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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17.08.06 08:32

야행 - 모리미 도미히코

조회 수 1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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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판타지, 미스터리, 열차, 교토 모두 좋아하는 것들이라 모리미 도미히코의 『야행』은 최근 출간된 작품 중 단연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런 기이한 이야기는 왠지 도쿄보다는 고풍스러운 교토가 배경일 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 거기에 밤과 열차라는 시간과 장소가 갖춰지면 신비로움까지 더해지는 듯하다. 작가의 문체도 굉장히 섬세하다. "정적의 질이 바뀐 듯한 기분"이라든지 "밤의 밑바닥" 같은 표현들은 말로 듣는 것보다 글로 읽어야 그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작가는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밤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자신만의 새로운 밤의 세계를 창조한 듯하다.


이야기는 교토의 기이한 3대 축제 중 하나라는 '구라마 진화제'에서 시작된다. '나'인 오하시는 학생 시절 영어회화 학원에 같이 다니던 동료들과 함께 축제를 구경하러 교토에 모이기로 한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이지만 사실 10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 같은 축제를 구경 온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동료 한 명이 홀연히 사라진 사건 후로 다 같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도 그 동료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려지고 동시에 현실과 꿈의 경계도 흐릿해지는 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며 자연스레 '그때'를 떠올린다. 그녀는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실종된 동료의 이름은 '하세가와'이다. 조금 전 낮, 교토에 일찍 도착한 오하시는 그녀와 닮은 사람을 보고 귀신에게 홀린 듯 뒤쫓다 한 화랑을 발견했다. 우연히 들어간 그곳에서 다시 한 번 사라진 그녀 대신 그는 어느 동판 화가의 「야행(夜行)」이라는 연작을 만났다. 새까만 배경에 환한 것이라고는 불 밝힌 열차와 그 바로 앞 손을 흔들며 서 있는 한 여자뿐인 동판화가 그의 마음을 끌었다. 오하시는 동료들에게 이 기묘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만 보았다고 생각한 화가의 그림을 그들 또한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다섯 명의 인물들은 그림에 얽힌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진짜라기보단 듣고 있으면 괜히 끌리는 기괴한 옛날이야기 같았다. 얼굴 없는 여자, 출처를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소리, 죽음을 보는 강령술사, 불타는 집까지 하나같이 정상적인 이야기들이 없다. 사라진 여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화가와 동판화와는 무슨 관계인지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어두운 밤의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작품의 마지막까지 흐르는 몽롱함으로 마치 다른 사람의 꿈을 엿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어 생각을 정리하려고 읽은 옮긴이의 말은 오히려 몽롱함의 정점을 찍어주었다. 마지막까지 일관된 모습이 마음에 든다.


작품에 따르면 밤은 어디로든 통한다고 한다. 어둠은 어디든 연결되어 있다니 무서웠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듯한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어 무서웠다. 평상시에 보았다면 아름다웠을 밤하늘 아래 풍경의 묘사는 작가의 손을 거치고 나니 오싹하고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작품 속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밤의 밑바닥'이 이런 건가 싶었다. 등장인물들과 밤의 열차를 타고 떠난 여행은 수수께끼 같았다. 종착역이 어딘지는 알 수 없었지만 거기서 만난 또 하나의 이야기는 앞선 것들과는 달리 아름다웠다. 참으로 기이하고 호젓했던 이번 작품이다. 여름밤 더위 속 서늘함을 느끼고 싶다면 『야행』을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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