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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탐정 가운데는 수학자 출신이 많습니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객관적이고 명쾌한 논리를 요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학이 추리소설의 트릭이나 줄거리에 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소설상으로 묘사하기에는 워낙 어렵고 전문적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여기에 수학이 형사재판에 크게 관여한 실제 사건이 있습니다. 그것도 영아 연쇄살인사건의 재판입니다. 설명하기 쉽지는 않지만 한번 이 기회에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의학자나 수학자가 아니므로 잘못된 개념이나 설명이 나올 경우 언제든지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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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na2.jpg 
<샐리 클락 부부와 아기 크리스토퍼>
 
*두 아기의 죽음

1996년 12월 13일, 크리스토퍼 클락이 영국 체셔주 윔슬로우 시에서 사망했다. 1996년 9월 22일에 태어난지 불과 11주만의 죽음이었다. 아기의 어머니는 샐리 클락, 아버지는 스티브 클락이었다. 두사람은 모두 촉망받는 변호사였다. 

 경찰에 따르면 어머니 샐리 클락은 크리스토퍼를 요람에서 재우고 있던 도중, 아이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크리스토퍼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 사망했다. 그러나 이렇다할 사인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유아 돌연사증후군'으로 판단했다.  크리스토퍼의 사망진단서에는 '자연사'로 적혔고, 사건은 공식적으로 종결됐다.

 어머니 샐리 클락은 갑작스런 아기의 죽음에 상심했고,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클락 부부는 또다시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둘째를 갖는 것이었다"라고 이들 부부는 말했다.

  1997년 11월 29일 샐리 클락은 둘째아이인 해리를 출산했다. 해리는 예정일보다 3주 일찍 태어났다. 첫째 크리스토퍼를 잃은지 1년 1개월만이었다.

 1998년 1월 26일, 해리가 사망했다. 태어난지 불과 8주만에 일어난 또다른 비극이었다. 두 아기 모두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어머니와 단 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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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클락 부부는 해리의 부검을 요청했고, 경찰도 부검에 착수했다. 두 어린아기의 죽음에 클락 부부를 바라보는 이웃의 시선도 싸늘해졌기 때문이었다. 첫째 아기가 죽었을 때는 위로하고 동정했지만, 둘째 아기마저 죽자 의혹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클락 부부 역시 "두 아기에에 혹시 우리가 모르는 유전적 결함이나 질병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부검에 동의했다.

 앨런 윌리암스 박사가 부검을 실시한 결과, 해리의 시신에서 안구 출혈과 뇌손상이 발견됐다. 윌리암스 박사는 "이는 아이를 흔들었을 때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둘째아이 해리의 죽음은 첫째아이 크리스토퍼의 부검으로 이어졌다. 부검 결과 크리스토퍼의 폐에서 출혈이 발견됐으며, 입술은 찢어져있었다. 윌리엄스 박사는 크리스토퍼가 질식사당했다고 판단했다.

 해리의 사망 4주 후인 1998년 2월 23일, 남편 스티브 클락과 아내 샐리 클락이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샐리 클락은 셋째 아이를 임신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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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pregnantwchristopher50.jpg 
<임신중인 샐리 클락과 남편 스티브>
 
*샐리 클락은 누구인가

 스티브 클락과 샐리 클락 부부는 범죄와 가장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샐리 클락의 아버지는 윌트셔 경찰서장을 지낸 베테랑 경찰관이었다. 그는 사우댐턴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시티은행과 로이즈 은행에 근무한 후, 런던의 시티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됐다. 1990년에는 같은 변호사인 남편 스티브와 결혼했다.

 사건 발생 당시 두사람은 모두 맨체스터의 대형 로펌 '애들셔 부스&컴패니'에 근무하고 있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두사람 모두 바쁜 생활에 아이가 없다는 것이 유일한 아쉬운 점이었다. 그래서 샐리 클락은 32세의 약간 늦은 나이에 아기를 가지기로 결심했던 것이었다.

 1999년 4월, 체스터 법원에서 해리슨 판사주재로 샐리 클락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체포 후 14개월 동안 샐리 클락은 검찰측으로부터 '과실치사'를 인정하는 대신 유죄를 인정하는 형량 협상을 벌였으나, 샐리 클락은 이를 거부했다. 남편 스티브의 기소는 취하되었으나, 아내 샐리 클락은 2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는 옥중에서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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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sally.jpg
<재판에 출석하는 샐리 클락 부부/ 사진 출처=로이터>
 
*유아 연쇄살인인가

 재판중 검찰과 변호인측은 모두 최고의 의학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동원했다. 검찰은 첫째 아이 해리의 폐에 출혈이 발견됐고,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으며, 입술이 찢어져 있었으며, 이는 샐리 클락이 아이를 질식사시킨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크리스토퍼의 다리에 발견된 멍은, 샐리 클락이 평소에 아기를 학대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둘째아기 해리 역시 부검 결과 안구출혈과 뇌손상이 발견됐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또한 크리스토퍼와 해리 두 아기가 죽을 당시 공통적은 정황은 단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바로 사망 당시 아기들의 곁에 유일하게 있었던 사람이 샐리 클락, 단 한명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부검결과를 부정하는 전략을 취했다. 크리스토퍼의 다리에 생긴 멍, 폐의 출혈, 입술의 상처, 부러진 갈비뼈는 사망의 원인이 아니며, 응급실에서 인공호흡과 소생술을 실시할때 발생한 상처라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의 병원 도착 당시 이렇다할 외상이 없었다는 응급구조원과 병원 의사의 증언이 증거로 제시됐다.

 또한 처음 부검을 실시한 윌리엄스 박사는 지역 의사일 뿐, 부검의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됐다. 무엇보다도 윌리엄스 박사는 14개월전 크리스토퍼의 사망진단서에 '자연사'라고 적은 장본인이었지만, 해리의 사망 후 자신의 견해를 뒤집었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재판 시작 3일 전 자신의 부검결과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사실도 부각됐다.

 변호인측은 또한 샐리가 두 아이를 살해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샐리와 스티브 모두 촉망받는 변호사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으며, 두 부부사이는 매우 극진하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이웃들의 증언도 첨부되었다.

 변호인은 또한 두 아기가 사망하기 얼마전 예방접종을 맞았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특히 둘째 해리는 예방접종 4시간만에 사망했다. 변호인은 특정 유전질환의 경우 백신을 맞으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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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돌연사 증후군인가

 재판중 화제가 된 것은 '유아 돌연사 증후군'이었다. 약자로 SIDS(sudden infant death syndrome)이라고 불리는 유아 돌연사 증후군은 아기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 닥칠수 있는 최악의 악몽이었다.

 주로 한살 미만의 영아에게 발생하며, 생후 특히 2~6개월 사이에 발생한다. 겉보기에 아주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영아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호흡을 정지하고 사망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의 원인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으며, 선천적, 후천적 질환이 가설로 제시되고 있지만 그 어느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로서는 유아 돌연사 증후군의 정확한 예방 방법이 없지만, 아이를 엎드려 재우지 않고, 똑바로 재우는 것으로 유아 돌연사를 감소시킬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및 한국에서는 '아이를 똑바로 눕혀 재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Safe_Sleep_logo.jpeg 
<미국의 '아이를 안전하게 눕혀 재우기' 캠페인 로고>
 
 유아 돌연사증후군으로 판단되는 경우는, 병력, 건강 상태, 사망시의 상황, 정확한 해부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원인을 특정할 수없는 경우에 한한다. 그러나 유아 돌연사 증후군은 학대나 살인 등 의도적 질식사와 구분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당시 영국언론 보도와는 달리, 샐리 클락의 변호인은 '유아 돌연사 증후군'이 아이들의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변호인측은 아이들의 유전적 결함, 또는 백신 접종이 원인일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한 윌리엄스 박사의 부검 결과에 의문을 던지고, 전문 부검의가 해리와 크리스토퍼를 다시 부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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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동기는 무엇인가

검찰의 최대 약점은 범행 동기가 명확치 않다는 것이었다. 변호인의 주장대로, 재정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고 사회적 존경을 받고 있는 변호사 부부가 자신의 아이를 연쇄살인할 아무런 동기가 없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샐리 클락이 아기 양육 때문에 자신의 변호사 커리어를 이어나갈수 없는 점을 비관해서 아이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가설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은 전략을 바꿨다. 바로 최고의 전문가를 증인으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검찰측 증인은 리드 대학 소아과의 로이 미도우(Roy Meadow) 교수였다. 그는 '대리 뮌히하우젠 증후군' (Munchausen Syndrome by Proxy) 개념을 창시해 영국 여왕에게 경(Sir)의 작위를 받은 영국 소아과 최고의 권위자였다. 그는 또한 너무나 유명한 '미도우 법칙'(Meadow's law)을 제창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미도우 법칙'은 다음과 같았다.

 "첫번재 죽음은 비극이다. 두번째 죽음은 의혹이다. 세번째 죽음은 -특별한 증거가 없는 한- 살인이다."
 "One is a tragedy, two is suspicious and three is murder unless there is proof to the contrary."

<계속>
  • 비니루 2013.07.31 09:58
    흥미진진해서 남은 이야기를 찾아 읽어 버렸습니다. 어려운 사건에 어려운 해결(?)이었네요.
    확률/통계는 이론과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때의 차이가 있어서 늘 어려운 것 같습니다.
  • KenSmith 2013.07.31 13:18
    흥미진진한 얘기가 다시 시작되었네요!
    다음 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하이아 2013.07.31 17:02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어려운 내용이지만 최대한 쉽고 재밌게 써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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