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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6 12:45

아리아드네의 실 15

조회 수 237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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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회 남았습니다. 휴.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91187&volumeNo=15

 

 

여고형은 1층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와 내 앞에 세웠다. 파란색 경차였다. 나는 이 황송한 대우에 어쩔 줄 몰라 하며 허겁지겁 차에 올랐다.

 

“아니 형, 차도 있다니. 역시 그때부터 가장 유능하시더니.” 

 

“할부야. 몇 달 동안 부어야 하는지 알아? 자그마치 64개월이라고.”

 

“아, 네.”

 

“어디로 가면 돼?”

 

“네 **동 ***텔이에요.”

 

여고형은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요 며칠 충격을 좀 받았을 테니 좀 쉬면서 너도 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봐. 나도 운전하면서 정리해볼 테니.”

 

배려였다. 옛날부터 이 형은 가끔은 미친 사람 같았고, 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밉지는 않았다. 우리는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차는 한강 다리를 건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고형이 물었다.

 

“너 말이야. 지금 살고 있는 집.”

 

깜빡 졸았나 보다. 여고형이 끼어든 이상, 나는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 형이 왜 우리 집에 가겠다는 건지, 로매는 어떻게 됐는지, 나는 아직까지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아니, 더는 알기 싫었다. 일단 형이 하라는 대로 할 생각이었다.

 

“네? 무슨 집요?”

 

“너 살고 있는 집. 거기서 산 지 얼마나 됐어?”

 

“육 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요?”

 

“네가 거기 사는 걸 누가 아니?”

 

“음, 삼촌하고 부모님하고 경비 아저씨 정도? 이제 로매랑 형 정도겠네요.”

 

“그래? 부동산이나 이런 곳은 모르나?”

 

“아뇨? 제가 산 집도 아닌데. 아 맞다 전에 세대주 조사하러 통장 아주머니가 온 적이 있었어요. 그 아주머니는 알려나.”

 

“그래? 그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군? 누구 부른 적도 없어? 방문하는 건 내가 처음인가?”

 

“그렇죠. 제 집도 아닌데요. 그리고 아시잖아요. 제가 밖에 잘 안 나가는 거.”

 

“하긴, 예전부터 그랬지.”

 

다시 침묵.

 

거의 집 앞에 다다를 무렵, 여고형이 또다시 말을 걸었다.

 

“그 시체 말인데. 그 누에고치라는 말이 계속 거슬리네. 그게 뭐야?”

 

“자세히 보지는 못했어요. 아 정말 무서웠거든요. 뭔가 파란……. 아 잘 모르겠어요. 삐죽 튀어나온 손발은 확실히 여자 것이었어요.”

 

“뭐, 마네킹 이런 건 아니고?”

 

“아뇨? 절대 아니에요.”

 

“시트에 피도 묻어 있었고?”

 

“네.”

 

“그런데, 다시 가보니 흔적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네.”

 

“이상하네. 뭐, 일단 다 왔다.”

 

“저기가 주차장이에요. 지하로 들어가시면 돼요.”

 

“이야, 건물 좋은데.”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넨 후에 여고 형과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형은 부러운 듯 건물 여기저기를 살펴봤다.

 

“여긴 월세가 얼마려나……. 아 참, 깜빡 잊을 뻔했네. 밥은 시켜먹자. 난 두 마리 치킨.”

 

하긴 나도 배가 고팠다.
“아, 네. 대접하죠.”


여고형과 나는 집안에 들어섰다. 형은 뭐가 신기한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닭 시킬게요.”

 

여고형은 뭐라고 중얼거리며 방안을 계속 오갔다. 아무래도 혼자 사니, 혼자 사는 다른 이의 집이 궁금했나 보다. 맥 앞에서는 “오 맥.”이라고 하더니 수조 앞에서는 수조를 톡톡 건드리며 “와, 지느러미 봐. 지느러미.”라며 얼굴을 들이댔다. 나란히 놓인 다섯 개의 화분도 신기한지 “이거 꽃 피나?”라고 중얼대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냉장고 문도 열어보고 싱크대 서랍도 몇 개 열어보더니, 신발장 문을 열고 급기야 화장실 문을 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형은 신기한 듯 물을 내려보더니 비데 버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 형 그거 누르면 안돼요.”“아앗!”

 

여고형은 순식간에 비데 물을 뒤집어썼다.

 

“으음, 퉤. 어떻게 이 각도로 물이 나오지? 수압이 만만치 않군.”

 

형은 굴하지 않고 휴지로 얼굴을 닦더니 손가락을 들어 위를 가리켰다.

 

“저기는 뭐야?”

 

“삼촌 책이 있어요.”

 

“봐도 돼?”

 

“그럼요. 단 건드리지 마세요.”

 

“그래, 그래. 설마 저기에 비데는 없겠지.”

 

여고형은 위로 올라가더니 책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야. 이거 뭐야. 귀한 책들이 많네?”

 

나는 위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네, 형도 추리소설 좋아했죠? 삼촌이 가끔씩 원서를 택배로 보내요.”

 

“대단한데, 애호가다. 애호가. 이걸 어떻게 모았을까나. 그나저나 작가나 출판사 순이 아니고 색상 순으로 배치했네?”

 

“네, 삼촌이 처음부터.”

 

“그런데 색이 좀 안 맞기도 하는군.”

 

“몰라요. 색에 맞춰 꽂고 정리만 하지. 특별히 손대지는 않아요.”

 

형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책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화분과 수조를 확인한 후, 작은 상을 펼쳤다. 그러자 닭이 왔다.

 

“형, 닭 먹어요.”

 

여고형이 계단을 내려오면서 말했다.

 

“야, 저렇게 좋은 책이 많은데, 안 읽는단 말이야? 아쉽네. 어디 이 동네 닭은 어떤가.”

 

우리는 상을 마주하고 앉아서 닭을 뜯기 시작했다. 닭다리를 움켜 쥔 여고형이 입가에 양념을 닦으며 말했다.

 

“이 집에 네 책은 딱 두 권이구나? 포토샵 책. 그리고 저건 뭐야. '좋은 생각'?”

 

나는 멋쩍게 웃었다.

 

“아뇨, 사실은 한 권이죠. 저 '좋은 생각'도 어제 무슨 보험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받은 거예요.”

 

“변한 게 없네. 변한 게.”

 

여고형은 그 이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손과 입에 온통 양념을 묻혀가며 지저분하게 닭을 먹었다. 혹시 이 집의 방문 목적이 닭이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동네 닭집을 평가하고 다니는 건가? 나는 살짝 초조해졌다.

 

“형, 이제 원하는 걸 먹고 계시니. 알려주세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그런데 지난 달 거네?”

 

“뭐가요? 잡지요? 어차피 홍보인데 뭐.”

 

“지금 며칠인데 과월호 게다가 달랑 한 권으로 무슨 홍보를……. 어? 너 저거 언제 받았니?”

 

“네? 그저께 밤인가?”

 

“밤? 몇 시?”

 

“12시쯤 됐나, 택배 기사가 사고가 나서 늦었다고 하더라고요.”

 

여고형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더니 손을 씻고는 밖으로 나갔다.

 

“곧 돌아올 거니까, 문 잠그지 마.”

 

“어디 가요?”

 

“1층.”

 

도대체 무슨 일일까?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함께 나갔겠지만, 거듭된 외출, 시각적 충격, 수면 부족에 완전히 지쳐버린 나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그저 형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이러다 형까지 안 오면 정말 코미디 같겠군. 난 키득거리며 웃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벨이 울렸다. 서둘러 문을 열었더니 여고형의 얼굴이 보였다.

 

“문 잠그지 말라니까.”

 

“번호 키라 어쩔 수 없어요.”

 

“음, 그렇구나. 자동으로 잠기는군.”

 

“그런데 어디 다녀오셨어요?”

 

“말했잖아. 1층. 그나저나 잡았다.”

 

“뭘요?”

 

“뭐긴 뭐야. 실이지.”

 

“실?”

 

“당길 정도로 튼튼한지는 모르겠으나. 잡긴 잡았어. 그래도 자세히 모르겠어. 기가 막히는군. 일단, 전화를 해보자. 받으려나? 안 받겠지. 하지만 받으면 좀 쉽게 끝나겠고. 받아라, 얍!”

 

여고 형의 특징이었다. 이 형은 뭔가 생각이 빨라지면 손가락을 휘두르며 계속 자문자답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여고형이 저런 상태일 때는 뭔가 물어봐도 아무 소용없었다. 절대 답해주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왼손에 전화를 들고 오른손 검지는 곧게 편 채, 형은 계속 중얼대기 시작했다.

 

“안 받아? 안 받네. 그래? 그럼. 총무.”

 

“네?”

 

“민영이 전화번호 줘봐. 있다고 했지?”

 

“아 네.”

 

나는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나오게 해서 형 눈앞에 들이댔다.

 

“어디 보자. 자, 자. 받아라.”

 

“어제, 안 받던데요.”

 

“거는 사람이 다르잖아. 자, 자. 음. 안 받네. 에이. 음, 어쩌지.”

 

형은 갑자기 흥분 상태에서 빠져나왔다. 애꿎은 전화기를 바라보더니, 다시 각각 한 번씩 전화를 더 해봤다. 그리고 예전 말투로 돌아왔다.

 

“안 받아. 하긴 이렇게 쉬울 리는 없지.”

 

“뭐가요? 민영이랑 누구에게 전화를 한 건데요?”

 

형이 갑자기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더니 갑자기 뚫어져라 쳐다봤다.

 

“총무, 아니 여준아.”

 

“네? 뭐하는 거예요?”

 

나는 등에 힘을 주면서 뒤로 물러났다.

 

“몇 가지는 알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70퍼센트 정도는 알 것 같아. 그에 따르면 넌 잘못 없다. 문제도 없고. 걱정 안 해도 된다. 물론 로매도.”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냥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래도 시간이 좀 필요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지?”

 

“그럼요. 누가 알아들어요?”

 

“맞아, 하지만 좀 시간이 필요하다. 내 말을 믿는다면 음, 그래. 내일 2시에 만나자. 그래도 이건 내 명예를 걸고 말할게. 오늘은 그냥 푹 쉬어도 돼.”

 

어디 걸 만한 명예가 있으시던가. 이 형에게 연락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한 일이지만,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그래도 형의 불가사의한 능력은 몇 번 봐왔다. 감이 좋고, 머리 회전이 빠르며 나보다 의심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내 어깨에 얹힌 형의 두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도대체, 어디서요?”

 

“**대학교 그 옛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나무 밑에서 보자.”

 

  • 황당당근 2013.07.27 11:54
    탐정이 실마리를 잡아 술술 해결하는군요. 저도 술술 읽힙니다. 벌써 다음이 마지막 회라니!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하이아 2013.07.27 20:05
    마지막회가 너무 기대됩니다.
  • decca 2013.07.28 00:08
    실망하지는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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