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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시민을 꿈꾸는 '여우'와 '늑대'의 이야기.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여우 '고바토 조고로'와 늑대 '오사나이 유키'는 중학교 3학년 여름부터 함께 어울려 다니기 시작했다. 과거 고바토는 여우 같은 영리한 잔머리로 상대방의 비밀을 들춰내는 골칫덩어리였다. 당연히 그런 친구와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고바토의 행동에 불쾌해하며 손가락질했다. 그리고 당시 이러한 상황은 고스란히 그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그 후부터 고바토는 자신의 본성을 철저히 감추며 살기로 결심한다. 일명 '소시민의 삶'을 목표로 삼는 것. 귀찮은 문제에는 개입되지 않도록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하루하루 평온한 생활을 찾아간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그에게 필요한 사람이 바로 오사나이다.


둘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사이다. 한 명이 복잡한 상황, 혹은 위기에 빠지게 되면 다른 한 명을 핑계로 그 순간을 빠져나온다. 처음부터 그러기로 약속된 관계다. 고바토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오사나이는 초등학생 같은 깜찍한 외모와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발톱을 숨기고 살아가는 집념 강한 늑대다. 그 강한 집념을 보이는 것 중 하나는 혀가 녹아내릴 정도로 달달한 디저트인데, 단맛이 온몸을 타고 전류처럼 흐르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그리고 그녀가 단맛보다 더욱 짜릿하게 느끼는 것, 즉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복수'다. 오사나이는 복수를 꾀하고 실행하는 것을 사랑한다. 복수의 피가 도는 오사나이의 모습은 소시민의 탈을 쓴 그녀와 비교해 상당한 괴리감을 자아낸다. 다행히 지금은 그녀 또한 여러 가지 사정으로 납작 엎드려 지내고 있다.


그러나 한번 타고난 성격은 쉬이 바뀌지 않듯이, 평범한 소시민을 추구한다는 그들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자신들의 영악함과 복수심을 거부하지 않는다. 순간순간 본성이 튀어나올 때마다 약속한 대로 서로에게 주의를 주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시민을 향한 길은 아직 멀게만 보인다. 어떨 땐 가면 아래에서 자신들의 진짜 본성을 드러낼 '때'를 기다리는 듯하기도 하다. 소시민이 되기로 결심한 후, 지난 일 년을 시행착오 기간이라 여긴다면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나름대로 잘 지내온 셈이다. 하지만 고바토는 이번 여름방학부터 오사나이에게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다. '소시민' 오사나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그가 의문을 느끼자 조용히 잠자던 자신 속 영악한 탐정도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사실 여름방학 동안 둘이 만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고바토가 계속해서 주장하듯이 "서로 의존하는 관계는 아니"므로 원래대로라면 둘은 소시민답게 각자 평온한 생활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오사나이는 방학 첫날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디저트 제패'를 선언하며 고바토에게 함께할 것을 요구한다. 단것을 싫어하는 그는 어쩌다 보니 이 황당한 제안을 수락하게 되는데, 후에 자신도 이해 못 하는 이러한 행동을 '지긋지긋한 더위 탓'으로 돌려버린다. 달콤한 여름방학의 추억은 무슨, 서로 연애하는 관계도 아니고 소시민으로서의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억지로 설탕 덩어리를 먹어야 하는 고바토는 그래도 꾸역꾸역 그녀와의 디저트 투어에 나선다. 어느새 그 또한 '소시민' 고바토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보이고 만다. 과연 그들은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소시민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까.


'소시민' 시리즈의 첫 권인 『봄철 한정 딸기 파르페 사건』을 읽을 땐 여러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서는 상대적으로 사건보다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관계에 더 주목하게 된다. 서로를 감싸주기로 한 약속은 처음부터 양쪽 모두에게 균열이 존재한 채로 맺어졌다. 서로에게 이용가치가 떨어진 순간 내려진 결말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 속 등장하는 사건은 오히려 두 사람이 각자 숨길 수 없는 자신들의 본성을 다시 한번 각인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소시민, 여우, 늑대 등 각종 수식어를 모두 떼어버리고 나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오사나이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오만한 고등학생 두 사람뿐'이라 말했지만, 나에게 그들은 단순히 외로운 두 거짓말쟁이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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