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25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제4장 1호실

눈은 그럭저럭 그치고, 달이 뜬 것 같았다. 탑 정상에 갔을 때에 달은 없었다. 창의 커튼에 희미하게, 파르스름한 광선이 비치고 있다. 완전한 정적이었다.
아이쿠라 쿠미는 침대에 들어간 지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전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제일 큰 이유를 든다면, 역시 하마모토 에이코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에이코를 생각하면 쿠미는 다음날 중요한 대회를 앞둔 레슬링 선수 같은 심정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조용한 바깥의 완벽한 정적도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쿠미가 배정 받은 1호실은 3층이었다,
전망은 꽤 좋지만(그러나 에이코가 있는 2호실 쪽이 바다가 보여서 훨씬 더 좋다), 1층 쪽은 기분 좋은 자연의 소리가 들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 완벽한 정적이라는 것은 공사현장의 소음 못지 않게 수면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 아무리 밤중이라 해도, 도쿄에서는 항상 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이다.
구미는 흡수지를 떠올렸다. 바깥을 전부 덮어 버린 두꺼운 눈은 정말 그런 인상이었다. 틀림없이 저것이 온갖 소리를 짓궂게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야. 바람소리조차 나지 않게 되었다. 정말 짜증나는 밤이군.
그러나 그때! 희미하게 이상한 소리가 났다. 놀랄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지붕 밑 부근이라고 생각했다. 까칠까칠한 판자를 손톱으로 긁는 듯한 듣기 싫은 소리였다. 쿠미는 침대 안에서 한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은 채,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소리가 뚝 끊어졌다.
뭐야? 쿠미는 급히 머리를 굴렸다. 몇 시지? 사이드 테이블에 놓아둔 손목시계를 손으로 더듬어서 찾았다. 여자용 시계라 작은데다, 어두워서 문자판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1시는 지난 것 같았다.
갑자기, 다시 희미한 소리가 났다. 게가 세토모노(瀬戸物, 역자주: 아이치현 세토시에서 생산되는 서민용 도기) 그릇 바닥에서 발버둥치는 것 같은 소리다. 쿠미는 어둠 속에서 무의식 중에 방어 자세를 취했다. 지붕 밑이야! 지붕 밑에 뭔가 있어!
다시 소리가 났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큰소리였기 때문에, 쿠미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무심코 목소리를 높일 뻔 했다. 아니야, 밖이야! 무슨 소린지 짐작도 안 가. 하지만- 마치 거대한 게가 외벽에 붙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3층 창까지 올라오고 있는 것 같은 – 이라는 생각이 들자, 비명을 간신히 억누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 소리가 들렸다. 딱딱한 물건끼리 부딪치는 듯한, 그리고 몇 번 연속으로 들렸다.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았다. 살려줘, 살려줘 라고 쿠미는 입 속에서 작게 주문을 외듯이 중얼거렸다.
지금 그녀는 온몸이 격렬한 공포로 가득 찼고,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숨쉬기가 힘들어져서, 정신이 들자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싫어! 뭔지 몰라도 오지마! 벽을 기어올라오는 거라면 거기서 도로 내려가든지, 다른 방으로 가버려.
갑자기!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딱 한번, 작은 방울소리 같이-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창 유리다. 무언가 딱딱한 것이 닿았던 거야!
강력한 용수철에서 튕겨나가는 것처럼, 전혀 원하지 않았는데도, 쿠미는 창 유리 쪽을 보았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힘껏 비명을 질렀다. 금세 그 소리는 방안 전체를 메웠고, 벽과 천장에 반사돼 쿠미의 귀로 되돌아왔다. 손도 발도, 완전히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 같다.
목소리는 언제부턴가 우는 소리로 바뀌어 있었지만, 자기가 이런 큰소리를 지를 힘이 어디에 있었을까.
믿을 수가 없어! 틀림없이 3층이었다. 창 밖에 발코니 같은 것은 없다. 절벽 같은 벽인 것이다. 그러나 그 창문 밖에서 커튼 틈으로 사람의 얼굴이 방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저 얼굴! 저것은 분명히 예사로운 얼굴이 아니었다. 눈을 크게 뜬데다 조금도 깜빡 거리지 않는 광인의 눈. 묘하게 검은 빛을 띤 검푸른 피부. 코끝은 마치 동상에 걸린 듯 하얗고, 그 아래에는 수염이 조금 나 있었다. 그리고 뺨에는 화상자국 같은 상흔이 있고, 터서 갈라진데다, 켈로이드(주: 피부의 결합조직이 병적으로 증식하여 단단한 융기를 만들고, 표피가 얇아져서 광택을 띠며 불그스름하게 보이는 악성종양 / 네이버사전) 같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피부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광기 탓인지 독특한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몽유병자처럼 차가운 달빛을 받으며 겁에 질려 울먹이는 쿠미의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다.
의식을 잃어버릴 정도로 긴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겨우 2, 3초였을지도 모른다. 정신이 들자, 얼굴은 창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쿠미는 그와는 상관없이 목청을 있는 힘껏 높여 비명을 계속 지르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 후에 아주 먼 곳에서 악쓰는 소리 같은 남자의 비명이 들렸다. 창 밖이었다. 하지만 어딘지는 전혀 모르겠다. 온 집이 그 소리에 부들부들 떠는 것 같았다. 그때는 쿠미도 비명 지르는 것을 잠시 멈췄다.
남자의 목소리는 기껏해야 2, 3초 정도였을까. 그러나 마치 기나긴 사이렌 소리처럼 그녀의 귓속에 남아있었다.
일대에 정적이 돌아오자, 쿠미는 문득 생각난 듯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몰랐지만 어쨌든 그렇게 하고 있으면 혼자 있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곧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쿠라씨! 아이쿠라씨! 무슨 일 있어!? 문 좀 열어봐요? 괜찮아!?」
높은 여자 목소리였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쿠미의 비명이 금세 그쳤다.
느릿느릿 침대에서 일어나 잠시 눈을 깜빡 깜빡 하고, 천천히 침대를 벗어나 문까지 가서 자물쇠를 풀었다.
「왜 그래요!?」
가운을 걸친 에이코가 선 채로 말했다.
「누군가가, 어떤 남자가 저 창에서 들여다 보고 있었어요!」
「들여다 보고 있었다? 여기 3층이에요!」
「네에, 알고 있다구요. 그래도 보고 있었는걸요.」
방에 들어가서 에이코는 용감하게도 성큼성큼 문제의 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반쯤 닫히다 만 커튼을 좌우로 좌르륵 하고 걷고, 양쪽여닫이 창을 열었다.
이 관은 거의가 이중창으로 되어 있다. 방한을 위해서이다. 잠금 장치를 풀고 창을 여는 데에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곧 솨-하고 냉기가 실내로 흘러 들어와, 커튼이 출렁거린다.
몸을 밖으로 내밀고 상하좌우를 확인한 에이코는 고개를 안으로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한번 봐요, 하고 말했다.
쿠미는 침대쪽으로 돌아가 있다. 천천히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냉기 탓이 아닌 것 같았다. 에이코는 이중창을 닫았다.
「하지만 본걸요.」
쿠미는 주장했다.
「어떤 사람이었어? 얼굴 봤어?」
「그래요, 남자였어요, 아주 기분 나쁜 얼굴. 보통얼굴이 아니었다구. 눈이 미쳐 있었어. 피부가 까맣고, 볼에 멍 같은 화상 같은 자국이 있어요. 수염 나있고……」
그때, 쿵쾅 하고 뭔가가 펄쩍 뛰는 듯한 큰 소리가 났다. 쿠미는 바짝 움츠러들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에이코가 아니었다면, 또다시 울음 소리를 냈을 것이다.
「아빠가 일어나셨나 보네.」
에이코가 말하자, 쿠미는 그렇구나 그것은 코자부로가 탑에서 이쪽으로 오고 있을 때, 다리계단을 거는 소리였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꿈을 꾼 게 아닐까?」
에이코가 엷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아니에요! 절대로 봤어요! 확실해요!」
「그렇지만 여긴 3층인걸!? 2층 창에도 지붕이나 발코니 같은 것도 없고, 눈 위에 발자국도 없고, 저걸 봐요.」
「그래도!」
「게다가 그런 화상자국이 있는 사람은 이 집에 없어요.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한 사람은!
역시 악몽을 꾼 거예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잘 못 든다고 하잖아?」
「절대로 아니에요! 꿈이랑 현실 구분 정도는 할 줄 안다구요! 그건 절대로 현실이에요.」
「그럴까?」
「소리도 들었는걸요. 당신 못 들었어요?」
「어떤?」
「뭔가가 맞부딪치는 듯한 소리.」
「글쎄.」
「그럼, 비명은?」
「당신이 지르는 비명은 충분히 들었지만.」
「그게 아니라, 남자 목소리 말이에요!! 악쓰는 소리.」
「무슨 일입니까?」
에이코가 돌아 보자, 열려 있던 문 근처에 코자부로가 서있다. 가운이 아니라 쟈켓을 입고, 평상복 바지에다 스웨터도 입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은 아마 잠옷임에 틀림없다.
「이 분이 치한을 만났대요.」
「아니라니까! 치한이 아니에요. 누군가 보고 있었어요, 창 밖에서.」
「창? 이 창에서?」
코자부로도 놀랐다.
「하지만 여기는 3층입니다.」
「저도 그렇게 말했지만, 봤다면서 완고하게 말씀하셔서.」
「봤어요.」
「꿈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상당히 키가 큰 남자가 아니라면…… 아무리 그래도 3층이니까.」
그러고 있는 사이,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 근처에 카나이 미치오가 서서, 이미 열려있는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아가씨가 아무래도 무서운 꿈을 꾼 것 같다네.」
「꿈이 아니라니까요! 카나이씨, 남자 비명 소리 못 들었어요?」
「아아, 뭔가 들은 것 같긴 한데.」
「음, 나도 비몽사몽간에 들은 듯한 느낌이 드는군.」
코자부로가 말했다
「그래서, 나도 일어나서 내려왔다네.」



Dedicated to amaco & The Reggios
번역:모모깡
교정:decca님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사항 이곳은 '연재 및 번역'입니다. decca 2014.11.21 1895
공지 공지사항 이곳은 '연재 및 번역'입니다. decca 2003.03.16 8260
94 [번역]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제 1막 2장 4 decca 2005.03.16 2607
93 [번역] 모리 히로시, 사계 ~봄~ - 제 2 장 (1) 정크 2004.08.26 2604
92 [번역]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제 1막 6장 - 2 decca 2005.07.19 2593
91 [번역] 샘 호손의 사건부 - 유개교의 수수께끼 3 maettugi 2005.04.01 2573
90 [번역] 모리 히로시, 사계 ~봄~ - 제 1 장 (6) 정크 2004.08.26 2570
89 [번역] 모리 히로시, 사계 ~봄~ - 프롤로그 정크 2004.08.09 2561
88 [번역]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제 1막 6장 - 1 1 decca 2005.05.17 2556
87 <<창작물입니다... >> 가계부 일기 5 귀염이 2004.04.30 2555
86 두 사람의 엘러리 퀸 04. decca 2005.03.02 2554
85 [번역]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제 1막 5장 - 2 decca 2005.04.26 2553
84 창작 아리아드네의 실 1 decca 2013.07.01 2552
83 [번역]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 (The Problem of the Voting Booth) (1) - Edward D. Hoch / 木村二郞 1 maettugi 2005.11.29 2524
» [번역]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제 1막 4장 decca 2005.03.25 2513
81 [창작] 가려진 10분의2, 지워진 10분의2 그리고 10분의1 - 5부 (3) 느와르 2009.03.29 2511
80 [번역] 대담한 유혹 사건, E.S. 가드너 #1 decca 2006.01.11 2509
79 사교계의 야심가 3 살짜기 2004.10.13 2508
78 [창작]IMAGINATION [Prologue] 1 OurLadyPeace 2006.04.09 2491
77 [번역] 샘 호손의 사건부 - 서문 maettugi 2005.03.28 2491
76 [창작]미궁속알리바이 -1- 1 김동훈 2003.10.30 2488
75 [번역] 대담한 유혹 사건, E.S. 가드너 #4 decca 2006.02.02 248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copyright 1999 - now howmystery.com all right reseved. deccaa@gmail.com / haanakiri@gmail.com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