 제비꽃을 팔다가 눈속에서 굶어죽는 고아 소녀의 가슴 아픈 얘기로, 마지막에 가서는 소녀의 할머니가 소녀를 알아보고 그 아이가 십 년 전에 도둑떼에게 도둑맞은 손녀라는 것을 확인했으나 때는 너무 늦어, 차갑게 몸이 얼어버린 천사같은 아이는 마지막 숨을 거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손수건을 여러 번 꺼내어 눈을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은 의식을 고취하는 역사극으로 마무리되었다. 전체 출연진은 현대로부터 700년 전, 해변가 마을에 사는 남녀를 연기했다. 그들은 바다 저 멀리 어떤 형체가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남자 주인공은 기쁨에 가득차 마을 사람들에게 예언되었던 대로 고대인들이 잠든 채로 기다리며 죽음의 시간을 보냈던 릴예나 어두침침한 카루사, 렝의 평야로부터 돌아오는 것이라고 외쳤다. 코미디언은 다른 마을 사람들이 파이를 너무 많이 먹고, 에일을 너무 많이 마셔서 헛것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마 신의 사제를 연기하는 풍채가 당당한 신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바다에서 온 형체는 괴물과 악마기 때문에 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남자 주인공은 사제의 십자가로 사제를 해치워버리고, 다가오는 ‘그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여자 주인공은 잊혀지지 않는 아리아를 부르고 그 동안, 놀라운 마술 랜턴의 트릭으로 인해 마치 ‘그들’의 그림자가 무대 뒤편 하늘에 드리워지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알비온의 여왕 자신과, 이집트의 검은 신(거의 남자의 형상으로 묘사된)이 등장하고 그 뒤를 고대의 염소, 1000인의 부모, 모든 중국의 황제, 대답불가능한 차르, 신세계를 지배하는 구원자, 북극 요새의 백색의 아가씨,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각개의 그림자가 무대를 가로지르거나 나타났을 때는 청중의 목구멍에서는 자발적으로 장엄하게 ‘허!’라는 탄성이 터져 나와 공기가 스스로 진동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달이 색칠한 하늘 위로 떠오르면 연극적인 마술의 마지막 장면으로 달은 그 높이에서 옛날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처럼 희미한 노란색에서 오늘날 우리를 비추는 달처럼 위안이 되는 선홍색으로 변했다..

모든 출연진들은 인사를 했고 관중들은 환호와 웃음으로 커튼콜을 보냈으며, 커튼이 내려진 후에 쇼는 끝났다.

“그래,” 내 친구가 말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재미있군, 재미있고도 멋져.” 나는 말했다. 박수를 하도 많이 쳐서 손이 쓰렸다.

“단호한 친구라니까.” 그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무대 뒤로 가볼까.”

우리는 밖으로 나가 극장 옆 골목길로 가서 뒷문으로 갔다. 문 옆에는 뺨에 종기가 난 여자가 바쁘게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내 친구가 그녀에게 방문증을 제시하니, 그녀는 우리를 건물 안으로 안내했고 우리는 계단을 올라 작은 공동 탈의실로 갔다. 기름 램프와 촛불이 더러워진 거울 앞에서 녹아내리고 있었고, 남자와 여자들은 성별에 상관없이 분장을 지우고 의상을 벗고 있었다. 나는 눈을 돌렸다. 내 친구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버넷 씨 계십니까?” 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

처음 연극에서 여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 역을 연기했고, 마지막 극에서는 성질 나쁜 여관 주인의 딸을 연기한 젊은 여자가 맨 끝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 “쉐리! 쉐리 버넷!” 그녀는 외쳤다.

대답을 하며 나타난 남자는 마르고, 무대 조명 아래서 본 것보다는 진부하게 잘생겼다는 느낌이 덜했다. 그는 불가사의하게 우리를 쳐다봤다. “이런 즐거움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만......”

“내 이름은 헨리 캠벌리입니다.” 내 친구는 약간 발음을 질질 끌며 말했다. “나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듯 싶은데요.”

“그런 영광은 누려보지 못했음을 고백해야겠군요.” 버넷이 말했다.

내 친구는 이름을 새긴 명함을 배우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별로 꾸미지 않은 태도로 흥미를 가지고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공연 흥행사? 신세계에서 오셨다고요? 이런 이런, 그럼 이 분은......”그는 나를 보았다.

"이 쪽은 내 친구, 세바스찬 군입니다. 그 업계에 종사하는 건 아니고요."

나는 연극을 대단히 재미있게 봤다고 웅얼웅얼 인사하고 배우와 악수를 나누었다.

“한 번도 신세계에 가본 적 없습니까?” 내 친구는 물었다.

“그런 영광은 아직 누려보지 못 했습니다. 그는 인정했다. “물론 그 곳을 방문하는 것이 나의 가장 간절한 소망이기는 해도.”

“이런, 안 됐군요.” 내 친구는 신세계인 특유의 편안하고 격식차리지 않는 태도로 말했다. “어쩌면 소원을 이루실지도 모르죠. 그 마지막 연극 말입니다. 이전에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어서요. 직접 쓰셨습니까?”

“ 극작가가 내 친한 친구입니다. 제가 마술 랜턴 그림자 쇼 장치를 고안하긴 했지만, 오늘 무대보다 더 나은 공연은 못 보실 겁니다.”

“극작가라고 하는 친구분 성함이 어찌 되시죠? 직접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버넷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터라, 공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무대와 연관은 안 가지려고 하거든요.”

“알겠습니다.” 내 친구는 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런 후 그는 주머니를 가볍게 두드렸다. “미안합니다.” 그는 입을 열었다. “내 담배 쌈지를 깜박 잊었네요.”

“전 독한 검은 살담배를 피웁니다만.” 배우가 말했다. “그러나 괜찮으시면.......”

“잘 됐군요!” 내 친구는 다정하게 말했다. “왠걸, 저도 독한 살담배를 피우거든요.” 그는 배우의 담배로 파이프를 채웠고 두 사람이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는 동안 내 친구는 맨하탄부터 더 먼 남쪽 대륙의 끝까지 줄곧 신세계의 도시를 순회하는 공연 계획에 대해서 묘사했다. 첫 막은 우리가 본 마지막 연극이 되어야 할 터였다. 연극의 나머지 부분은 선조들이 인류와 그 신들을 지배하는 내용이 되면서 사람들에게 존경해야 할 왕가가 없었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 일들, 야만과 암흑의 세계를 그려야 줘야 한다. “그렇지만 그 신비스러운 전문 직업을 가진 친구분이 이 극의 저자가 되어야 할 터이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그 분이 혼자 결정하셔야겠지요.” 내 친구는 불쑥 끼워넣었다. “우리의 극은 그 분의 작품 아닙니까. 그렇지만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올 것이고 입장 수익의 상당 몫을 드릴 것을 보증하죠. 오십 퍼센트는 어떻습니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로군요.” 버넷이 말했다. “이 모든 것이 단지 백일몽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아닙니다, 선생.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내 친구는 자기 파이프를 피우며 상대의 농담에 낄낄대며 말했다. “내일 아침 베이커 가의 제 방에 와주시지요. 아침 식사 후, 열시 쯤 어떻습니까. 작가 친구분과 함께요. 저는 계약서를 작성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에 배우는 자기 의자에 올라서더니만 다들 조용하라는 의미로 박수를 쳤다. “신사 숙녀 여러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는 맑게 울리는 목소리로 방안을 가득 채우며 말했다. “이 신사분은 공연 흥행사이신 헨리 챔벌리씨로 우리 모두를 대서양 넘어 명예와 재산이 있는 나라로 데려가 주신답니다.”

몇몇은 환호했고, 코미디언이 말했다. “그럼 우리 반찬 메뉴도 청어와 절인 양배추에서 좀 변화가 생기겠군.” 코미디언은 웃었다.

모든 이가 미소짓는 가운데 우리는 극장을 나와 안개가 맴돌고 있는 거리로 나섰다.

“이보게, 무슨 일인지는 잘.......” 나는 말했다

“더 이상 말하지 말게.” 내 친구가 말했다. “도시에는 귀가 많은 법이야.”

우리는 마차를 잡을 때가지 더 이상 말을 나누지 않았고 택시에 올라타자 채링 크로스 로드를 따라 구불구불 올라갔다.

그 때까지도 그는 입을 열지 않고 파이프만 물고 있다가 반쯤 태운 속내용물을 작은 양철깡통에 비웠다. 그는 양철 깡통에 뚜껑을 눌러 닫고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럼,” 그가 말했다. “키 큰 남자는 찾아낸 셈이군, 아니면 날 네덜란드 인이라고 해도 좋아. 이제, 우리는 절름발이 의사가 내일 아침 우리에게 올만큼 탐욕과 호기심이 있기만을 바래야겠지.”

“절름발이 의사라고?”

내 친구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붙인 이름일세. 우리가 왕자의 시체를 봤을 때 발자국과 그 밖의 것들로 미루어볼 때, 그 날 밤 그 방에는 두 남자가 있던 것이 확실하네.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라면, 키 큰 남자는 우리가 막 마주친 남자고, 더 작은 쪽은 절름발이로 의학계를 배신하는 전문적인 기술로 왕자의 창자를 빼버렸지.”

“의사가?”

“그럼. 이런 말을 하긴 싫지만, 내 경험으로 봐서는 의사가 타락하게 되면, 최악의 불한당보다도 더 비열하고 음함한 존재가 된다네. 산성 용액에 시체를 녹였던 허스튼이 있었고, 일링에 프루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가져온 캠벨이 있었고......” 그는 우리가 이동하는 내내 유사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계속 늘어놓았다.

전세 마차는 커브길 옆에 멈춰섰다. “일 파운드 십 펜스이구만요.” 마부가 말했다. 내 친구는 그에게 플로린 금하를 하나 던져주었고, 운전 기사는 받아 운두가 높은 누더기 모자 위에 찔러 넣었다. “두 분 다 감사드립니다요.” 그가 호령하자, 말은 안개속으로 또각또각 걸어가 버렸다.

우리는 대문으로 걸어갔다. 내가 문을 열자, 내 친구가 말했다. “이상하군. 우리 마부는 모퉁이에 서 있는 남자는 안 태우고 가버렸는데.”

“교대 시간에는 그러잖아.” 나는 지적했다.

“그러기는 하지.” 내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그 날 밤 그림자를 꿈꾸었다. 태양을 점점이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들로, 나는 절망에 가득차 그들을 향해 소리쳤지만 그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5. 껍질과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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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레이드 형사가 처음으로 도착했다.

“자네 부하들을 거리에 배치시켰나?” 내 친구가 물었다.

“그렇게 했습니다.”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오는 사람은 다 들여보내지만 떠나려고 하는 사람은 다 체포하라고 엄중한 명령도 내려 놨습니다.”

“자네 수갑은 소지하고 있고?”

대답 대신 레스트레이드는 포켓에 손을 넣고 으스스하게 수갑 두 짝을 절컥절컥 흔들여 보였다.

”이제 선생님,” 그가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무얼 기다려야 하는지 얘기 좀 해주시겠습니까?’
내 친구는 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냈다. 그는 파이프를 물지 않고 그의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지난 밤의 양철 깡통과 쇼어디치의 그 방에서 가지고 있었던 것임을 알아 볼 수 있는 그 유리병을 꺼냈다.

”저게,” 그가 말했다. “증명이 될 거라고 믿네만, 우리 버넷 선생을 위한 관 못이 되어줄 거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나서 그는 회중 시게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 놓았다. “그들이 오기까지 몇 분이 남았군.” 그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복고주의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나?”

“하나도 없는데.” 나는 말했다.

레스트레이드는 기침했다. “제가 예상하고 있는 얘기를 하시려는 거라면,” 그는 말했다. “그 문제는 그대로 놔두는 게 좋겠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그러기엔 너무 늦었네.” 내 친구가 말했다. “고대인들이 온 것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좋은 것이라고 믿지 않는 않는 자들일세. 인류의 무정부주의자로, 옛날로 회복하려는 자들이지. 인류가 자신의 운명을 조절하던 때 말이야.”

“이런 선동하는 말은 듣지 않겠습니다.”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경고하겠는데요......”

”나야말로 등신처럼 굴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네.” 내 친구가 말했다. “왜냐하면 프란츠 드라코 왕자를 죽인 것이 바로 이 복고주의자들이기 때문이야. 그들은 우리의 주인들에게 우리를 암흑 속에 홀로 놓아두라는 헛된 노력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일세. 왕자는 라키 (rache)에 의해서 살해당했네. 사냥개를 일컫는 고어지. 레스트레이드도 사전을 찾아보면 알았을 거야. 또한 복수를 의미하기도 해. 그러니 사냥꾼들은 살인이 저질러진 방의 벽에 서명을 남긴 것이지. 화가들이 캔바스에 서명을 남기는 것처럼. 그렇지만 그가 왕자를 죽인 살인범은 아닐세.”

“절름발이 의사군!” 나는 외쳤다.

“잘 맞췄네. 그날 밤 거기에는 키 큰 남자가 있었지. 글자가 눈높이에 쓰여있는 걸 보고 그의 키를 짐작할 수 있었네. 그는 파이프를 피웠지. 난롯가에 재와 담배 찌꺼기가 타지 않은 채 남아있었어. 그리고 그는 편안히 파이프를 난로 위에 털었네. 작은 남자는 할 수 없는 일이지. 담배는 특이한 잎담배를 혼합한 것이었어. 방에 있는 발자국은 대부분 자네 부하들에 의해서 지워지기 했지만, 문 뒤나 창문 가에는 선명히 남아 있는 게 몇 개 있었네. 누군가 거기서 대기하고 있었던 거지. 보폭으로 보아 더 키가 작은 남자고 오른쪽 다리에 더 무게가 실려있었지. 밖으로 나가는 길에서 선명한 발자국 몇 개를 더 발견했는데, 바깥에 있던 흙떨개에 묻은 진흙 색깔과는 달랐기에 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 키 큰 남자는 그 방으로 왕자와 함께 들어왔고, 나중에 걸어나갔어. 거기서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던 남자는 인상적으로 왕자를 잘라내버렸지.”

레스트레이드는 불편한 듯 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 잡음을 냈다.

“나는 며칠 동안이나 폐하의 행적을 추적했네. 도박장에서 매음굴로, 술집에서 정신 병원으로, 파이프를 피우는 남자와 그의 친구를 찾아다녔지. 별로 소득은 없던 차에, 보헤미아의 신문을 찾아볼 생각을 하게 되었네. 거기서 왕자의 최근의 활동에 대해서 뭔가 실마리를 얻을까 해서. 신문에서 영국 극단이 지난 달 프라하에서 공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것도 프란츠 드라코 왕자의 앞에서.......”

“맙소사.” 나는 말했다. “그래서 쉐리 버넷이라는 친구가...”

“복고주의자지. 정확히.”

내 친구의 지성과 관찰 능력에 경이를 감출 수 없어 머리를 흔들던 찰나,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우리 사냥감이 왔군!” 내 친구가 말했다. “이제 조심하게!”

레스트레이드는 의심할 바 없이 피스톨을 감추고 있는 게 틀림없는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는 초조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내 친구는 외쳤다. “들어와요!”

문이 열렸다.

버넷도 아니고, 절름방이 의사도 아니었다. 심부름을 해주며 잔돈푼을 얻어 사는 거리의 부랑아 중 한 명으로 내가 어릴 때는 “길거리와 행인의 하인”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이었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그가 말했다. “여기 헴리 캠벌리씨가 계십니까? 어떤 신사분이 쪽지를 전해달라고 하는데요.”

“내가 그 사람이네.” 내 친구가 말했다. “그럼 육 펜스를 줄테니, 그 신사분이 전해달라는 쪽지가 뭔지 말해 보겠나?”

자기 이름이 위긴스라고 자청해서 밝힌 젊은 청년은 돈을 일단 깨물어본 뒤 집어넣고서야 그에게 쪽지가 준 명랑한 남자는 검은 머리에 키가 큰 쪽이었으며 말해줬으며 파이프를 피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그 쪽지를 가지고 있으니, 임의대로 옮겨 적어본다.


존경하는 선생님께.

선생님을 헨리 캠벌리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요. 본인 이름이 아니실테니요. 그처럼 고명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본명을 놔두고 가명을 쓰신 것에 놀랄 따름입니다. 저는 손에 넣을 수 있는 한 선생님의 논문을 다 읽기도 했습니다. 실로, 2년 전 쯤에는 소행성의 운동역학에 대한 선생님의 논문을 읽고 어떤 이론적 예외에 대해서 유익한 서신을 주고 받은 적도 있습니다.

어제 저녁 만나뵙게 되어 정말로 반가웠습니다. 오실 때 시간을 절약하고자 미처 신경을 못 쓰셨을 사소한 것들이 현재 선생님께서 종사하고 있는 직업을 알아맞추는 데 사소한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먼저, 파이프를 피우는 남자가 새로 사서 안 쓴 파이프를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서도 담배가 없다는 것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겠지만서도, 극히 있을 법한 일은 아니지요. 순회 공연에서의 보수에 대한 일반적 개념이 없는 공연 흥행사가 과묵한 전직 군인과 (잘못 생각한 게 아니라면, 아프가니스탄인 것 같습니다만.) 같이 다니는 게 있을 법한 일이 아닌 것처럼요. 공교롭게도 런던의 거리에도 귀가 있다는 말씀은 맞지만서도, 앞으로는 처음 오는 마차는 타지 마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마부도 귀가 있거든요. 쓰고자 한다면 말이지요.

선생님의 가정 중 하나는 참으로 정확합니다. 실제로 그 혼혈 동물을 쇼어디치의 뒷방으로 꾀어낸 것은 저였습니다.

이 말이 위안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왕자의 유흥 취향에 대해서 약간 알게 되었기에 저는 그에게 콘월의 수녀원에서 납치한 여자를 조달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유일하게 그의 손길 만을 받게 될 것이며, 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완전히 광란에 빠져버릴 여자 말입니다.

그런 여자가 존재했더라면, 왕자는 여자를 취하는 동안 그 여자의 광기를 즐겼겠지요. 잘 익은 복숭아에서 과육은 다 빨아먹고 껍질과 씨앗만 남겨놓는 남자처럼요. 나는 그들이 이런 짓을 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들이 더 심한 짓을 행하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아닙니다. 그 대가치고는 너무 엄청납니다.

그 선량한 의사는-- 나와 같은 신념을 갖고 있고, 실제로 그는 관중을 기쁘게 해주는 기술을 가진 터라 우리의 작은 공연의 대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칼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쪽지를 보내드리는 이유는, 잡을테면 잡아 보라는 식의 약올리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존경스러운 의사와 나는 떠나기 때문이고, 선생님은 우리를 찾지 못할 테지만, 잠시나마 내가 대적할 가치가 있는 상대로 여겨졌던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지옥 너머에서 온 비인간적인 존재들보다는 훨씬 가치있는 것이니요.

스트랜드 플레이어스는 새 주인공을 찾아야할 것만 같은 우려가 드는군요.

저는 버넷이라고 서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사냥이 끝나고 세계가 복구되는 그 날까지, 저를 단순히 이렇게 기억해 주십시오.

라키.

.

레스트레이드 형사는 문으로 달려가서 그의 부하들을 불렀다. 그들은 마치 버넷 배우가 거기서 파이프 담배나 피우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위긴스 청년보고 전갈을 받았던 그 장소까지 안내하라고 했다. 창문 너머로 우리, 내 친구와 나는 그들이 달려가는 것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친구들 런던을 떠나는 모든 기차와 유럽이나 신세계로 떠나는 모든 배를 세우고 수색을 하겠군.” 내 친구는 말했다. “키 큰 남자와 작고 몸매가 건장하며 살짝 발을 저는 의사 일행을 찾겠지. 항구를 폐쇄할 거고. 이 나라를 떠나는 모든 길을 봉쇄할테지.”

“경찰들이 그들을 잡을 것 같은가? 그럼?”

내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몰라,” 그는 말했다. “그렇지만 그와 그의 친구는 지금 이 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세인트 자일즈의 빈민굴에 있을 걸. 경찰들이 수십명씩 몰려다니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 그리고 그들은 이 소동이 다 사라질 때까지 거기 숨어있겠지. 그리고 나서 자기 임무를 하게 될 거고.”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나?”

“왜냐면,” 내 친구가 말했다. “우리 처지가 반대였으면 내가 그렇게 했을 것이기 때문이야. 그나저나 그 쪽지는 태워버리게.”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지만 확실한 증거 아닌가.” 나는 말했다.

“이건 선동하는 헛소리일 뿐이야.” 내 친구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쪽지를 태워버렸다. 실로 나는 레스트레이드가 돌아왔을 때 태웠다고 말했고, 그는 내 분별력을 칭찬했다. 레스트레이드는 그의 일을 계속 했으며, 알버트 공은 내 친구에 편지를 보내 그의 추리력을 치하하지만
범인이 아직 도주중인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경찰들은 아직 실명이 무엇이건 간에 쉐리 버넷을 잡지 못했으며, 존 왓슨이라는 (어쩌면 제임스였을지도 모르고) 전직 군의로 잠정적으로 신분이 밝혀진 살인 공범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기이하게도 그도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는 우리가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여왕이 만져준 나의 어깨는 점점 나아서 살이 다시 돋고 치유되고 있었다. 곧 나는 다시 한 번 명사수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몇 달 전 우리끼리만 있던 어느 날 밤, 나는 내 친구에게 편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라키라고 서명한 남자와 서신 교환을 한 기억이 나냐고 물었다. 내 친구는 잘 기억하고 있으며, 그 “시거슨” (그 때는 그 배우는 자기 이름을 그렇게 밝혔으며 아이슬랜드 인이라고 주장했다)이라는 사람은 내 친구의 등식에 영감을 받아 질량과 에너지와 가상의 광속 사이의 관계를 더 밝히는 대략의 이론들을 제시했다고 했다. “물론 헛소리지.” 내 친구는 웃지도 않고 말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영감을 받은 위험한 헛소리였어.”

궁에서는 마침내 여왕이 이 사건에 있어서 내 친구의 공로에 만족하며 이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본다는 전언을 보내왔다.

그렇지만 나는 내 친구가 그 사건을 그대로 놔둘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일 때까지는 끝나지 않을 사건이었다.

나는 쪽지를 간직했다. 나는 이 사건을 얘기하면서 말하지 않았어야 할 일들까지 얘기했다. 내가 만약 분별력있는 인간이라면, 이 종이들을 태워야겠지만, 내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재도 비밀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원고를 내 은행의 비밀 상자 안에 넣어 모든 살아있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는 열지 말라는 지시를 남길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러시아에서 생긴 사건을 비추어볼 때,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 날이 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두렵다.

S______________ M_________ 대령 (퇴역)
베이커 가.
런던, 뉴 알비온. 1881.
  • poirot 2004.09.06 15:28
    수고많으신 milkwood님..잘 읽었습니다
  • 피델 2004.09.06 20:24
    3장에 오타 찾았습니다 "알아볼 수 있는" -> 없는
  • 피델 2004.09.06 20:26
    waxworks는 아마도 마담 뛰소의 밀랍 인형 박물관을 가리키는 것 같네요.
  • milkwood 2004.09.07 00:24
    아, waxworks는 피델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타. 생각하고 찾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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