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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유빙관의 살롱

살롱에는 호화로운 상들리에가 드리워져 있다. 이것은 그런 물건은 이 집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에이코가 구입한 것이다.
1층 홀의 서쪽 구석에는 원형 난로가 있고, 그 옆의 바닥에는 나뭇가지나 통나무가 그대로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난로 위에는 특대사이즈의 깔때기를 뒤집어 놓은 듯한 검은 굴뚝이 있고, 벽돌을 쌓은 담 위에, 금속제의 커피잔이 하나, 잊혀진 듯 놓여 있다. 그 앞에 코자부로가 애용하는 흔들의자가 있었다.
손님들은 모두 양초모양의 램프로 만들어진 작은 공중의 숲 같이 보이는 호화로운 샹들리에 아래 가늘고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크리스마스 송 메들리가 울려 퍼진다.
살롱의 바닥은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테이블이나 의자는 다리를 잘라 수평을 맞춰 놓았다.
손님들의 앞에 각각 와인글라스와 초가 놓아져 있다. 제각기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에이코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음악소리가 작아지고, 여왕의 행차 시간이 왔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여러분, 먼 곳에서 정말 잘 오셨습니다.」
젊은 여주인의 높은 목소리는,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젊은 사람도 있지만, 연세 드신 분 들도 계시기 때문에 약간 피곤하지 않으신지요? 하지만 이런 고생도 할만 하죠. 오늘 밤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는 하얀 눈이 없으면 재미없는 걸요! 그것도 솜이나 종이로 된 것이 아닌 진짜 눈. 그러기엔 홋카이도 별장이 최고예요. 여러분.
오늘밤은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서 특별 제작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샹들리에의 불이 점점 줄어들더니 꺼졌다. 홀의 어딘가에서 고용인인 카지와라가 스위치를 조작한 것이다. 그리고 음악은 장엄한 찬미가의 대합창으로 바뀌었다.
이 순서는 에이코의 지도로 사전에 1000번도 더 연습을 했었다. 그녀의 완벽함은 군대에서 배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창 밖을 봐주세요, 여러분!」
일제히 손님들의 입에서 감탄의 소리가 퍼져나갔다. 뒤뜰에 커다란 진짜 전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나무를 휘감은 무수한 전구에, 막 스위치가 들어온 참이었다. 색색의 빛이 깜빡거린다. 거기에 계속해서 진짜 눈이 쌓이고 있는 것이었다.
「불을!」
마치 모세의 외침에 세상이 복종하는 것과 같이, 거의 동시에 어딘가에서 스위치가 켜졌다.크리스마스 송 메들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자, 여러분, 트리는 나중에도 얼마든지 보실 수 있습니다. 추위를 참고 트리 밑에 서있으면, 오호츠크해의 유빙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실 수 있어요. 이런 진짜 크리스마스는 도쿄에 있으면 절대로 맛보지 못하지요.
그러면 다음으로, 우리들에게 이런 멋진 크리스마스를 선물해 주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저의 긍지, 저의 자랑인 아버님께서 여러분께 인사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에이코는 대단한 기세로 먼저 박수를 쳤다. 손님들도 서둘러 따라서 친다.
하마모토 코자부로가 일어난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파이프를 왼손에 쥐고 있다.
「에이코, 너무 나를 치켜세우는 건 다음부턴 그만둬, 낯 간지럽단다.」
손님들이 웃었다.
「여러분한테도 실례야.」
「어머, 그런 일 없어요! 여러분도 아빠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세요. 그렇죠, 여러분?」
바로 이 말을 듣자 어린 양의 무리는 힘차게, 제각기 턱을 당겼다. 가장 힘이 들어간 사람은 키쿠오카 에이키치였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회사의 흥망이 오로지 하마 디젤에 걸려있다는 정말로 너무나 당연한 이유에서 때문이다.
「여러분도, 이 노인의 별난 도락관(道樂館)에 오신 것은 이것으로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되시니까, 기울어진 바닥에도 이제 익숙해졌을 것이오. 따라서, 제대로 못 걷고 넘어지는 일은 더 이상 없으니까, 내 즐거움이 없어져 버렸다오. 또 다른 집을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되겠군.」
손님들이 즐겁게 웃었다.
「하여간에. 오늘 밤은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일본 전국의 술집이 엄청 돈을 벌어들이는 날인 듯 하오. 여기에 오신 여러분 쪽이 현명했소.
오, 그러면 건배해야겠구먼. 와인이 미지근해져 버리니까. 아니, 미지근해져도 밖에 5분만 내 놓으면 되니까. 내가 선창하겠소이다, 그럼….」
코자부로가 글라스를 쥐자, 모두 재빠르게 자기의 글라스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코자부로가 크리스마스에 “건배.”라고 하자, 각자가 한마디씩, “앞으로도 아무쪼록 잘 부탁 드립니다.” 등 무심코 장삿속을 내보였다.
「그런데…」 건배가 끝나자 코자부로는 글라스를 놓고 말을 이었다.
「오늘밤 초면인 분도 계시는군요. 젋은이도, 머리가 센 분도 있지만, 이것은 일단 내가 소개해 두는 편이 좋겠군.
그래, 게다가 이 집에는 같이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봐주시는 분도 계시니, 일단 만나 두는편이 좋겠지. 에이코, 코헤이씨와 치카코씨를 여러분께 소개해 두지.」
에이코는 살짝 오른 손을 올리고,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그건 제가 하겠어요. 아버님이 직접 하지 않으셔도 되요.
쿠사카군, 카지와라군이랑, 코헤이씨, 아주머니 좀 불러 와줘」
고용인과 요리사가 모이자, 여주인은 그들이 벽을 등지고 서게 했다.
「여름에도 이미 오셨던 키쿠오카씨, 카나이씨는 이미 우리 집 분들 얼굴은 기억하시겠지만, 그래도 쿠사카군이나 토가이군은 만나는 건 처음이죠? 여러분들도 잘 듣고 확실히 이름을
기억해서, 실수 없도록 해주세요.
먼저 여기 이 풍채 좋은 신사분부터. 여러분도 잘 아시는 키쿠오카 베어링의 사장이신 키쿠오카 에이키치님. 잡지에서 보셨던 분도 계시지 않을까요? 실물을 자알 봐두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기회에.」
키쿠오카는 딱 두 번 크게 주간지에 얼굴이 난 적이 있다. 한 번은 여자와의 위자료의 분쟁으로 소송을 했던 때이고, 또 한 번은 여배우에게 손을 댔다가 차였을 때였다.
키쿠오카는 전쟁 경험으로 인해 숱이 적어진 머리를 테이블 위로 숙이고, 코자부로를 향해 또 한번 숙였다.
「한 말씀 해주셔야죠.」
「오~ 그렇군요, 실례.
에, 언제 와 봐도 훌륭한 집입니다. 장소가 또한 훌륭해요! 이런 집에서, 하마모토씨의 바로 옆에 앉아서 와인을 마신다는 건 영광이기 그지 없습니다.」
「그 옆에 계시는 멋진 옷을 입은 분이 키쿠오카씨의 비서 되시는 아이쿠라씨. 이름이 어떻게 되시더라?」
물론 쿠미라는 이름을 그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고, 본명은 아니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도 만만치 않아서,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설탕을 바른 듯한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쿠미입니다, 잘 부탁해요.”라고 하였다.
이 여자는 단련되어 있군 이라고 에이코는 그 자리에서 생각했다. 역시 호스티스 업계의 경험이 있는 게 틀림없다.
「아, 멋진 이름이네요! 보통 분이 아니신 것 같아!」
그러고 나서, 약간 시간을 두고,
「탤런트분 같네요.」
라고 하였다.
「이름값을 못한다니까요.」
아이쿠라 쿠미는 조금도 어조를 흩뜨리지 않는다.
「제가 이렇게 꼬마니. 좀더 스타일이 좋으면 이름값을 하겠지만…. 에이코씨 같이 키가 컸으면 좋겠네요.」
에이코는 173센티미터이다. 그 때문에 항상 치카타비(주: 일본식 버선 모양의 장화 같은 신발,작업화)와 같은 평평한 구두 밖에 신을 수 없었다. 하이힐 같은 것을 신으면, 180센티미터 정도 되기 때문이다. 에이코도 과연 이 말에는 말문이 막혔다.
「그 옆이 키쿠오카 베어링의 사장이신 카나이 미치오님.」
당황하는 바람에, 묘한 말을 해 버린 것 같다. 키쿠오카가 자기 부하에게 장난스레 “어이 어이, 너 언제부터 사장이 되었어?” 말했지만, 에이코는 잠시 동안 자기의 실수를 눈치채지 못했다.
카나이는 일어나서, 여느 때와 같이 웃는 얼굴로 코자부로를 엄청나게 칭찬하고, 자연스럽게 자기의 사장을 잊지 않고 추켜올리는 듯한, 꽤나 교묘한 연설을 한바탕 하였다. 카나이는 이러한 기술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 옆의 글래머러스한 여성분이 부인이신 하츠에님.」
이라고 하고 나서 에이코는 계속되는 자기의 실수를 눈치챘다.
「미용체조를 쉬고 있어서요.」
예상대로, 그런 식으로 하츠에는 말했다. 흘끗 눈을 돌려 보니 쿠미는 확실히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제가 이렇게 뚱뚱하니까, 이곳의 공기를 좀 마셔서 날씬해 지고 싶네요.」
그녀는 상당히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그러나 남자들의 소개로 돌아가면, 에이코는 금세 평소대로 여유를 찾는다.
「여기 피부가 하얀 핸섬한 젊은이는 쿠사카 슌군. 지케이(慈惠)의대의 6년생. 곧 의사국가고시가 있지만, 아빠의 건강체크 아르바이트도 겸해서 겨울방학 동안 여기에 머물고 있어요.」
‘정말 남자 소개하는 건 쉬운데’ 라고 에이코는 생각한다.
「음식도 맛있고, 공기도 좋고, 시끄러운 전화벨도 안 울리고, 이렇게 좋은 곳에서 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의학도로서 얼굴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쿠사카군이 말했다. 하마모토 코자부로는 전화를 싫어하기로 유명해서, 여기 유빙관의 어디에도 전화가 없다.
「그 옆이 쿠사카군의 친구이기도 하며, 장래가 유망한 도쿄대생, 토가이 마사키(戸飼正樹)군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참의원 의원인 토가이 슌사쿠(戸飼俊作)씨, 다들 아시죠?」
일동 희미하게 술렁이는 소리. ‘여기에도 또 물주가 될 만한 것이 굴러 다니고 있구나’라는 인간의 소박한 감동의 반향이다.
「집안이 좋으신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주: 동물의 순혈종, 집안 또는 혈통이 좋은 사람)랄까…. 자 서러브레드씨 부탁해요.」
피부가 하얀 토가이는 일어서서, 은녹색의 안경을 약간 신경 쓰는 듯한 몸짓을 하고,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아버지께 말씀 드리니 기꺼워하셨습니다.」
그 말만하고 앉았다.
「그 옆의 약간 스키로 얼굴이 그을린 아이, 그는 우리 조카라고 하나? 정확히 말하면, 아빠의 형님의 손자입니다. 요시히코(嘉彦). 꽤나 핸섬하죠? 이제 19세. 케이오(慶応)대학 1학년으로, 겨울방학 동안 여기에 머무르고 있지요.」
스키로 얼굴이 탄, 하얀 스웨터를 입은 청년이 일어난다. 수줍어하며 "잘 부탁합니다.” 라고 하고, 바로 앉으려 하였다.
「그것뿐 이야? 안돼, 요시히코,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별로 할말 없는 걸 뭐.」
「안돼, 정말 소극적이라니까. 취미라든지, 대학이라든지, 말할 건 얼마든지 있잖아. 안돼, 이야기해.」
그러나 소용없었다.
「자, 이것으로 손님 분들은 끝났네요. 이제부터는 저희 집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저쪽 분부터. 하야카와 코헤이. 우리 집이 카마쿠라에 있을 때부터, 벌써 20년 가까이 수고해 주시고 있습니다. 운전도 겸하고 있지요.
그 옆의 아주머니가 치카코(千賀子)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잡일을 해주십니다. 여러분도 뭔가 시킬 것이 있으면 말해 주세요.
그리고, 여기 제일 앞이 우리 집의 자랑인 요리사, 카지와라 하루오(梶原春男). 아직 20대로 젊으신데도, 솜씨는 초일류, 호텔 오하라에서 놓아주지 않으려는 걸 가까스로 스카우트한걸요. 이 분의 솜씨는 이미 여러분도 머지않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 이제 됐어요. 당신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소개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 테이블에 계시는 분들은, 남쪽에 돌아가면 모두 엘리트라 불리는 분들 뿐이죠. 이름이나 얼굴을 익혀놓으면 꼭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저녁식사가 도착하기 전까지, 여러분들 각자 트리라도 보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워 주시면 좋겠네요. 요시히코, 그리고 쿠사카군, 토가이군, 테이블의 양초에 불을 붙여주겠어? 그게 끝나면 살롱의 조명을 어둡게 하겠어요. 그러면 여러분,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하마모토 코자부로의 주위에는 재빨리 중장년 그룹이 모여들어 담소가 시작되었지만, 시끄럽게 웃는 소리를 내는 것은 키쿠오카 베어링쪽 뿐이고, 코자부로는 시종일관 파이프를 물고 있을 뿐이었다.
에이코는 쿠미 때문에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질렀다. 키쿠오카의 운전수인 우에다의 소개를 잊어버렸던 것이다. 몸집이 큰 토가이군 덕분에 잘 보이지 않은 탓도 있다. 하지만 ‘뭐, 괜찮겠지’라고 곧 생각했다. 그 사람은 운전수에 지나지 않는 걸.
그리고 저녁식사가 시작되자, 먼 길을 급히 온 손님들은 에이코의 말처럼, 호화로운 칠면조 요리로 도쿄 일류호텔의 맛이 이 북쪽 끝까지 원정해 와 있는 것을 자신의 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식후의 홍차 뒤, 쿠사카 슌은 자리에서 일어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기 위해 혼자서 창으로 다가갔다. 트리는 변함없이 눈 속에서 고독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잠시 보고 있다가 쿠사카는 눈 위에서 묘한 것을 발견하였다.
살롱에서 정원으로 출입하는 유리문이 있는 곳에, 가느다란 막대가 하나 오도카니 세워져 있었다. 처마 밑에서 약 2미터 정도의 위치가 될까.
‘눈 위에 누군가가 찔러 넣어 둔 것이겠지.’ 눈 위에 나와있는 부분은 기껏해야 1미터 정도, 막대는 아무래도 살롱에 있는 난로용 장작 중에 하나인 것 같았다. 그것도 비교적 곧은 것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트리 장식을 하고 있었던 오늘 낮에 이런 것은 없었다.
‘뭘까?’ 하고 생각하며, 쿠사카는 창유리의 물방울을 손으로 닦고, 찬찬히 응시하였다. 그러자, 아주 서쪽에, 유빙관의 서쪽 모퉁이 근처에도, 눈이 내리는 어둠에 숨어들 듯 또 하나의 막대가 서있다. 멀고 어두워서 잘은 모르겠지만, 거기도 똑같이 난로용의 장작 같은 가느다란 가지가 역시 1 미터 정도 눈 위에 쑥 나와있다.
그 외에는, 살롱의 창에서 눈에 보이는 한 막대는 없었다. 그 두 개뿐이다.
쿠사카는 토가이라도 불러서 의견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토가이는 에이코와 이야기 하고 있었고, 요시히코는 코자부로나 키쿠오카, 카나이등 중년그룹의 담소인지 장사 이야기인지 모를 끝이 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카지와라나 하야카와도 주방 쪽에 있는 것 같아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젊은 제군, 늙은이의 대화가 지루하지?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나를 즐겁게 해주지 않겠나?」
돌연 코자부로가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하여 쿠사카는 디너 테이블의 자기 자리로 돌아왔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눈 위의 막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마모토 코자부로는, 아까부터 자기를 에워싼 아첨꾼 부대의 무성의한 대화에 아주 질려서 좀 불쾌해져 있었다, 이런 속된 것들로부터 모조리 벗어나기 위해서, 이런 북쪽의 벽촌에 이 이상한 취미의 집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 속물들은 수 백 킬로미터의 거리는 아랑곳 하지도 않고, 노도와 같이 돌진해 온다. 그리고 방문한 집의 바닥이 기울어졌든지, 귀중한 골동품을 눈앞에 들이대든지 말든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칭찬이나 하기 바쁘다. 자신의 몸에서 돈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세계의 끝까지 따라붙을 것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기대하고 싶어졌다.
「자네들, 미스터리 좋아하나?」
코자부로는 그들에게 말을 건다.
「나는 아주 좋아한다네. 내가 자네들에게 문제를 하나 내볼까? 여기에 모여있는 제군은, 모두 최고학부를 마친 머리가 좋은 사람들뿐이군.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 알고 있나? 멕시코의 사금(砂金) 채집소 가까이에 위치한 국경을 넘어, 한 소년이 매일 미국에 들어오는데 매일 자전거에 모래자루를 싣고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거야. 확실히 이건 밀수라고 생각한 세관의 인간들이 수상하게 여기고 자루를 열어봤지만, 안에는 진짜 모래만 들어있을 뿐. 소년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밀수하고 있던 것일까? 어떤가?
어떻습니까, 키쿠오카씨, 아시겠어요?」
「에에…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겠군요.」
카나이도 말했다. 이 두 사람은 생각해 보는 척도 하지 않는다.
「요시히코군, 모르겠나?」
요시히코는 말없이 머리를 갸우뚱한다.
「제군도 모르겠나? 이것은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야. 밀수품은 자전거였다.」
“와하하”하고 제일 큰 소리를 낸 것은 키쿠오카 에이키치였다, “자전거였습니까, 이야~ 과연”. 이라고 카나이도 말했다.
「이것은, 페리 메이슨이 친구인 드레이크와 비서 델라에게 출제한 퀴즈지. 꽤 괜찮지 않은가? 자전거를 밀수하려면 사금채굴장 옆 만한 곳이 없다는 거야.
또 하나 내 볼까? 이번에는 답은 말 안 할거야. 그렇군… 뭐가 좋을까… 음, 옛날에 내 친구가 실제 공을 세운 이야기라도 해볼까. 나는 이것에는 감동해서, 이전 신입사원 훈시 등으로 몇 번 말한 기억도 있지. 그것은 쇼와 30년(주: 1955년) 경의 일이었어.
요즘 국철이나 사철은 눈이 오면 레일 부분에 작은 버너 같은 불을 켜서, 레일에 눈이 두껍게 쌓이거나 얼어 붙는 것을 막아주고 있지만, 당시는 물론 일본이 가난하던 시절이라 그런 설비를 한 철도는 없었지.
쇼와 30년경의 어떤 겨울날, 도쿄에 큰 눈이 내렸어. 하룻밤에 50센티미터나 쌓였다고 하니까 당연히 도쿄의 사철, 국철은 다음 날 아침에 전부 운행이 중지됐지.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눈 같은 게 거의 오지 않는 도쿄에, 제설차가 있을 리가 없어서, 출근한 직원이 총출동해서 눈을 치워도 엄청난 시간이 걸려. 아침 러시아워에 맞출 수 있을 턱이 없었어.
그런데, 말이지, 현재 내 친구가 사장을 하고 있는 하마큐 전철만은 시발이 아주 조금 늦어졌을 뿐, 그 후에는 전부 시간표대로 운행해서, 러쉬 아워에도 아무런 지장도 없이 달렸단다. 어떤 방법을 썼다고 생각하나? 이것은 내 친구가, 미스터리 풍으로 말한다면 어떤 트릭을 썼기 때문이지. 단, 레일의 눈을 치우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 있다든지 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고 특수한 도구도 쓸 수도 없었지. 그는 이 일로 인해, 이후에 일약 사내에 이름이 알려졌지.」
「호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참 신기하군.」
키쿠오카가 말했다.
「아니, 정말이군요, 신기하기도 하지.」
아주 감동한 듯한 어조로 카나이도 말했다.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어. 나는 답을 묻고 있는 거라네.」
「아, 아, 그렇지요」
「시발전차에 제설용 가드라도 달고 달렸나요?」
「그런 일이 있을 리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무리입니다. 또 그것이 가능하다면 다른 사철도 했겠지요. 그런 특수한 것이 아니라, 마침 그 자리에 있는 재료를 썼지요.」
「아무튼 하마모토씨의 친구분이라고 하는 분들은 우수하신 분들 뿐이시군요」
카나이가 상관 없는 말을 해서, 코자부로는 아예 상대를 하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라고 말한 것은 쿠사카였다, 토가이가 약간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전날 밤부터 밤새 빈 전차를 달리게 했던 거죠?」
「핫핫하, 바로 그대로야. 내 친구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이것은 쌓이겠다고 생각해서, 빈 전차를 밤새 10분 간격으로 달리게 했지. 이야기는 단지 이것뿐이지만, 당시에는 큰 결단력이 필요한 일이었던 것 같아. 머리가 굳은 상사는 어디에도 있으니까. 그러나 덕분에 그는 지금 사장자리에 앉아 있지.
어때? 좀 더 내볼까?」
코자부로가 묻자, 토가이는 스타트가 늦었던 것을 일거에 만회하려고, 말없이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코자부로가 좋아하는 퀴즈를 두세 개 출제해도, 그것을 모두 푼 것은 쿠사카 슌이었다. 그가 씩씩하게 정답을 말할 때 마다, 토가이의 얼굴은 트리같이 빨개졌다 파래졌다 하였다.
하마모토 코자부로는 살짝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별난 취미가 눈앞에서 어떤 것으로 변모하는 지를 알아차렸다. 즉, 자신이 생각해 낸 퍼즐은 세계일주 여행 티켓으로 바뀌는 것이다. 두 명의 젊은이는, 적어도 토가이는 에이코를 이 퀴즈로 쟁취하고 싶은 생각인 것이다. 순조롭게 일등을 하면, 신혼여행이라는 이름의 세계일주 티켓을 손에 넣고, 거기에 집과, 평생 잘 먹고 잘 살수 있는 유산이라는 상금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코자부로는 내심 이렇게 될 것을 당연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준비를 해 둔 것이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몇 년 동안 다듬고 다듬어 소중히 간직해둔 트릭과 같은 것이었다.
「쿠사카군, 자네 꽤 우수하군. 좀 더 어려운 문제를 원하나?」
「가능하시다면.」
쿠사카는 이제 실적을 쌓아 대담해져 있다.
그러자 코자부로는, 모두가 한순간 귀를 의심할 만한, 이 상황과 완전히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에이코, 너, 결혼상대는 이미 정해놓았니?」
에이코는 당연한 말이지만, 아주 놀랐다.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버님도 참, 갑자기.」
「만약 아직이고, 여기 있는 남자들 중에서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지금부터 출제하는 어떤 퀴즈를 푼 사람과, 라고 하는 건 어떨까?」
「아버님 정말 농담도….」
「그런데 이것이 농담이 아니란 말이지. 이 집도, 3호실(골동품실)의 바보 같고 쓸데없는 수집도, 전부 농담이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농담이 아니야. 여기에 있는 두 사람 중 양쪽 모두 훌륭한 젊은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어느 쪽을 네가 정하더라도 별로 반대할 생각은 없고, 또 그럴 힘도 없어. 만일 네가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염려할 것 없어. 나한테 맡겨라. 내가 골라주마. 퍼즐로 말이지. 그러려고 소중하게 만들어서 준비해 놓았단다.」
‘이것으로 되었다’라고 코자부로는 생각한다. 일의 본질이 다소 명료해 진 것이다.
「물론 이젠 옛날 같지 않지. 이 수수께끼를 푼 자에게 딸을 틀림없이 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정도의 인간이라면, 나로서는 이견이 없다. 그 후에는 에이코 스스로의 문제인 거지.」
두 사람의 젊은이의 눈이 빛난다. 지금 그들은 돈다발의 산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자부로 쪽도 내심 빙그레 웃고 있다. 이 트릭은 풀렸을 때에야 말로 가장 강렬한 의미를 가진다.
「에이코씨의 일은 일단 제쳐두더라도, 그 수수께끼 자체에 아주 흥미가 있습니다.」
쿠사카 슌이 말했다.
「토가이군에게도 명예를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겠나. 그리고, 나는 이미 인생이라는 숲을 요동치게 하는 폭풍우를 실컷 경험하여, 잎이 완전히 떨어진 시든 나무가 된 듯하다네. 이 세상의 재미없는 흥정에 완전히 질려 있지. 집안이니 뭐니 그런 쓸데없는 간판은, 이미 눈이 나빠져서 읽지도 못하네. 알맹이라고, 요는 말이지. 오래된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또는 지위를 얻을수록,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던 이 말을 언제부턴가 잊어버리게 되었어. 나는 그러니까, 이 수수께끼를 토가이, 쿠사카 두 사람에게 한정하지 않고, 우에다군이나 카지와라군에게도 풀어보게 하고 싶구나.」
「그 퍼즐을 푼 사람이라도 내가 싫으면 싫은 거예요」
「그거야 당연하지, 내가 이 남자와 같이 살라고 해도, 가만히 복종할 네가 아니잖아.」
「다른 것이라면 따르겠지만요.」
「아니, 너는 집안이니 뭐니, 그런 분별은 나보다는 훨씬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나는 안심하고 있지.」
「제가 푼 경우에도 아가씨를 얻을 수 있을까요?」
키쿠오카가 말했다.
「아아, 당사자가 좋다면야.」
코자부로는 인심 좋게 대답했고, 키쿠오카 사장은 “와하하”하고 웃었다.
그리고 나서, 코자부로는 또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듯한 말을 입에 올렸다
「그러면, 카지와라군도 불러오세요. 여러분을 내 탑 위의 방으로 안내할 테니까.」
「뭐라구요?」
에이코가 놀라서 말했다.
「어째서 거기에 가는 거죠? 아버님.」
「그 퍼즐은 탑 위에 있단다.」
일어서면서 코자부로가 말한다. 그리고 생각난 듯이 한마디 더했다.
「뭐니뭐니해도 소중하게 간직해 둔 거니까.」



amaco 와 호리고메(堀込) 형제에게
번역: 모모깡 
교정: decca 님
  • moozuk 2005.03.17 08:40
    잘 읽었습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주인장께선 게시판 스킨을 바꾸실 생각이 없으신지? 너무 빡빡해서 읽느라 고생했다는...
  • decca 2005.03.17 09:27
    수정했습니다.
  • Hailiey 2005.03.21 01:01
    “수줍어하며 잘 부탁합니다.” 가 맞는지요?
  • 모모깡 2005.03.21 12:19
    아;; 틀렸군요. 죄송합니다..고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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