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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17.11.08 16:51

예쁜 여자들 - 카린 슬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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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작 목록에 낯익은 제목이 보인다. 읽은 것도 같은데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은 그 당시 강한 인상을 남겨주지 않은 탓일 것이다. 이 인상이 이번에 획기적으로 바뀌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놀라운 설정과 전개이지만 읽는 내내 답답함이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답답함은 사실 소설 중반까지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하면 역시 두 자매의 문제와 그들이 처한 상황을 그들만의 힘으로 풀려는 노력 혹은 우왕좌왕 탓이다. 산뜻하고 통쾌한 진행보다 뭔가 찜찜함이 먼저 남는다.

 

20년 전 열아홉 살의 줄리아가 실종되었다. 이 실종은 그 가족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부모님은 이혼하고, 여동생들은 자신의 삶이 깨어졌다. 둘째 리디아는 마약에 빠졌고, 막내 클레어는 중심을 잃은 채 살았다. 이 실종을 둘러싼 주변의 시선은 결코 좋지만은 않다. 그녀가 술에 취했고, 늦은 밤에 사라졌기에 다른 소문들도 무성했다. 이 모든 일들이 남은 가족들에게는 상처다. 이 상처는 줄리아가 나타나기 전에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 아빠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엄마는 술에 빠졌다. 이런 과거를 지닌 두 딸은 한 남자로 인해 깊은 갈등을 품고 18년 동안 헤어져 있었다.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은 줄리아의 실종이다. 여기에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폴이다. 폴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려지는 것은 이야기 중반 이후다. 하지만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이 자매를 다시 만나게 한 것도 역시 폴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폴의 죽음이다. 폴의 아내였던 클레어가 강도 현장에서 폴의 죽음을 보았다. 이 소식을 들은 리디아는 그의 묘지를 찾아갔다가 클레어와 만난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만 남긴 채 헤어졌는데 클레어가 폴의 컴퓨터에서 한 동영상을 보면서 상황이 바뀐다. 그것은 전형적인 스너프 필름이다. 이 동영상들을 가지고 경찰서장을 찾아가니 영화라고 말하며 돌려보낸다. 찜찜함은 남지만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과 장례식 이후 도둑이 든 집 등은 그녀를 너무나도 지치고 힘들게 만든다.

 

마약 중독에서 힘겹게 벗어난 리디아는 예쁜 딸 디와 함께 산다. 좋은 사립학교에 다니는데 그 뒤에는 한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바로 폴이다. 폴이 몰래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클레어다. 남편의 컴퓨터와 파일을 뒤지다 리디아 폴더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름의 수많은 여성들 파일이 같이 있다. 다른 동영상도 적지 않다. 경찰서에 가져 간 파일 중 하나에는 지금 실종 수사 중인 소녀와 닮은 소녀가 등장한다. 당연히 경찰은 부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은 한 명 밖에 없다. 리디아다. 아주 예뻤지만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자매가 만난 것은 이런 상황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두 자매의 만남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갈등들로 서먹하다. 언니의 파일 사실을 숨긴 채 폴의 파일과 동영상만 보여준다. 이때 찾아온 FBI와 새로운 정보는 평범한 아줌마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과거의 거짓말을 파악하고, 파일 등을 조사하면서 알게 모르게 둘은 과거의 상처를 조금씩 지워간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동영상 파일 이름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지만 아직 막연하다. 폴의 옛집에 전화했을 때 나온 다른 여자의 목소리는 오해하기 딱 좋다. 사건은 이렇게 작은 발견에서 발견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드러나는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과연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가능성과 어떻게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이어졌다.

 

현실의 흐름 중간중간에 아빠의 일기가 삽입되어 있다. 이 일기는 줄리아에게 쓰는 편지 형식인데 과거의 수사와 조사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어떻게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딸과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이 가족애는 결국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는 결론과 행동으로 이어진다. 솔직히 이 부분은 살짝 거슬렸다. 물론 이 소설에서 가해자의 시각이 아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 상태와 현실에 초점을 맟추다보니 이 부분이 더 부각된 점도 있다. 그리고 화자의 시점을 바꾸면서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만들고, 각자의 개성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이때 이 개성 때문에 순간적으로 몰입에 방해받기도 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사라졌다. 가짜이거나 연출일 것이란 장면은 사실로 드러나고, 이 사실을 숨기려는 사람들이 나온다. 여기에 또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꼬인다. 물론 이 꼬인 상황은 모두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 지점에서 모든 비밀을 풀리고, 상황은 마무리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쉬울 리 없다. 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누가 적이고, 누구의 도움을 받을지,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나갈지, 줄리아 실종의 사실은 무엇인지, 그 동영상의 진실은 무엇일지, 호기심을 부채질하면서 마지막까지 달리게 한다. 비록 초반의 지루함을 넘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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