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제목부터 끌렸던 작품이다. 제목이 독특했기 때문에 주인공이 혼령의 몸이 아닌 이상 2~3가지의 추리를 낼 수 있었다. 이 책을 제목만으로 내용을 유추한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하다보면 작가 특유의 문체를 알 수 있고 다른 작품에 비해서 흡입력이 좋아서 책을 손에서 놓치 못한다. 이 작품 역시 설 연휴에 이동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나갔다. 제목부터 책 표지, 소설 초반의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소재들로 몰입도 하나는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작품을 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겹치는 내용도 트릭도 없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읽고 난 뒤에는 이 책은 보통이다, 최고였다, 선별해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작품마다 읽을 당시에는 트릭과 작가의 필력에 입을 벌리게 만드는 작가다. 바로 이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는 독자들이 수두룩한 것 같다.
이학부 물리학과 제7강좌 연구 조수인 나카노는 전 여자친구였던 사야카를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다. 일주일 뒤 사야카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이 없다고 고백하며, 나카노에게 아버지의 유품에서 나온 지도 한 장과 열쇠를 근거로 어린 시절 기억을 찾으러 같이 동행하자고 부탁한다. 무리한 부탁이지만 사야카의 청을 뿌리칠 수 없어서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사야카는 한가지 사실을 더 고백한다. 자신이 3살인 딸 미하루를 학대하고 있다고,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정 폭력이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낼 수 없다고 말한다. 작은 단서로 찾은 집은 호숫가 근처의 낡고 외딴 집의 시계는 모두 11시 10분에 맞춰져있었다. 나카노와 사야카는 2층에서 4학년 아이가 쓴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에는 이 집에서 일어난 사건은 물론 작은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착 사야카의 어린 시절과 관련있을 것 같은 정보는 없었다. 그들은 일기장 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을 살피며 사야카의 어린 시절 기억을 추리하고 그녀는 조금씩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오르게 된다. 사야카가 간절히 원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그 집에서 있었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주인공은 전 연인 사이였던 나카노와 사야카, 남녀 둘 뿐이며 공간은 낡은 외딴 집으로 한정되어 있다. 시간도 만 하루로 길지 않다. 일기장과 그 집에 있던 물건으로 남녀 주인공이 추리해감으로 사야카의 어린 시절과 이 집의 정체를 밝혀낸다. 잔혹한 살인사건의 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낡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집이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오싹한 공포를 느낄 수 있어서 추리소설이지만, 공포를 맞볼 수 있었다. 집안에 있던 시계가 모두 11시 10분으로 맞춰져 있다는 것도 분위기를 오싹하게 만드는 장치이자 추리소설에서는 하나의 힌트이다. 작가가 설치한 작은 힌트를 이어가다보면 결말에 다른다.
작가가 중간에 설치한 복선들로 독자들도 함께 추리할 수 있어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에는 온갖 상상들이 떠오른다. 일기장을 통해 남녀 주인공이 추리하면서 배제시켰던 차미라는 존재가 밝혀질 때, 선입견을 가지고 읽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약간의 선입견을 품고 책을 읽은 독자들은 마지막 반전에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선입견을 가지거나 당연한 논리라고 생각하면 뒷통수 맞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고 몇번이나 뒷통수를 맞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읽으면서 몇가지의 추리를 나열해두고 제목과 가장 어울릴만한 추리를 떠올렸다. 내가 생각했던 결말로 다가갔을 때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작품을 구상한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추리를 하는 것은 맞든 틀리든 쉽지만, 그 추리를 구상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집의 정체와 사야카의 어린 시절 기억의 궁금증을 모두 해결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의 무서움을 볼 수 있어서 더 완벽했던 작품이다.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악함을 보여준 작품으로 "사회파 추리소설가"인 작가의 성향이 이 작품에서도 잘 나타낸 것 같다. 작품 자체만의 재미도 있지만, 작품 내면에 숨겨진 진실과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또 한가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