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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3:07

바닥_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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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마스카라의 마지막 말과 그 야비한 표정이 자꾸 신경 쓰였다. 쓰레기가 내가 아버지라는 인간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클럽 여 종업원들이랑 같이 잔다는 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 2년 전 암으로 죽은 엄마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그 여자도 그저 귀찮은 문제를 만들기 싫어서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는 판이다. 그렇게 볼 때 그녀의 그 과장된 표현은 꽤 의뭉스럽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지만 딱히 짚이는 것이 없어 그냥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찜찜한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2층 클럽 문을 힘차게 밀고 들어갔다. 토요일이긴 하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빈 테이블이 듬성듬성 보였다. 하지만 한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채워진 테이블엔 인근 자동차 공장 작업복 차림의 젊은 공원들이 쓰레기가 고용한 20대 초반의 여종업원들이랑 시시덕거리고 있었고, -마스카라도 그 여종업원들 중의 하나다- 좀 더 점잖은 자세를 하고 앉은 50대중반쯤의 아저씨들은 속이 훤히 비치는 한복 저고리의 여성 무희가 스테이지 위에서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멋쩍게 쳐다보고 있었다.

 

홀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엔 공원들 나이 또래의 웨이터 두 명이 꾸부정한 자세로 서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었을 때 슬쩍 이 쪽을 쳐다본 그들은 이내 별일 아니라는 듯 하던 얘기로 다시 돌아갔다. 나는 홀 구석에 있는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들이 가는 길을 막고 있어 그 옆을 지나쳐야만 했다.

 

사장 그 새끼 이제 좇됐다. 씨발

 

그들 중 한명이 말했다. 평소 쓰레기를 욕할 때처럼 내가 옆에 있다는 것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말투였다. 뒷이야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 자리에 멍청히 서있는 것도 우습고 해서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다행히 주방엔 그 사장 새끼가 없었다. 대신 그가 돈도 안주고 부려먹고 있는 늙은 호빵이 안주 접시들이 올려진 테이블 옆에 구부정하게 선 채 들어오는 나를 맞이했다. 둥글 넙데데한 얼굴에 주름이 많아 늙은 호빵이라고 별명을 붙인 그녀는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일하고 있는 새엄마다.

 

밥은?”

 

한눈에 봐도 피곤한 기색의 그녀가 변색이 제법 진행된 사과 한 조각을 베어 물며 말했다. 테이블 귀퉁이엔 삼분의 이쯤 비워진 맥주병이 세워져 있었다.

 

대충.”

 

좀 더 길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피곤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과일이라도 좀 썰어줄까?

 

나는 괜찮다는 표시로 손을 가볍게 저은 뒤 주방 냉장고 쪽으로 갔다. 냉장고 안엔 업소용 병맥주들이 일렬로 진열되어 있었고, 그 중 하나를 꺼내 가방에 넣었다.

 

"오늘은 그냥 가. 네 아빠 손님 와 있으니까.“

 

내가 테이블로 다가가 마른안주 더미에서 오징어 다리를 빼냈을 때 늙은 호빵이 남은 맥주를 마저 비우며 말했다. 벌써 세 번째 쓰레기 얘기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지만 묻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얘기가 길어지면 지금 물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녹을 거고,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만큼 귀찮은 건 없다.

 

하는 둥 마는 둥 인사를 던진 뒤, 빵이나 사먹으라며 늙은 호빵이 쥐어준 천 원짜리 한 장을 들고 주방을 나왔다. 이대로 집에 갈까 하다 곧 생각을 바꾸어 홀 깊숙한 곳에 위치한 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손님이 있다 했으니 그 룸들 중 한 곳에 있을 게 분명했다. 늘어선 세 개의 룸들 중 쓰레기는 맨 마지막에 있었다.

 

"문 닫아, 이 새꺄.“

 

아들한테 하는 인사치곤 험악했으나 타인이 보는 앞이라고 행세를 달리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쓰레기다웠다. 손님으로 온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와 여자였는데 언뜻 부부처럼 보였다. 얼굴에 느긋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쓰레기의 그것과 완벽한 대조를 이루었다. 재미난 구경을 좀 더 오래 하고 싶었지만 일전에 그가 던진 재떨이에 맞아 시퍼렇게 멍이든 웨이터 얼굴이 떠올라 이내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기 직전, 테이블위에 올려진 돈뭉치인 듯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방 안의 분위기로 보아 아마도 쓰레기 쪽에서 준비한 것이리라.

 

타이트한 여종업원의 미니스커트 속을 파고들려 낑낑거리고 있는 공원들, 어느덧 스테이지에서 내려온 무희의 가슴 사이로 돈을 꽂으며 헤실 거리는 아저씨들, 그리고 여전히 쑥덕거리고 있는 웨이터 둘을 뒤로하고 나는 클럽을 빠져나왔다. 바깥 거리엔 밤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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