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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30 03:25

바닥_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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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집 앞이었다. 나는 현관 옆에 위치한 바깥 화장실로 기다시피 들어갔고, 손가락을 집어넣어 속에 것을 모두 토해냈다. 반나절 묵은 시큼한 맥주와, 함께 딸려온 파전 건더기가 물풀 가득한 끈적한 도랑 모양을 이루며 변기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둘이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을까. 라는 생각으로 무료한 하루를 보낸 나는 다음 날 학교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각진 코를 찾아갔다. 가끔 교내에서 마주치는 일이 있긴 했어도 서로 아는 체를 한 적은 없었던 터라 교실로 찾아온 나를 보는 그의 표정에 뜨아함이 묻어났다.

 

"웬일이냐?"

 

나는 멀뚱해하는 그의 얼굴을 잠시 구경한 뒤 바로 본론을 꺼냈다.

 

", 알고 있었냐?"

 

"."

 

"너희 엄마랑 쓰레기..."

 

그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똑똑한 줄 알았더니, 멍청한 거야 뭐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여기서 얘기하긴 좀 그러니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잠시 뒤, 우린 학교 운동장 응원석에 나란히 앉았다. 나무 그늘 아래이긴 했어도 오전 내내 달아오른 열기에 시멘트 바닥이 후끈했다.

 

"너희 아빠랑 새엄마가 어떻게 같이 살게 된 건진 알고 있니?"

 

각진 코가 한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삐딱한 자세로 물었다.

 

"대충 짐작 정도만."

 

나는 짧게 대답했다. 엄마가 죽은 뒤 쓰레기는 클럽 살림을 챙기면서 동시에 나를 돌볼 보모가 필요했고, 어쩌다 만난 늙은 호빵은 거기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 내 추측은 딱 거기까지였다. 더 알 필요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적어도 이틀 전까진.

 

"그럼 뭐, 얘기 다 된 거네."

 

그가 방향을 바꾸어 운동장 건너편 먼 산을 쳐다봤다. 발아래 운동장은 뜨문뜨문 흩어져 공을 차는 애들을 제외하곤 대체로 한가했다.

 

"쓰레기를 -그냥 이렇게 부르기로 할게. 그게 너도 듣기 편할 것 같고- 먼저 만난 건 이모가 아니라 우리 엄마였지. 이혼하고 나서, 뭐 그 전인지도 모르고, 가끔 친구들이랑 너희 가겔 갔는데 아마 그때 쓰레기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 몇 번 만나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을 거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네 죽은 엄마얘기도 나왔을 거야. 우리 엄마 성격에 누가 아무리 좋아도 가진 돈 싸들고 자원봉사 하러 가고 싶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쓰레기한테는 끌렸던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적당히 묘안을 낸 것이 이모를 너희 집 식구로 만들고 엄마는 가끔 얼굴 비추면서 쓰레기랑 계속 관계를 가지는 거였지. 누가 봐도 이상한 모양새가 아니니 위험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 게다가 당시엔 이모도 변변한 자식 하나 없는 상태에서 남편이 죽은데다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하던 시기였으니 자기들 딴엔 썩 괜찮은 계획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 내 생각이긴 하지만 애초부터 둘은 행여 그들 사이가 들킨 다해도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이니까."

 

갸름한 턱이야 녀석이 더 잘 알 테지만 어쨌든 쓰레기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나는 잠시 상념에 빠졌고 그 모습을 본 각진 코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었다.

 

"생각해보니 미안하네. 난 네가 다는 아니더라고 어느 정돈 알고 있는 줄 알았지."

 

나는 그를 마주보았다. 짐짓 비장해 보이는 그의 얼굴 뒤엔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을 털어놓은 것에 대한 우쭐함이 슬쩍 숨어있었다. 나는 거기에 대고 어제 하루 방안을 뒹굴 거리며 내린 결론을 확인시켜줘서 고맙다는 얘긴 차마 할 수 없었다.

 

대충 얘기가 끝났다 생각한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 했다. 각진 코도 따라 일어서나 했는데 갑자기 녀석이 할 얘기가 더 있다며 다시 앉아보라고 했다.

 

너 지난 토요일에 중년 부부 한 쌍이 쓰레기 찾아간 것 알고 있지?”

 

룸에 앉아 거드름 피우던 그 부부 모습이 떠올랐다. 맞은편에서 쩔쩔매고 있던 쓰레기 얼굴과 함께.

 

. 근데 넌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누나한테 들었지.”

 

마스카라가 흘려준 모양이었다.

 

그 부부 거기 뭐 하러 간 건지는 알고 있니?”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돈 다발. 아마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각진 코가 얘기에 앞서 잠시 뜸을 들였다. 녀석 답지 않다. 방금 전언니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 제 엄마 얘길 했을 때보다 더 신중한 모습이었다.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나오려 했다. 그가 어렵게 입을 뗀 건 그때였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얘기는 한 달 전 소나기가 억수같이 퍼붓던 어느 토요일 오후로 나를 데리고 갔다. 클럽 옥탑방 부엌. 마치 뭍으로 내팽개쳐져 숨이 막 끊기기 직전의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던 그녀를 본 바로 그 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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