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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17.09.04 13:01

비정근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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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 대한 사명감 따위, 천성적으로 일을 싫어하는 기간제 교사인 주인공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기존의 교사가 육아 휴직을 가지거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공백이 생길 때 임시로 자리를 메꾸는 역할을 한다. 스물다섯 나이에 미스터리 작가가 꿈이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의 신세가 되었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교사라는 이름에 충실(?)하게 기간제로 일하는 동안 주변 동료 교사들과 필요 이상으로 친해지는 수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리할 생각 따위 요만치도 없다'는 주인공은 마음먹은 것과는 다르게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꽤 적극적으로, 그리고 무심하게 탐정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주인공 '나'가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는 곳에는 환영 인사라도 하는 듯 항상 크고 작은 사건이 선물처럼 딸려온다. 다잉 메시지를 남긴 시체가 발견되고, 반의 학생이 자살 시도를 하고, 독극물 사건이 발생하고, 협박 메시지가 전달되는 등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치고는 다소 섬뜩하다. 읽다 보면 이 아이들이 진짜 초등학생들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잔인해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다고 유치한 사건들만 등장했다가는 사건을 풀어가는 주인공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아쉬웠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작품 『비정근』은 주인공 '나'가 중심이 되는 여섯 개의 이야기와 마지막 부록으로 담긴 두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의 명성은 물론이거니와 하드보일드하다는 책 소가를 보고 집어 읽었는데 나대는 캐릭터가 아니라 무심한 듯 시나컬하게 사건을 풀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작가가 꿈이라 그런지 하나하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해당 반 아이들은 아마 주인공을 '왕 재수 선생님' 혹은 '쿨한 선생님', 둘 중 하나로 기억할 것이다. 그만큼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상대방에겐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성격을 가진 확실한 캐릭터이다.


그래도 분명 주인공 '나'는 따뜻하다. 겉으로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학생들을 조용히 응원한다든지, 초등학생에 눈높이를 맞추어 아이를 잘 어르고 달래는 모습은 '나'가 앞서 누누이 이야기해오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한 번은 아이에게 윙크를 날리기도 하였다). 아마 이러한 것들이 '나'가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설명할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뭐 가끔 반 아이들이 떠드는 모습을 '원숭이들이 날뛰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그래도 반 아이들을 '방약무인한 원숭이들'이라고 표현했을 땐 다소 놀란 건 사실이다.


마지막에 '또 다른 이야기'로 구분되어 있는 두 개의 이야기도 꼭 하고 싶다. 모두에게 이 '고바야시 류타'라는 깜찍한 주인공을 소개하고 싶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세상만사 귀찮아하는 어른이었다면, 이번에는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내려와 사건을 바라보고 풀어나간다. 독자에게 재잘재잘 종달새처럼 떠드는 듯한 문체를 사용한 덕분인지 심지어 방화 사건을 이야기할 때조차 마냥 귀엽기만 했다. 부록 형식으로만 끝나서 정말 아쉽다. 고바야시의 귀엽고 아이다운 툴툴거림을 더 듣고 싶다. 물론 '나'의 냉소적이면서 따뜻한 모습도 더 보고 싶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매력적인 두 명의 캐릭터를 만나게 되어 반가움도, 즐거움도 두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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