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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록 : 천변풍경 (1/4)

글: 한동진 (원안: 한상진)

경성은 예로부터 조선에서 으뜸 가는 도시였다. 하지만 왜인들은 내지(內地: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외지의 도시를 발전시키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지, 아니면 조선 땅을 영구히 낙후된 상태로 놔 두길 원했는지, 자신들이 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손을 보는 데서 그쳤다. 그 때문에 경성은 아세아(亞世亞: 아시아)의 다른 이름난 대도시들에 비해 한 발짝 뒤처진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경성에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북경(北京: 베이징)처럼 웅장하지도 않고, 상해(上海: 샹하이)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대판(大坂: 오오사카)처럼 번성하지도 않고, 동경(東京: 토오쿄오)처럼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고졸하고 단아한 맛이 살아 있는 도시였다. 뒤로는 높은 산(북한산)이 떠받치고 앞으로는 넓은 강(한강)이 흐르는 넓은 분지의 남쪽은 본정통에서 황금정에 이르기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흥청대는 번화가였으나, 북쪽은 푸른색 기와지붕이 넓게 펼쳐진 고즈넉한 거리였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근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은 오래된 기와집이란 형태로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이었다.

문제는 남과 북을 가르고 근대와 전통을 구분하는 경계선, 청계천이었다.

천변엔 허름한 판잣집이 끝도 없이 늘어섰고 다리 밑엔 비럭질로 연명하는 거지떼로 우글거렸다. 장마비가 쏟아지면 금새 물이 불어나 도로까지 차 올랐지만, 가뭄이라도 들면 바짝 말라붙어 보기 흉한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남촌과 북촌을 가리지 않고 하수구란 하수구는 모두 청계천에 이어져 있었다. 상류는 그나마 깨끗한 편이지만 하류는 시꺼먼 구정물이나 다름없었다. 후덥지근한 여름철엔 썩은내를 풍기기 일쑤였고, 바람이라도 불면 숨막히게 역겨운 냄새가 온 시내에 진동을 했다. 다행히 가을이 되면 악취가 가라앉고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개천이 통째로 얼어 매끄러운 빙판길이 되었다. 그러면 아이들이 즐거운 함성을 지르며 썰매와 팽이를 들고 쏟아져 나왔다.

1931년, 한 해가 저물어갈 무렵에도 청계천은 어김없이 얼어붙었다. 그 위에 함박눈이 두껍게 쌓이면서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가 되었다. 하지만 천변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새하얀 눈은 고통스런 추위의 상징에 지나지 않았기에, 썰매를 달리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높아질수록 그들의 근심은 깊어만 갔다.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향연과 흰 눈을 짊어진 판잣집의 고통이 이루는 극단적인 대립, 그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천변의 세밑 풍경이었다.

나는 설홍주와 함께 냇가를 거닐던 중에 먼 발치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곳 판자촌 사람들이 겨울을 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네그려. 그나저나 이렇게 볼품 없고 초라한 냇물에 '청계천'이란 멋들어진 이름을 갖다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인들의 상상력은 풍부하다 못해 지나치다는 생각마저 드는군."

"우리 조상님들이야 상상력은 물론이고 해학도 풍부하신 분들이셨지." 설홍주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냇물의 이름을 청계천으로 바꾸고, 이 모양 이 꼴이 되도록 방치한 건 총독부의 일본인 관리들이라네(주 1). 그들의 무능함으로 말하자면 우리 조선인들의 상상력으로도 차마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지."

그날 아침, 우리는 기분전환 삼아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하지만 한겨울의 공기는 지나치게 싸늘했고,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천변의 추레한 모습은 가슴을 무겁게 할 뿐이었다.

"신문을 보니 총독부의 나으리들께선 저 냇물을 시멘트로 발라 버리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주장하는 모양이더군(주 2)."

"그러니 무능한 관리들이란 거네." 설홍주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피고름이 줄줄 흐르는 환부를 도려내진 못할 망정 어설프게 눈가림이나 하려 들다니,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나? 사실, 멀쩡하게 흐르는 냇물에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처바르겠다는 생각부터가 글러먹은 걸세."

"그리고 만일 그런 짓을 한다면 저기 사는 사람들도 갈 데를 잃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겠지."

나는 청계천 다리 아래, 허술한 움막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한 무리의 거지떼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가혹한 운명에 배신당하고 냉혹한 사회에 버림받아 밝고 뜨거운 햇빛을 피해 어둡고 습한 다리 밑에 기어들어간 패배자들, 그들은 빨래라곤 해 본 적이 없는 누더기로 앙상한 몸뚱이를 가린 채, 초점을 잃고 유리 단추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무정한 세상을 응시했다.

"어쩌면 총독부 관리들이 감추고 싶은 건 구정물이 썩는 냄새가 아니라 저 사람들일지도 모를 일이군. 청계천 다리 밑에 창궐하는 거지떼야말로 총독부의 존재 가치를 부도난 은행 수표처럼 평가 절하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증거이니 말일세."

설홍주는 담배를 꺼내 물고 성냥을 그었지만 찬바람 때문에 단번에 불이 붙지 않았다. 몇 번을 애쓴 끝에 겨우 불을 붙이고, 하얀 입김이 섞인 담배 연기를 길게 토해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날이 차가우니 담배 맛조차 느껴지지 않는군. 산보는 이쯤에서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어떻겠나?"

"그래, 온돌방에 앉아 뜨끈한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다른 이야기나 하도록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리는 그 길로 천변을 떠나 전차를 타고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허도순 부인이 1층 거실에 쭈그리고 앉아 마룻바닥에 열심히 걸레질을 하는 게 보였다. 설홍주는 모자를 벗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다.

"다녀왔습니다, 허 부인. 저희가 나갔다 오는 사이에 별 일은 없었는지요?"

그러자 그녀가 얼굴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설 선생, 아까 전에 선생을 찾는 손님이 와서 위층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손님! 그거야말로 겨울의 끝을 알리는 봄바람처럼 반가운 소식이군요."

설홍주는 손을 비비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허 부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찼다.

"선생께서 그런 손님까지 반가워 할지는 잘 모르겠구려."

"그런 손님이라뇨?"

설홍주의 물음에 허도순 부인은 이마에 주름살을 잡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지라고요, 거지! 그것도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새끼 거지에요. 정말이지, 어찌나 꼬질꼬질한지 눈 뜨고 봐 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억지로 얼굴하고 손을 씻기고 아들놈 어렸을 적 옷을 입혀서 올려보냈죠. 원래 입던 옷은 빨아도 별 수 없고 기워도 별 수 없을 넝마조각이라 삶아서 걸레로나 써야겠어요."

"그렇게 베푸셨으니 나중에 복 받으실 겁니다, 허 부인."

"쓸데 없는 말 하지 말고 얼른 올라가서 그 꼬마하고 볼일이나 보세요."

허도순 부인은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내더니 다시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에 몰두했다. 설홍주는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밟으며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허 부인의 넉넉한 마음씀씀이는 가히 조선 여인의 귀감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지. 너무 고지식한데다 퉁명스러운 게 단점이긴 하지만 말일세."

"하늘의 베푸심은 언제나 공평해서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재능을 내리지 않는 법이지. 헌데 꼬마 거지라는 게 대체 누굴까?"

"글쎄, 그거야 이제 곧 알 수 있겠지."

설홍주가 그렇게 말하면서 방문을 열자, 거실 탁자에 앉아 있던 소년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설 선생님."

이제 겨우 열 둘이나 열 셋으로 보이는 앳된 소년이었다. 꾀죄죄한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였지만 면도날처럼 예리한 눈빛은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고 또랑또랑한 목소리엔 기운이 넘쳤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체격도 듬직해서 허 부인이 입혀준 옷이 꽉 낄 정도였다.

"저는 김두한(주 3)이라고 합니다. 우리 수표교 꼭지(주 4)의 일로 선생님께 긴히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어서 오게나, 김 군." 설홍주는 손을 내밀어 김두한과 악수를 나눴다. "내가 설홍주고 이쪽은 내 절친한 친구인 한의사 왕도손일세."

"안녕하세요, 왕 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김두한은 내게도 머리를 숙였다.

설홍주는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김두한을 마주보고 앉아 설교조로 말했다.

"그나저나 아직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그렇게 싸움질을 해서야 쓰겠나. 앞으로는 자중하도록 하게."

"어라? 제가 싸움을 했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김두한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설홍주는 이렇게 답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일세. 자네 양 손의 정권(둘째, 셋째 손가락의 앞 돌기)은 넓고 굵게 튀어나와 있더군. 그렇게 열심히 정권을 단련하는 사람은 권술가 아니면 싸움꾼뿐이라네. 그런 사람이 피딱지가 앉은 얼굴로 나타나 검붉은 피멍이 잡힌 손으로 악수를 청한다면, 최근에 싸움판을 벌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겠지."

"대단하세요. 그걸 한 번에 알아맞추시다뇨. 실은 어제 광통교 꼭지가 와서 싸움을 걸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나가서 한 판 떳죠."

"상처가 대단찮은 걸 보아하니 최소한도 지지는 않은 모양이군."

"예, 저야 살짝 긁힌 것뿐이지만 광통교 꼭지는 떡이 되도록 맞았죠. 다 큰 어른이 질질 짜는 게 별로 보기 좋진 않더라고요."

소년이 낄낄거리며 웃자, 설홍주가 정색을 하고 엄하게 질책했다.

"주먹 자랑을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가는 편이 좋을 거야. 나는 동네 꼬마들의 무용담이나 듣고 있을 정도로 한가로운 사람이 아냐."

"저라고 해서 싸움질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에요." 김두한은 한 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 두들겨 맞으니까 어쩔 수 없이 맞상대를 하는 것뿐이라고요."

"얻어 맞기 전에 상대방을 먼저 두들겨 패야 한다는 건 핑계거리에 불과해. 왜놈들이 중국과 아라사(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도 그렇게 터무니없는 명분을 내세웠지."

그 말에 김두한이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고개를 떨궜다. 설홍주는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며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나는 방 선생(주 5)이 아니니 훈계는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지. 그보다는 자네가 날 찾아온 용건이나 듣는 편이 좋을 것 같군."

"예, 실은 왜놈들이 사흘 전에 우리 꼭지를 잡아간 일로 도움을 청하고자 온 겁니다."

"왜놈들이 수표교 꼭지를 잡아가다니?" 설홍주는 담뱃불을 붙이다 말고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설명해 보게나."

"그 전에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전 사실 나면서부터 거지는 아니었어요. 동냥질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석 달째죠." 소년은 부끄럽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3년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한동안 외숙댁에 얹혀 살았죠. 하지만 외숙댁 사정도 별로 넉넉하지 않고 해서 올 봄에 큰 맘 먹고 집을 나와 무작정 경성에 올라왔죠. 힘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막노동을 뛰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더든요. 그래서 공사판을 전전했지만 가는 곳마다 십장들한테 퇴짜를 맞았죠. 나이가 너무 어린 데다가 별 기술도 없어서 시킬만한 일이 마땅치 않다나요? 몇 날 며칠 동안 밥 한 그릇 먹지 못하고 노숙을 하던 중에 정진영(주 6)이란 친구를 만나서 수표교 거지 패거리에 들어가게 된 거에요.

근데 우리 수표교 패거리의 꼭지는 별명이 '왕초'였죠. 김선웅이란 번듯한 이름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어요. 집채만한 덩치에 힘이 장사라서 왕초란 별명이 훨씬 잘 어울렸거든요. 다른 꼭지들도 우리 왕초 앞에선 다들 벌벌 기었죠.

그런데 사흘 전 밤이었어요. 우리 패거리끼리 다리 밑 움막에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왜놈 순사들이 쳐들어 오더라고요. 모두 여섯 명이었죠. 가끔 가다 순사들이 와서 날치기나 도둑질을 한 거지를 잡아가긴 했지만, 그럴 때도 한두 명이 오는 게 고작이었죠. 그렇게 많은 순사들이 몰려온 건 처음 봤어요. 왕초는 우리들 앞에선 의연하게 밥그릇을 내려놓고, 순사들 앞에선 허리를 굽실거렸죠.

[아이구, 나리들께서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그러자 대장 같아 보이는 자가 잔뜩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무슨 일로 오긴 무슨 일로 왔겠나? 널 잡으러 왔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순사들이 몽둥이를 뽑아들고 휘두르기 시작했죠. 젠장, 완전히 사람을 개 패듯이 하더라고요. 난다 긴다 하는 왕초도 이내 머리에서 피를 철철 뿜으며 쓰러졌죠.

[아니,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맞을 때 맞더라도 이유나 알고 맞읍시다.]

피범벅이 된 왕초는 순사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져서 하소연을 했죠. 아, 글쎄, 그랬더니 그놈들이 더욱 호되게 몽둥이 찜질을 퍼붓더라고요.

[왜 이러는 지는 네가 더 잘 알 거다, 이 살인자야!]

매에는 장사가 없다더니, 정말 그 말이 맞더군요. 멧돼지처럼 튼튼한 왕초도 금새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버렸죠. 그러자 순사들이 포승줄로 왕초를 꽁꽁 묶어 짐짝처럼 끌고 가더라고요. 그 꼴을 보노라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더군요. 당장 앞으로 뛰쳐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죠.

[이봐요, 순사 아저씨들. 우리 꼭지가 무슨 죄를 졌다고 잡아가는 거죠?]

그랬더니 순사 대장이 군도(軍刀:주 7)를 뽑아서 제 목에 들이밀었죠. 차가운 칼끝이 목젖을 찌르는 감촉에 등줄기가 오싹해지더군요.

[감히 꼬맹이 주제에 경찰이 하는 일을 방해하겠다는 거냐? 여기 이 왕초 녀석은 살인죄, 사람을 죽인 죄로 잡혀가는 거야. 알겠냐? 이 놈을 함부로 비호했다간 크게 덤터기를 뒤집어 쓸 테니, 닥치고 가만히들 있는 게 좋을 거야!]

[아니, 왕초가 누굴 죽였다는 거야?]

모여 있던 우리 패거리가 그렇게 수근거리자, 대장놈이 목청을 높여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네놈들 두목 왕초는 8일 새벽에 본정통에서 일어난 강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거다. 혹시 그날의 사건에 대해서 뭔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앞으로 나오도록 해!]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았어요. 다들 어깨를 움츠리고 쭈뼛거리기만 했죠. 대장놈은 칼을 집어넣으며 눈살을 찌푸리더군요.

[거지떼는 역시 뼛속까지 거지 근성이 들어찼군. 말을 하라고 해도 입을 다문 채 구걸하듯이 머리만 처박고 있으니 말이야. 더럽고 어리석은 놈들 같으니라고, 네놈들은 여기서 죽을 때까지 평생 구걸이나 해라!]

녀석은 우리들한테 가래침을 뱉더니 다른 순사들과 함께 정신을 잃고 늘어진 왕초를 푸댓자루처럼 질질 끌고 갔죠. 너무너무 억울했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우린 기댈 대라곤 하나도 없는 거지인 걸요.

게다가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이라고, 수표교 왕초가 왜경에게 잡혀갔다는 소문이 돌기가 무섭게 다른 다리 패거리들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서더군요. 그 중에서 제일 먼저 행동에 나선 게 광통교 꼭지였죠. 그 자식은 항상 우릴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었거든요. 어제는 부하 수십 명을 끌고 와서 아예 우리 다리를 접수하려 들더군요. 다행히 제가 녀석을 쓰러트린 덕분에 당분간은 한 숨 돌리게 됐지만, 오래 버티긴 힘들 것 같더라고요. 나이 먹은 사람들은 죄다 다리를 뜨고, 제 나이또래 얘들만 남아 있는 형편이거든요.

그래서 어젯밤에 우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왕초를 빼낼 방법을 궁리했죠. 그러던 중에 누군가가 선생님 이름을 꺼내더군요. 듣자하니, 일전에 순사들이 장통교 패거리를 날치기로 몰아 유치장에 잡아 가뒀을 때 설 선생님께서 그 누명을 벗겨 주셨다면서요?"

"작년에 그런 일이 있었지."

설홍주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김두한이 마룻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왕초를 살려주세요. 왕초가 성질이 좀 더럽긴 해도 사람을 죽일만큼 모질지는 않습니다."

"살인 혐의라. 어쩐지 좀 힘든 일이 될 것 같군."

"장통교 놈들은 도와줄 수 있어도 수표교 패거리는 못 도와주겠다는 겁니까?"

김두한이 눈을 사납게 번들거리자, 설홍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네."

밑바닥 왈패들 사이에서 차돌처럼 단련된 소년은 거칠고 사나운 들짐승과도 같았다. 하지만 아직은 설익은 풋내기였다.

설홍주는 키가 6척 장신(180센티)이나 되는 건장한 청년으로 유도와 당수(가라데)의 유단자였다. 권투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주먹질이라면 서정권(주 8)에 뒤지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다. 질서 정연한 논리에 기반한 두뇌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시계처럼 움직였고, 중국과 일본, 조선을 넘나들며 이름난 악당들과 맞서 싸운 경험은 그의 정신과 육체를 한 자루의 일본도처럼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런 사내가 마음 먹고 냉정한 눈빛으로 쏘아 보니, 나이 어린 소년이 견뎌낼 리가 없었다. 김두한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머리를 마룻바닥에 처박았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만 됐어, 일어서게." 설홍주는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향했다. "살인 사건은 워낙에 중차대한 사건이니만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더군다나 왜경들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사람을 잡아갔을 리가 없지. 자기들 나름대로는 증거가 될만한 걸 잡고 있을 거야."

"그나저나 8일이라면 벌써 이레 전의 일이군. 그날 본정통에서 무슨 사건이 터졌더라?"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왕도손 군, 나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네가 성실한 의사란 사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네. 하지만 아무리 환자를 돌보는 일이 바쁘다 해도 그렇지, 아침에 잠깐 짬을 내서 신문을 읽는 것까지 게을리 해서야 쓰겠나. 그러다간 언젠가 사람들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날이 올 걸세. 지금 문제의 본정통 살인사건은 지난 7월의 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주 9)의 뒤를 이어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네."

설홍주는 책장에서 12월자 신문 스크랍(스크랩)을 꺼내 들었다. 강력사건 기사를 깔끔하게 정리해 보관하는 건 그의 취미생활 중 하나였다.

"그날 아침에 나온 신문들은 모두 그 기사를 제일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었지. 그 중에서도 제일 볼만한 기사가 바로 이거라네."

설홍주는 스크랍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총독부 관리들은 모두 콧대가 높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경무부 관리들의 콧대는 얼마나 높은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조선의 치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자부심이 이들의 가슴을 가득히 메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8일), 그 자부심이 산산히 무너져 내리는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조선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경성 시내, 최고의 번화가로 손꼽히는 본정통에서 처참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새벽 2시 30분경, 본정 2정목(현재의 팔달로 3가)에 자리잡은 일식 여관 [세이쿄우칸(淸香館)]에서 외마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1층 숙직실에서 고다쯔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급사 윤종식 군(남, 17세)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세이쿄우칸은 3년 전에 오오츠카 씨(남, 51세)가 신축한 2층 건물로, 총 22개의 다다미방을 갖춘 고급 여관이었다. 윤 군이 급히 달려나와 복도의 전등을 켜는 것과 동시에 한 사람의 괴한이 요란한 발소리를 내며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괴한은 윤 군이 미처 막을 틈도 없이 복도를 가로질러 정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윤 군은 본능적으로 [도둑이야!]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그 뒤를 쫓았다. 그 소리에 여관 주인 오오츠카 씨를 비롯한 종업원과 손님들도 눈을 뜨고 일어났다.

한편, 거리를 순찰 중이던 아시츠카 순사(남, 32세)는 윤 군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호루라기를 불면서 사건의 진원지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근처 주재소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명호 순사보(남, 24세)는 호루라기 소리를 듣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오오츠카 씨는 도둑맞은 게 없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오카미(女將: 주 10)이자 아내인 료오코 씨(여, 47세)에게 1층을 살피게 하고, 자신은 종업원 다케나카 군(남, 19세)과 함께 위로 올라갔다. 2층에는 일(一)자형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6개의 객실이 늘어서 있었는데, 사건 당시에는 왼쪽의 3개 객실과 오른쪽의 2개 객실에 손님이 들어 있었다.

[다케나카 군, 자네는 왼쪽 방 손님들에게 도둑맞은 게 없는지 여쭤 보게. 나는 오른쪽 방 손님들을 맡겠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오오츠카 씨와 다케나카 군은 차례로 방문을 두들기고 다녔다. 뒤숭숭한 잠자리에서 일어난 손님들은 부시시한 얼굴로 일어나 그들을 맞이하며, 아무것도 도둑맞지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왼쪽 끝방은 아무리 문을 두들겨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케나카 군은 조심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손님, 주무시고 계십니까?]

[그건 아닌 것 같군.] 오오츠카 씨는 손을 들어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문 틈새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보게나, 안에 불이 켜져 있지 않은가?]

[실례지만 문을 열어 볼 수밖에 없겠군요.]

다케나카 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활짝 열린 문 너머, 다다미 10조(약 5평) 크기의 거실에 펼쳐진 광경을 목도한 순간, 그는 넋을 잃고 입을 벌렸다.

문 맞은편에 붙은 하얀 화지(일본 종이)를 바른 창문 아래, 머리가 쪼개져 피범벅이 된 남자 시체가 벽에 상반신을 비스듬히 기댄 채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평소 탐정 소설을 즐겨 읽던 오오츠카 씨는 현장 보존을 위해 침착하게 문을 닫아 걸고 다케나카 군과 함께 밖으로 나가 경찰을 찾았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김명호 순사보와 만났다.

김명호 순사보는 여관에 들어가 시체를 확인한 다음에 주저하지 않고 본정서에 응원을 요청했다. 연락을 받고 찾아온 수사진은 검시의 손다익 박사(남, 45세)와 함께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를 살해한 흉기는 발치에 떨어져 있는 손도끼였다. 머리는 정수리에서 미간까지 완전히 둘로 쪼개져서 눈알이 반쯤 튀어나왔다. 위에는 반팔 샤쓰(셔츠)를 걸쳤지만 밑에는 빤스(팬티)만 입었고, 그나마도 무르팍까지 내려와 국부가 노출된 상태였다. 다다미 바닥에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피묻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숙박객 명부를 확인해 본 결과, 피해자는 사흘 전에 투숙한 시라이 신타로(남, 나이 불명) 씨였다. 하지만 그 신분을 증명할만한 것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머니에선 일본 담배 한 갑, 그리고 조선 지폐와 중국 지폐가 골고루 섞여 있는 지갑이 발견되었다.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여행 가방 안에는 갈아입을 속옷 몇 벌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한편, 괴한은 본정통 대로를 따라 3정목 방향으로 도주했고, 윤 군은 그 뒤를 쫓으며 연신 [도둑이야!]라고 외쳤다. 도중에 아시츠카 순사도 추격전에 합류했지만, 괴한은 그들을 압도하는 주력(走力)으로 크게 앞서갔다.

그런데 2정목과 3정목의 경계선에 이르렀을 무렵, 괴한은 갑자기 빙글 몸을 돌려 거꾸로 달리며 길게 손을 뻗어 길가의 도랑을 훑어내렸다. 아시츠카 순사가 급한 김에 주먹을 휘둘러 봤지만 괴한은 반대 방향으로 껑충 뛰어 그 일격을 피했다.

괴한의 기행(奇行)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치 메키시코(멕시코)의 투우사처럼 손에 들고 있던 옷가지를 펄럭거리며 윤종식 군과 아시츠카 순사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머리 위로는 길가의 가로등 불빛이 드리워졌지만 안타깝게도 그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괴한은 용의주도하게도 짙은 색깔의 손수건을 복면처럼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괴한은 숨바꼭질을 끝내고 다시 발을 굴려 속도를 올렸다. 손에 잡힐 듯이 좁혀졌던 간격은 다시 크게 벌어졌고 괴한의 발소리는 큰길을 따라 멀어져 갔다. 그리고 하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는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만일 3정목 또는 4정목에서 경찰이 큰길을 봉쇄했다면 이 괴한은 간단하게 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간 순찰조는 1정목에 나가 있었고, 아시츠카 순사의 호루라기 소리는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

뒤늦게 당도한 본정서 형사들이 비상선을 친다느니 검문검색을 강화한다느니 부산을 떨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더군다나 새벽 3시경부터 폭설이 쏟아지면서 몇 안 되는 단서 중 하나인 괴한의 족적(발자국)이 눈 아래 완전히 파묻혀 버렸다.

현재, 경찰은 현장에서 빠져나간 괴한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그리고 지갑과 가방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 살해 방식이 잔인하다는 점에서 강도 살인이 아닌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동시에 용의자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본정통 일대에 대대적인 수사망을 펼쳤다. 윤 군과 아시츠카 순사에 의하면 용의자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였다고 한다. 비록 인상착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 주력이나 체력으로 미루어 보건대 20대나 30대의 젊은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경찰 간부는 조만간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북촌보다 남촌을 중시하던 행태가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과연 그 짝사랑의 보답을 받을 수 있을지 어떨지는 두고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꽤나 장황한 기사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설홍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새벽 밤에 남촌에서 일어난 피투성이 살인 사건이란 사실에 눈이 팔린 나머지 쓸데없는 묘사를 남발했어. 하지만 덕분에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상세히 알 수 있었으니 우리로서야 나쁠 게 하나도 없지. 마무리는 나름대로 신랄한 맛도 있고 말이야." 설홍주는 스크랍을 다시 쭉 넘겨 보더니 실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기사 제목을 보건대 경찰이 짝사랑의 보답을 받지 못한 건 확실한 것 같네. [경찰, 피해자 신원 확인에 실패], [종로통의 레이시치 경부, 본정통 살인사건 수사에 참가], [경찰, 무리한 수사로 시민들의 원성을 사다]라는 제목이 줄줄이 이어지는군. 가장 최근엔 [레이시치 경부,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라는 기사가 눈에 띄는군."

"레이시치 경부도 어려운 모양이군."

"그렇겠지. 그 치는 몸을 쓰는 덴 능숙해도 머리를 쓰는 일엔 익숙치 않으니까. 흠, 그런데 이건 뭐지?" 설홍주는 김두한을 보며 말을 이었다. "어제자 조간에 이런 기사가 실렸군. [레이시치 경부,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라? 아무래도 이건 너희 두목을 가리키는 모양이군."

"유력한 용의자? 말도 안 되요. 그 쪽바리 녀석이 뭔가 크게 착각한 거라고요." 김두한이 머리를 세차게 저으며 반발했다.

"글쎄, 레이시치 경부가 왜인인 데다가 별로 명석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엉뚱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야. 대체 왕초를 잡아간 근거가 뭔지, 그것부터 알아내는 게 급선무겠군."

"그럼 사건을 맡아 주시는 건가요?" 김두한이 반색을 하며 외쳤다.

"물론이지. 다만 진실이란 것이 반드시 자네 믿음과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네. 조사 결과, 왕초가 진범으로 드러난다 해도 날 원망하진 말게나."

"절대로 그럴 리 없어요!"

"그렇다면 일단 한 가지 확인해 두지. 8일 새벽, 왕초는 어디에 있었나?"

그 질문에 김두한은 대답을 주저했다. 설홍주가 대답을 재촉하자 그제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실은 잘 몰라요. 우리는 아홉 시, 열 시면 다들 거적을 덮고 자거든요. 근데 꼭지는 그날밤 어디론가 나가서 동틀 무렵에나 들어왔죠. 친구들하고 종로통에서 술을 먹다가 필름이 끊어졌는데, 눈을 떠 보니 경성극장(주 11) 매표소 안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 직원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빠져나오느라 죽을 똥을 쌌다고 투덜거렸죠."

"만취한 뒤의 기억은 없다, 참으로 편리한 변명이군. 그런 건 경찰한테 통하지 않을 거야."

김두한은 지긋이 입술을 깨물며 항변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왕초가 사람을 죽였다는 증거가 되진 않잖아요?"

"맞아, 하지만 레이시치 경부가 왕초를 잡아간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게 뭔지는 직접 만나서 물어 보는 편이 좋겠지." 설홍주는 슬쩍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떤가, 별 일이 없다면 같이 가지 않겠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솔직하게 말했다.

"이렇게 재미있어 보이는 사건을 놓칠 수야 없지. 게다가 오늘은 왕진도 없고 말이야."

"그래, 그럼 서둘러 가도록 하세. 점심 시간에 맞춰 가면 한 끼 얻어먹을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가 전철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김두한은 경찰과 맞대면을 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면서 발길을 수표교 쪽으로 돌렸다.

- 계속 -

주 1: 조선시대만 해도 청계천은 일반 명사인 개천(開川)으로 불렸다. 그러나 일제시대에 인왕산의 청풍계에서 흐르는 청풍계천(淸風溪川)의 이름을 따서 '청계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 2: 1937년부터 광화문 우체국 앞 대광통교에서부터 청계천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류하는 대광통교까지의 복개공사가 추진되어 1942년에 완성되었다.

주 3: 김두한(1917~1972). 백야 김좌진 장군의 아들을 자칭한 깡패 두목. 대한민국 건국 당시 대한민청을 이끌며 백색 테러에 앞장섰고 나중에는 국회의원에 당선. 저서로 [피로 물들인 건국전야]라는 회고록이 있다. 1980년대 홍성유가 조선일보에 김두한의 깡패 시절을 다룬 소설 [인생극장]을 연재하면서 민족주의 협객의 대명사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온 김두한 신화는 거의가 소설가의 창작일 뿐이다.

주 4: 청계천에 놓인 각 다리의 거지를 대표하는 대장을 '꼭지'라고 불렀다.

주 5: 소파 방정환(1899~1932).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는 믿음을 가지고 소년 운동에 앞장섰다.

주 6: 정진영. 수표교 거지 시절부터 김두한의 죽마고우. 해방후 좌익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김두한의 명령을 받은 대한민청 단원들에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오랜 친구를 죽인 일로 인해, 김두한은 깡패들 사이에서 신망을 잃어버린다.

주 7: 당시 일본 순사들은 군용 칼을 차고 다녔다.

주 8: 서정권. 한국인 최초로 세계 랭킹에 진입한 권투선수.

주 9: 1931년 7월31일, 부산의 철도국 운수사무소장 다카하시 마사키(大橋正己) 집에서 식모로 일하던 조선 여인 마리아(본명 변흥례)가 참살당한 사건. 진범으로 추정되는 다카하시 부인은 1934년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주 10: 오카미는 일본식 여관의 살림과 손님맞이를 도맡아 하는 총지배인이다. 보통 여자가 물려받는 것이 전통이다.

주 11: 본정 3정목의 경성극장은 일본인들을 상대로 신파극 등을 공연하는 극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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