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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양은 예순일곱쯤 된 부인이었다. 베이츠씨를 만나자마자 하트 양은 트로이에게 남편도 집에 없는데 외간 남자를 받아들인 사정을 설명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넌지시 비췄다. 성경을 내놓자 하트양은 즉시 납득하고서는 비문(碑文) 전문가 다운 태도로 성경을 쓱 훑어보며 웍스태프 가문에 대한 얘기를 붙잡고 늘어졌다.
“확실히 이건 그 가문에 내려오는 성경이네. 성경이 그 집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 그 사람들은 진짜 정신이 이상한 족속들이었다니까. 정말 행실이 못된 사람들이었지, 정말로 행실이 나빴어요. 특히 지미 영감은.”
하트양이 말했다.
“그 지미 영감이란 분은 누구죠?”
베이츠씨가 탐욕스럽게 물었다.
하트 양은 검지손가락으로 웍스태프 가문의 이름이 씌어있는 목록 중 맨 마지막을 슬쩍 가리켰다.
“윌리엄 제임스 웍스태프 (William James Wagstaff). 1870년 출생. 사망일자는 나와있지는 않지만 1921년 사월이었지. 이 목록을 끝맺을 사람이 남아있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지요. 그 조카딸을 빼면. 나는 걔는 셈에 안 넣거든. 내가 본 중에 가장 말괄량이 계집애였지요.”
“조카딸요?”
“패니 웍스태프 말이에요. 고아였지. 지미 영감이 데려다 키웠어요. 질질 끌고 왔다는 게 더 맞는 말이려나. 지미 영감은 늙은 술주정뱅이 난봉꾼이었고 결국 인생도 주정뱅이에 걸맞게 끝났지. 사람들 말로는 지미 영감이 조카딸을 그렇게 때렸다는데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난 그 애가 매 좀 맞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하거든.”
하트 양은 목소리를 낮춰 거의 트로이에게 비밀을 털어놓듯 속삭였다.
“행실이 바른 애가 아니었거든. 무슨 뜻인지 알겠지?”
트로이는 그러기를 기대하는 것 같아서 꺼림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정뱅이에 걸맞는 끝이라고 하셨습니까?”
베이츠가 다시 말을 끄집어냈다.
“그렇고 말고. 토요일 밤 장이 파하고 난 뒤였지. 잠옷바람으로 계단 꼭대기에서 떨어져서는 포석이 깔린 홀 바닥에 부딪쳐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어요.”
“그럼 지미 영감이 죽은 뒤 하트양 아버님이 그 저택을 사신 거로군요?”
트로이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집과 정원을 사셨지요. 리처드 데스가 농장을 샀고. 몇 년 동안이나 그 농장을 사려고 애썼거든. 그 농장으로 자기 집을 둥글게 에워쌀 수 있도록. 그 사람하고 지미 영감은 저 일을 두고 칼부림을 하기도 했어. 그리고 리처드는 무신론자라서 일곱개의 봉인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다툼으로 번진 거지.”
“무슨 말씀이신지?”
베이츠씨가 물었다.
“신성 모독이라는 거지!”
하트 양이 소리쳤다.
“바로 그런 걸 극단적인 신성모독이라고 하는 거지요. 일곱개의 봉인은 웍스태프가 창시한 교파거든. 교구 목사님이 자기 일을 제대로 할 줄 안다면, 웍스태프를 파문해버렸어야 했는데 말이야.”
하트양이 이 이론을 제대로 펴려고 하는 순간, 창문에 거대한 몸집에 검은 옷을 칭칭 싸고, 보름달 같은 얼굴을 한 여자의 모습이 나타나 방해를 받았다.
“누구 집에 있어요?”
새로 나타난 사람은 기운차게 읊어댔다.
“운좋은 아가씨를 위한 전보가 왔어요. 와서 받아가요!”
나타난 사람은 마을의 우편배달부인 심슨 부인이었다.
하트 양은 ‘흠, 그러면 그렇지!’ 하고 신랄하게 웃었다.
“이런, 미안해라.”심슨 부인은 자기 바로 코 밑에 있는 창문 의자에 놓인 성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손님이 계신지 몰랐네. 지나가는 길에 쏙 집어넣고 가려고 했는데.”
트로이는 편지를 읽는 동안 심슨 부인은 숨을 헐떡이며 창문턱에 걸쳐 앉아 당황해서 움츠러든 베이츠씨를 쳐다보았다.
“나는 더위를 잘 타서 말이에요.”
부인이 베이츠씨에게 말했다.
“아주 쪄 죽겠네
“고마워요. 심슨 부인. 답장은 없어요.”
트로이가 말했다.
“알았다우. 잘 있어요.”
심슨 부인은 베이츠씨와 성경을 한 번 더 빤히 쳐다본 뒤 하트 양을 보고 비웃는 듯한 웃음을 한 번 지은 뒤 뒤뚱뒤뚱 사라져버렸다.
“로리한테 온 거에요. 일요일 저녁에 집에 온다는군요.”
“저 여자라면 확실히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거야.”
하트 양이 단언했다.
“저렇게 동네에서 제일가는 참견쟁이한테는 분수를 똑바로 가르쳐줘야 하는데 말이야. 정말 별꼴 다 보겠네!”
하트 양이 점심 식사 내내 노발대발 화를 내는 바람에 트로이와 베이츠씨가 하트양을 설득해서 최후의 웍스태프 가문 사람에 대한 얘기를 끝마치게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지미 영감은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죽어서 그의 조카딸이 물려받은 것 같았다. 조카딸은 즉시 모든 것을 팔아버리고 그 동네를 떠나, 하트양이 슬쩍 비친 바대로는 자유로운 삶을 찾아 런던이나 파리로 갔다고 했다. 하트 양은 물론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하뎃 가문에 대해서 말하자면, 하트 양도 아는 바가 없었고, 그들과 결부된 성경 구절을 표시한 부분을 들춰 볼 마음도 없는 것 같았다.
점심식사 후에 트로이는 하트양에게 자신의 그림 세 점을 보여주었다. 그 그림 모두 현대 미술 전시회에서는 고가로 팔릴 만한 것으로, 하트양은,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정말 뭔가 있어보이는 작품을 하나 골랐다. 하트양은 트로이와 베이츠씨가 교구 목사관까지 자기와 동행해서는 거기서 베이츠씨가 마을 전설에 대해서는 권위자인 목사님을 만나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로이는 직접 경품에 내 놓을 그림을 건네줘야 하고.
베이츠씨가 하트 양 뒤로 물러나서 계속 간청하는 듯한 몸짓을 하면서 얼굴을 계속 찡그리지만 않았더라도 트로이는 이 영광을 거절했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을 수확제 장식에 쓰일 채소들이 꽉꽉 들어차있는 하트양의 차를 타고 출발했다.
“그리고 이 심슨이라는 여자가 자기 호박으로 등을 팔 생각이라면, 정신 좀 차려야 할걸! 허!”
하트 양은 말했다.

성(聖) 커스버트 교회는 측면을 둘러싸고 작은 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오래된 교구 교회였다. 엄청나게 높은 교회탑은 명물로 일컬어지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예배당에 하트양은 대가다운 손놀림으로 차를 갖다 댔다.
트로이와 베이츠씨는 하트양이 예배당에서 열릴 바자회에 내놓을 작은 호박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호전적 외모에 트위드 양복을 입은 남자가 하트양 쪽을 보고 히죽 웃으며 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우상에게 바칠 제물이로구만.” 그는 야유했다.
이 사람이 바로 무신론자인 리처드 데스였다. 하트 양은 그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예배당 안으로 안내했다.
예배당 안에서 목사가 호박 바자회 준비를 하느라 열심인 주홍빛 얼굴의 중년 남자와 한 떼의 부인네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목사는 마르고 상냥한 사람으로 하트 양을 무서워하는 건 확실했지만 트로이의 모습을 보고 소심하게 기뻐하는 것 같았다. 성경을 보여주자 마자 목사는 흥분해서 즉시 지미 웍스태프 영감 얘기로 빠져들었다.
“모든 면에 있어서 무절제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목사는 한숨지었다.
“정말로 영감이 설교를 하면서 동시에 술을 미친 듯이 퍼 마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영감은 토요일 밤이면 스타 앤 가터 밖 대로에서 설교를 해댔죠. 술이 잔뜩 취해서는 말도 안 되는 신성모독적인 얘기를 쏟아놓은 거에요. 영감은 자기 신도들에 대해서 얘기하고는 했지만, 신도라고 해봤자 조카딸 패니 웍스태프 밖에 없었어요. 아마 조카딸도 영감 손아귀에 꽉 쥐어잡혀서 영감을 뿌리칠 수 없었던 거겠죠.”
“에드워드 필브로우가,”
하트양은 그들 곁에 바짝 붙어서 있는 중년 남자를 머리로 가리키며 말했다.
“영감을 종하고 같이 물에 빠뜨려버렸지.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싸움을 했어요. 귀가 꽉 막힌 사람이지.”
하트양은 베이츠씨의 놀란 표정을 알아채고 덧붙였다.
“에드워드는 지금은 성당지기지요. 그리고 마을의 포교원이고.”
“뭐라고요!”
베이츠씨는 외쳤다.
“아, 네.”
목사가 대답했다.
“이 마을에는 포교원이 배정되어 있어요.”
목사는 귀에다가 손을 둥그렇게 말아 대고 있는 필브로우씨에게 다가갔다. 목사는 필브로우의 귀에 대고 고함을 쳤다.
“언제부터 포교를 시작했지, 에드워드?”
“1921년 9월 21일부터요.”
필브로우도 도로 소리쳤다.
“나도 그런 것 같군.”
그들의 태도에는 그들이 벌써 과거 50년 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한 점이 있었다. 심지어 1779년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먼 옛날이 아닌 것 같았으나 아쉽게도 그들 중 아무도 하뎃 가문 사람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해보죠.”
목사는 베이츠씨를 초대했다.
“교회 기록을 검사해볼까요. 그렇지만 확실히 말씀드리지만 하뎃이라는 가문은 없어요. 한 명도 없었죠.”
트로이는 베이츠씨의 입가에 아주 고집스러운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목사는 베이츠씨에게 교회를 둘러보라고 권했고, 둘 다 트로이가 따라오기를 기대하는 듯해서 트로이는 그렇게 했다. 오솔길에서 그들은 주머니에서 종이로 싼 병이 삐죽 나와있는 리처드 데스씨를 다시 한 번 마주쳤다. 그는 모자에 손을 잠깐 갖다대어 트로이에게는 인사하고 분홍빛으로 얼굴색이 변해서 ‘안녕하십니까, 데스씨’라고 인사하는 목사는 한 번 쏘아보더니 서둘러 가버리려고 했다.
베이츠씨는 애원하듯 트로이에게 속삭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한 두 마디 나눠보고 싶습니다만…….”
그래서 트로이는 어쩔 수 없이 베이츠씨를 소개해야만 했다. 별로 성공적인 만남은 아니었다. 베이츠씨가 아직도 들고 있던 성경에 대한 화제를 꺼내자 마자 데스씨는 미신에 대해서 통렬한 비판을 퍼붓기 시작하더니 지미 웍스태프 영감에 얘기가 나오니 과거를 회상하며 혼자 분노의 상태에 빠져버렸기 때문에 베이츠씨는 트로이와 함께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길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이미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는 태양의 풍성한 황금빛 속에 잠겨 있는 교회뜰에서 목사를 따라잡았다.
“저기 그 집 사람들이 모두 묻혀 있습니다.”
목사는 비석들이 죽 줄지어 서있는 쪽으로 자애로운 손짓을 하며 말했다.
“16세기 이후로부터 웍스태프 가문 사람들이 다 있죠. 하지만 하뎃은 없어요. 베이츠씨.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뾰족탑을 올려다보며 섰다. 비둘기들이 저 멀리 머리 위 쪽 발코니로 날아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었다. 발치에는 포석을 깐 바닥에 낮은 갖돌로 가장자리를 둘러놓은 작은 구역이 있었다. 베이츠씨가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자 목사가 그의 팔에 한 손을 올려 놓았다.
“거긴 안 됩니다.”
목사가 말했다.
“괜찮으시겠죠?”
“가면 안 돼요!”
필브로우씨가 뒤에서 고함쳤다.
“그 피투성이 돌 위에 발을 올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
베이츠씨는 뒤로 물러섰다.
“에드워드는 욕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목사님은 부드럽게 설명했다.
“저 친구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거기에는 슬프고 무서운 사연이 있답니다, 베이츠씨.”
“정말로요?”
베이츠씨는 열렬하게 물었다.
“정말입니다. 몇 년 전에, 우리가 얘기했던 바로 그 때, 1921년의 일인데요. 우리 마을 처녀 중의 한 사람, 루스 월 (Ruth Wall) 이라고 하는 아주 예쁜 처녀가 탑 발코니에서 떨어져서 죽은 일이 있었죠. 그 처녀는 비둘기 먹이를 주러 거기 올라가곤 했다는데 낮은 난간에 몸을 기대다가 균형을 잃은 모양이에요.”
“아!”
필브로우는 확실히 목사의 연설의 취지를 생각한 듯 흥미를 가득 담아 소리쳤다.
“끔찍한 일이죠, 끔찍해요. 그리고 그 처녀 다음에 그 애인도 그랬다구요. 끔찍한 일이지요!”
“어머, 그럼 안 되죠!”
트로이는 항의하듯 외쳤다.
목사는 필브로우씨를 진정시키려고 다독거렸다.
“그 청년이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요. 네. 그리고 며칠 후였어요. 사이먼 캐슬 (Simon Castle)이라고 하는 청년이었죠.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답니다. 사람들 말로는 자살이 틀림없다고 하지만, 글쎄요 내 생각이 틀릴지는 모르지만, 전 좀 그런 생각이 안 듭니다. 아무튼 짧게 말해서 그 청년은 저기 처녀 옆에 묻혔지요. 보시고 싶으면 보십시오.”
1,2분 정도 그들은 비석 옆에 섰다.
“루스 월. 교구의 처녀. 1903-1921. 내가 그에게 평강을 강같이 주리라. (이사야서 66장 12절 – 역주)”
“사이먼 캐슬. 교구의 청년. 1900-1921. 주 여호와께서 모든 얼굴에서 눈물을 씻기시니 (이사야서 25장 8절 – 역주)”
그 때쯤 되자 오후 시간도 점점 지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떴지만, 베이츠씨는 성경을 꼭 붙들고 비석을 바라보며 교회뜰에 홀로 남아 있었다. 사냥꾼의 열정의 빛이 여전히 그의 눈 속에서 번득였다.


트로이는 일요일 저녁 예배시간까지 베이츠씨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예배당 통로를 지나가는 길에 트로이는 가장 뒤쪽 좌석에 앉아 있는 그를 지나쳤다. 트로이는 베이츠씨의 거대한 성경책이 좌석 밑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성가대는 “저 밭에 농부 나가”라는 찬송을 불렀다. 심슨 부인은 오르간을 쾅쾅 울려대고 있었고, 뭔가 소박한 향기처럼 녹색채소 종합 세트 같은 냄새가 났다. 리처드 데스를 제외한 리틀 코플스톤의 모든 주민이 수확제를 위해 그 자리에 모여 있었다. 마침내 목사가 하트 양의 제일 큰 호박을 지나쳐 단상으로 올라갔고 에드워드 필브로우가 한 개만 남겨두고 모든 전등을 끄자 모두들 설교를 듣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농부는 씨뿌리기 위해 밭으로 나갑니다.”
목사가 설교를 시작했다. 그는 간결하게 잘 말하고 있었지만 트로이의 정신은 딴 데를 떠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수 세기를 거치며 지미 영감이 괴상한 일을 시작할 때까지는 웍스태프 가문의 여러 세대가 줄곧 앉아있었을 자리를 떠돌며 가여운 루스 월과 사이먼 캐슬이 같은 찬송가책을 보며 설교 시간 동안 손을 잡고 있었을지를 생각했고 마침내는 스튜어트 세익스피어 하뎃과 피터 룩 하뎃이 1779년에 교회의 어두운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있다가 설명도 없이 잊혀진 것이나 아닌지 궁금해했다.
우리는 여기에 있어, 트로이는 몽롱한 상태에서 생각했다. 그리고 저기에, 바깥 교회 뜰에 있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계속 뒤로 뒤로 물러나서……
트로이는 한 소녀를 보았다. 저녁 햇빛 속에 찬란히 빛나는 소녀가 발코니에서 수많은 날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그녀는 떨어지고 있었다. 끔찍하게도 허공 속으로. 트로이는 구역질이 치밀어오른 것처럼 몸을 떨며 몽롱한 상태에서 깼다.
“그리고 돌 바닥에……”
목사가 말하고 있었다. 트로이는 죄책감을 느끼며 나머지 설교에 귀를 기울였다.


베이츠씨가 발코니에 나타났다. 그는 성경을 갓돌 위에 놓고 달빛이 비친 나무 꼭대기와 저 아래 무섭게 펼쳐져 있는 교회뜰을 바라다보았다. 그는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다. 횃불에서 나오는 빛이 문설주 위에서 춤추었다.
“빠르시네.”
올라온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 일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고백하자면 아주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여기, 현장에서 해야만 했어요. 그 쪽이 정말로 알아내고 싶다면……”
“그렇지만, 알고 싶습니다, 알고 싶다고요!”
“시간이 별로 없는데. 성경은 가져왔어요?”
“특별히 부탁하셨으니까……”
“에스겔서 십이 장을 펴면 내가 불을 비춰주죠.”
베이츠는 성경을 폈다.
“십삼 절요. 거기!”
베이츠씨는 앞으로 몸을 숙였다. 성경이 기울어지며 움직였다.
“조심해야지!”
그 목소리는 몰아붙였다.
베이츠씨는 몸을 미는 것을 거의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는 책이 손 아래서 떨어지며 페이지가 찢겨나가는 것만 느꼈다. 그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수많은 날개가 활개치는 소리였다.

“그리고 영원하기를……”
목사는 목소리를 바꿔서 동쪽을 보며 말했다. 신자들은 일어섰다. 목사는 마지막 찬송가를 부를 시간임을 알렸다. 심슨 부인이 전주를 울려댔고 트로이는 헌금함에 낼 돈을 찾아 주머니 속을 더듬었다. 이제 모두들 한 줄로 서서 가을 달빛 속으로 나갔다.
교회뜰은 쌀쌀했다.사람들은 삼삼오오 서 있었다. 한 둘은 벌써 묘지 대문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트로이는 데스씨의 것으로 생각되는 목소리를 들었다.
“내 생각에는,”
그 목소리는 야유했다.
“당신이 다산제에서 보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여느 때나 다름없이 술에 취했군, 딕 데스.”
누군가 적의도 품지 않고 응수했다. 보통 때처럼 웃음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뜨기 시작했을 때 교회탑 바닥의 그림자로부터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 않고 서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림자로부터 성직복을 입은 목사가 나왔다. 트로이는 목사의 얼굴을 보자 아픈 게 틀림없다고 생각해서 그에게 다가갔다.
“안 돼, 안 됩니다!”
그는 말했다.
“여자분은 안 돼요! 에드워드! 에드워드 필브로우는 어디있죠?”
그 뒤, 교회탑 발치에는 어두운 웅덩이가 패여 있었다. 그렇지만, 트로이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었기 때문에 웅덩이 속에 바닥에 떨어진 인형처럼 사지가 부러진 인물의 형체가 쓰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밤공기가 회오리치며 교회를 떠돌자 죽은 자의 머리 밑에 깔려 있던 거대한 성경의 한 페이지가 파드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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