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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KING OF GAMBLE


                                                           1화 헌터

                                                용사는 도적동료를 얻는다.



약간 어둑해질 무렵의 저녁때. 어느 주택가 지대와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는 몇 개의 건물이 붙어있는 중에서도 어느 4층 건물. 낡고 허름해 보이고 바깥에서 보이는 3, 4층의 창문에는 전에 어느 곳의 작은 회사로 사용된 듯 글자를 붙였다 떼어낸 접착의 흔적만이 지저분하게 남아있는 건물이다. 1, 2층도 예전에 상점으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폐점을 해서 오래전부터 셔터로 굳게 닫혀있다.
이 건물의 입구를 볼 수 있는 만큼의 거리를 두고 반대편에서 여기를 눈여겨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무슨 목적으로 그곳을 시야에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의 젊은이로 보인다.  
그가 지켜보고 있는 그 4층 건물 지하층에 마련된 별도의 어느 한 방에서는 돈이 오고가는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는 늘 비밀스럽게 도박판이 벌어지는데 경찰이 들이닥친다거나 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밖에서 들어오는 2중의 철문으로 돼있고 신속히 도망칠 수 있도록 비밀통로도 마련돼 있었다.
방안의 사람은 모두 6명의 사내들인데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은 4명이고 나머지 2명의 사내는 옆에서 그들의 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켜보는 2명의 사내도 이미 게임을 1,2시간 치룬 상태로 휴식을 취하는 한편 다음 게임에 끼어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그 2명의 차이라면 약간 덩치가 크고 더벅머리에 수염이 까칠까칠하며 30대로 보이는 자는 게임에 이겨 많은 돈을 딴 관계로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
반면 마른 체형의 뒷머리를 뒷목까지 기르고 40대로 보이는 다른 한 사내는 자기가 가져온 돈의 반을 이미 잃은 뒤여서 구겨진 인상으로 담배를 뻑뻑 피며 어떻게 하면 본전을 찾을까에 골몰하고 있다.
게임에 열중인 4명의 사내가 하고 있는 것은 화투 패로 족보를 겨루어 높은 자가 이기는 ‘섰다’라는 종목이었다. 4명의 사내는 자기들에게 2개의 화투가 들어오자 재빨리 어떤 족보인지 확인한다.
“이런, 씨불!”
한 사내가 화투를 까 보이며 판으로 쓰이는 담요에 탁하고 던진다. 2끝이다.
이번 판의 대결은 3명이서 이루어진다. 패를 돌린 자가 판돈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배팅 액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러자 패를 들고 있던 깍두기 머리를 한 사내가 더 이상의 배팅에는 자신이 없는지
“에라, 죽으련다.”
하며 패를 내려놓는다. 1땡이었다.
이제 승부는 2명으로 압축이 된다. 다시 배팅이 올라가고 급기야 머리에 새치가 희끗희끗한 한명이 올 인을 선언한다.
드디어 패를 공개하는 시점에 이른다. 승부의 당사자인 스포츠머리의 근육질 몸매를 가진 사내는 자신의 패에 무척이나 자신이 있는지 꽤 판돈이 커졌음에도 큰 동요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승부에 나선 피부가 지저분하고 초췌한 모습의 안경 쓴 다른 사내는 상당히 긴장을 하는지 이마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처럼 큰 패가 들어와서 어느덧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지금 회복할 기회라 여겼는데, 올 인에 이르고서도 상대의 여유 있는 모습이 여간 큰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 족보면 이번 판은 반드시 내 것 이라 여겼는데 생각지 않게 상대가 너무 강세다.
만약에 여기서도 진다면 오늘 가지고 온 돈을 모두 잃게 되는 것이다. 심장은 격렬하게 뛴다. 이길까? 설마 지지는 않겠지?
“그럼 그쪽부터 보쇼.”
“좋아. 이거다!”
땀범벅의 사내가 패를 펼쳐 보인다. 그의 족보는 9땡.
구경하던 사내들과 먼저 죽었던 사내들의 입에서 저절로 소리가 난다.
“오오! 9땡!”
“크다!”
그러자 시선은 바로 다른 한명이 들고 있는 패로 모인다. 그 사내가,
“아깝네!”
반대편 잔뜩 긴장한 사내가,
“뭐여? 빨리 까봐!”
스포츠머리의 사내가 히죽 웃는다. 그 웃음에 9땡을 낸 사내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설마……!"
“미안해서 어쩌나.”
큰손에 쥔 화패를 내려놓는다. 그 순간,
“우와! 장땡!”
“장땡!”
“장땡이다!”
승리한 사내가 판돈을 쓸어가고 승부에 진 사내는 어깨가 축 쳐진 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한다.
“안됐소. 장씨.”
“다음에 다시 와.”
“쳇!”
하고 챙겨온 돈을 모두 잃은 안경 쓴 사내가 일어선다. 그러자 승부에 이긴 사내가
“어이! 술이나 한잔 하고 들어가.”
하고 지폐 몇 장을 내민다.
안경의 사내는 아무 말 없이 사내의 내민 손에서 지폐를 낚아채고 방에서 나간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온다. 밖은 이미 어두컴컴하고 바람도 차갑다.
“벌써 몇 번을 잃은 거야. 제길!”
사내는 침을 내뱉은 후 서늘함을 느끼는지 점퍼를 치켜 여미고 양쪽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도박을 치룬 건물에서 도망치듯이 발걸음을 옮기려한다. 녹색점퍼에 코르덴바지(흔히 골덴바지라 하는데 겨울바지의 원단으로 흔히 사용되는 '고르뎅'이라는 옷감은 영어의 'cording' 즉, '(직물을) 골지게 짜기' 또는  '골지게 짠 직물'을 의미하는 단어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를 입고 낡은 운동화를 신은 사내에게 어디선가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깐! 아저씨.”
사내는 자신을 부르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부른 이의 정체를 확인하니 모르는 젊은이였다. 파란 모자에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대략 20대 초반으로 여겨지는 외모였다. 젊은이가 귀 양쪽의 이어폰을 빼고서는 말을 건넨다.
“아저씨, 돈 다 잃었죠?”
“넌 뭐야?”
안경의 사내는 젊은이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아저씨. 여기서 쳐봐야 돈만 다 잃어요.”
“무슨 소리야?”
“저 사람들 짜고 치는 지도 모르잖아요.”
“정말이야? 저 사람들 짜고 하는 거야?”
사내는 자신이 방금 나온 건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속임수를 사용 한다거나.”
“그래서 나는 왜?”
사내의 경계가 다소 누르진 것을 느낀 젊은이가
“속임수가 없어도 도박은 원래 불리한 거예요.”
“인마, 그걸 누가 몰라!”
“아저씨. 여긴 바람 부니까 저쪽 안에서 말해요.”
젊은이가 자신에게 손짓하며 다른 건물입구 안쪽으로 걸어간다. 사내는 자기에게 접근한 젊은이가 무슨 의도를 갖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겁보다는 호기심이 앞선다.
사내도 젊은이가 서 있는 건물입구 안쪽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양옆으로 차단돼있어 차가운 바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근데 너 몇 살 이야? 왜 이런데 있어?”
“에이, 그것 보다요. 아저씨가 안 돼보여서 좋은 거 가르쳐 드릴 깨요.”
“좋은 거라니?”
“이왕 도박하려면 승률이 높은 게 좋잖아요?”
사내는 이어지는 젊은이의 얘기에 주목한다.
“무조건 확률50%면 해 볼 만하지 않겠어요.”
“그런 도박이 뭔데?”
“그게 어떤 도박인지는 저도 몰라요.”
“모르는데 확률이 50%라는 건 또 뭐야?”
“그게 어떤 도박인지는 몰라도 그런 도박이 있다는 것은 알아요.”
사내는 반짝 기대했다가 실망한 표정이다.
“어떤 도박인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장난 하냐!”
“그런 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어요. 10시쯤에 저기 술집에 들어가 보세요.”
젊은이는 건너편의 한 술집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사진이 있어요. 아마 이 중에 한명 정도 나와 있을 거예요.”
그러면서 품에서 각기 다른 남자들의 얼굴이 찍혀 있는 4장의 사진을 꺼내어 보여준다. 안경 쓴 사내는 사진 속의 얼굴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저기서 도박해서 매일 잃느니 그냥 한번 가보세요. 그럼 전 이만.”
“어, 가는 거야?”
젊은이가 4장의 사진을 품에 넣고는 자리를 뜨려고 뒷걸음을 치다가
“아, 하나를 빼 먹었네. 같이 안 넣어 놨나.”
하고서 손을 품속에 넣고는 뒤적거리더니 다른 하나의 사진을 더 꺼내어 보여준다.
“이 사람을 빼 먹었네요. 이 사진도 잘 보세요.”
사내는 5번째 인물의 얼굴 사진도 자세히 바라본다.
“자. 이제 됐죠? 궁금하면 어쨌든 10시경에 저기에 가서 보여준 사람 아무나 만나거든 물어보세요.”
말을 마친 젊은이는 마지막에 보여준 사진도 챙기고 이번에는 진짜로 발길을 돌려 반대편 길로 모습을 감추었다.
“10시 라고? 뭐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긴 하지만 한번 가 볼까.”
밤 10시가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달리 기다릴 곳이 없는 사내는 젊은이가 가르쳐 준 술집에 먼저 가 있기로 했다.
한 편 아까의 그 젊은이와 사내가 이야기하던 곳에서 별로 멀지 않은 다른 술집에는 어떤 한 남자가 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외모에 회색양복과 검은 구두의 차림이다. 머리는 단정하며 이목구비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의적으로 보일만 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남자는 누구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듯 자신이 가져온 오늘자 신문을 펼쳐보고 있다.
정치면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지면을 넘기고 사회면을 바라본다. 사회면에 실린 기사는 불법 자살사이트에 관한 기사, 화재 소식, 촛불집회 관련 기사 등이 실려 있다.
대충 훑고 문화면으로 넘어간다. 이쪽에는 다양한 문화제 행사, 기획으로 실린 한국추리소설의 위기 등이 나와 있다. 스포츠는 별 관심이 없는지 지나간다. 연예 관련 지면에는 신인가수 소개, 볼만한 영화, 성별을 바꾼 연예인의 기사가 실려 있다.
지면을 앞으로 돌려 사회면을 다시 보고 있을 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젊은이가 이 남자에게로 다가온다. 문소리에 그를 보고 있던 남자가 말한다.
“그래. 일은 잘 했어?”
“예. 시킨 대로 그대로 했어요.”
“좋아. 사진은 돌려주고.”
젊은이는 오늘 화투로 손해 본 사내와 만났을 때 보여준 5장의 사진을 이 남자에게 돌려준다. 사진을 돌려받은 남자는 품안 주머니에 집어넣고 이번에는 그 안에서 지갑을 꺼낸다.
“자. 수고비다. 다음에도 부탁할게.”
“저야 언제든지요.”
젊은이는 간단한 심부름으로 짭짤한 수고비를 챙기게 되자 기분 좋은 얼굴로 술집에서 나간다.
‘좋아. 오늘도 한명 걸려들어라.’
남자도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 문을 나선다.

나는 미끼를 낚을 다른 술집을 향해가고 있다. 바깥의 공기는 찬바람과 어우러져 조금 쌀쌀했다. 그래도 아직 그렇게 춥지는 않고, 또 이 부근은 유흥시설이 많은 곳이라 이 시간대에는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단정한 양복차림을 갖춰 입은 것은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이다. 중요한 자리나 회사에 면접 볼 때도 모두 양복이나 정장을 입는 것은 다른 복장보다 신뢰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양복쟁이가 신뢰할 만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처럼.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번쩍거리는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간판을 바라보며 걷고 있자니 금방 목표로 하던 술집에 이르렀다.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잠시 바깥을 걸었을 뿐인데도 안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안을 둘러보며 아무도 앉지 않은 빈 테이블이 있는지 찾아본다. 구석 쪽에 자리가 빈 테이블이 있어 그쪽으로 향한다.
의자에 앉아 10시쯤 되면 누군가 자기를 찾아오기를 고대하며 일단 맥주 한잔을 주문한다.
그런데 주문한 맥주가 와서 한 모금을 막 마시고 있을 때였다.
“저기…… .”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초췌해 보이는 안경을 낀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와 있었다.
“무슨 일이죠?”
“저기, 도박…….”
아직 10시가 되려면 시간이 꽤 남았는데 미끼가 나타났다. 아마도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술집에서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보다.  
“일단 여기 앉으시죠.”
내가 자리를 권하자 안경남자가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행색을 보아하니 전형적인 도박에 빠진 사람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러나 도박이라면 그에 대한 필요한 돈은 언제든 마련 할 수 있는 인종일 것이다.
“아까 젊은 사람이 가르쳐 줘서 말이죠.”
“예? 젊은 사람이라뇨?”
난 모른 척 시치미를 땠다.
“아까 전에 젊은이가 당신 사진을 보여 주면서 찾아가 보라던데요.”
“나를요? 누구지?”
“당신이 아는 사람 아니요?”
“아니요. 난 누구한테 그런 일을 시킨 적이 없는데요.”
“그래요? 음…….”
안경남자는 내 얼굴에서 눈을 떼고 잠시 테이블을 내려 본다.
이 남자가 오늘 여기 오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나 일 수 밖에 없다. 내가 고용한 젊은이가 이 사내에게 보여준 5장의 사진에 나온 사람들 중에서 나 외에 다른 사람은 이 일과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일의 전말은 이렇다. 나는 내 도박을 이용해 돈을 뜯어낼 미끼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상대가 모르는 게임으로 도박을 하자고 하면 대게는 사기꾼으로 보고 위험하게 여겨 게임에 응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일단 게임의 내용은 둘째 치고 전혀 면식이 없는 자가 나타나 도박을 하자고 하면 무슨 흉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을 품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은 내가 직접 나타나 의심을 받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내 쪽으로 오게끔 유인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도 마찬가지로 고용인과 내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임을 알려주어야 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나에 대한 경계를 풀게 하기 위해 쓴 방법이 사진이다. 내 고용인이 이 안경남자에게 사진을 보여 줬을 때 4장의 사진을 먼저 함께 보여준 후 잠깐 빼 먹었다는 듯이 다른 1장의 사진을 나중에 보여 줬을 것이다. 그 마지막 사진이 나의 얼굴을 찍은 사진이다. 젊은이가 실수로 1장의 사진만을 나중에 보여주게 된 것과 그게 나의 사진 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애초에 4장의 사진을 먼저 보여준 후에 내 사진만을 사이를 두고 나중에 따로 보여주도록 한 것은 ‘최신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안경남자에게는 한꺼번에 보여준 사진의 네 명의 인물보다 당연히 가장 늦게 단독으로 보여준 1장의 사진의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특이하게 강한 인상의 얼굴이 아닌 한 맨 나중의 내 얼굴 이외에는 기억도 제대로 못할 것이다.  
기억력이 좋아서 설령 모두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해도 그 중 가장 인상이 강하게 남는 것은 내 얼굴일 것이다. 거기다 내사진만 보여줄 때 <이 사진을 빼 먹었다. 이 사진도 잘 보아라!>라고 음성까지 곁들이면 청각적 기억까지 건드릴 수가 있다.  
이처럼 시간적으로 맨 끝에 제시된 것이 정보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상을 '신근성효과' 또는 '최신효과'라고 한다.
보통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심리학의 연구 결과들도 첫인상이 인상 판단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첫인상이 나중의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초두 효과 또는 후광 효과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사람과 처음 만날 때 좋은 인상을 주려고 꽤나 노력한다. 그러나 첫인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끝 인상이다.
내가 사진을 이용해서 미끼를 낚는 데는 이 ‘최신효과’가 적절하다고 상정했다. 젊은이에게 특히 4장의 사진과 내 사진을 보여주는 시간에 충분한 차이를 두라고 주의를 준 것은 이 때문이다. 혹시나 먼저 본 4명의 인물과 내 얼굴을 겹쳐 생각해 다른 인상으로 혼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얼굴만 강하게 기억시키게 해놓고 여기 와 있으면 당연히 날 찾기는 쉬울 것이다. 시간차와 청각적 기억의 최신효과. 너무 집요하다면 집요하달까.  
“여하튼 당신이 확률50%의 도박을 한다는 사람이요?”
“그건 그래요. 그런데요?”
안경의 사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거기에 끼워 줘요.”
“그건 어렵지 않지만. 난 큰 판만 해서.”
“어느 정도?”
“1000정도.”
나의 대답에 사내가 당황한다.
“한판에 말이오?”
“아뇨. 내가 하는 게임은 한판이 빨리 끝나기 때문에 여러 판을 한 게임으로 해서 많은 판을 이기는 자가 거는 금액만큼 가져가는 것으로 합니다.”
“1000만까지는 힘든데.”
“얼마까지 준비 할 수 있죠?”
사내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500까지 밖에는…….”
“알았어요. 그럼 500에 받아들이지요. 한 게임에 최소 500거는 것으로요.”
“아, 고맙소.”
나의 수락에 사내의 표정이 환해진다.
“그러면 여기 적힌 곳으로 나오세요.”
그에게 만날 날자와 시간, 장소를 쓴 종이를 건넸다. 사내는 이것을 보더니
“그렇게 하지. 그런데 무슨 게임을 하는 거요?”
“그건 그 때가서 알려드리지요. 걱정 마세요. 얘기를 들으면 정말 확률이 반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당신도 반이요?”
“그래요. 둘이 하는 거니까 나와 아저씨 각각의 승률은 50%입니다. 정말 간단한 게임이죠.”
난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당신도 똑같이 이길 확률이 반인 게임을 하는 이유가 뭐요?”
“난 상대와 공정한 게임을 하길 원하기 때문이죠. 그것도 순전히 나의 승패를 상대의 선택에 맡기고 말이죠. 특별히 돈에 구애 받진 않아요. 지금껏 몇 번 했는데 정말 반은 이기고 반은 져서 원금 그대로입니다. 그저 짜릿한 스릴에 끌려 재미로 하는 거죠.”
사내는 이미 낚인 거나 다름없다.
“알았소. 돈 준비해서 나가겠소.”
사내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출구로 향한다.
‘이렇게 첫 사냥감은 마련이 되는 건가.’
남은 맥주를 들이 키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2화 미팅

                          용사가 적에게 쫓기다.


오늘도 사냥감을 포획하는 장소로 이동하고자 차를 몬다. 전방에 신호등이 바뀐다. 차를 정지선에 멈춰 세운다. 횡단보도를 사람들이 건너가기 시작한다. 찰싹 붙어 건너는 남녀 커플도 있고, 바쁘게 건너는 남자도 있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백미러를 보니 아까부터 줄곧 내 뒤를 따라 오고 있는 승용차가 있다. 차는 검은색의 고급세단이다. 같은 방향이기에 같은 코스를 달리는 것이지 일부러 내 뒤를 따라 오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한다.
신호가 바뀌어 차를 움직인다. 갈림길에서 우회전을 한다. 직선 주로를 계속 달리다가 몇 군데에서 방향전환을 한다.
‘…….'
한참 전부터 보았던 검은 세단이 오랫동안 나와 같은 코스를 뒤에서 달리고 있다.  
일부러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가본다. 여전히 노골적으로 쫓아온다. 분명히 나를 미행하고 있다. 다시 큰 도로로 나온다. 뒤에는 계속 그 차가 붙어 있다. 뒤에서 같은 방향을 달리고 있는 차는 아랑곳없이 내 뒤꽁무니만 예의 주시하며 미행하고 있다.
나를 미행하는 목적이 뭐지? 혹시 조직 폭력배라도 되는 건가? 그런데 왜 그들이 나를 쫓지? 짐작 가는 이유는 없다. 차를 일단 세울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금방 부정된다.
‘인신 매매단’이라면 차를 세운 그 자리에서 납치당할 지도 모른다. 괜히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따돌리자.
고속도로로 빠져 나오니 수상쩍은 차도 자석에 이끌리듯 뒤꽁무니를 쫓아온다. 한번 속도를 내본다. 그러자 뒤의 차도 쳐지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려는지 똑같이 속도를 낸다. 속도를 조금 더 올려본다. 마찬가지로 뒤의 차도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내 중고차로 저런 고급차를 속도로 따돌리기에는 무모한 짓임에 분명하다.  
따돌릴 만한 전법을 떠올려보자. 새벽에 꾼 꿈이 생생하다. 그것이 이런 때를 위한 어떤 예감이었나. 꿈이 방법을 알려주었다. 내용은 이랬다.

여러 가지 은신장애물이 포진해 있는 어떤 전장 같은 공간 속에서 군복을 입고 어떤 상대와 대치하고 있다. 상대와 나는 실탄을 사용하는 서바이벌게임을 하고 있다. 팀원들을 모두 죽어 나 혼자 살아남고 상대팀도 1명만이 남아 있다. 손에는 둘 다 소총을 들고 있고 각자에게 주어진 실탄은 10발. 엄폐물을 이용해 몸을 최대한 숨기면서 상대를 맞추기 좋은 곳으로 이쪽저쪽 이동한다. 그러다 상대가 저기 있다 싶으면 냅다 사격을 가한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내가 순간 몸을 드러내거나 하면 사격을 가해 온다. 그러다 둘 모두 총알을 소진해버리고 단 1발만을 남겨둔 상태에 이른다. 이제는 어느 쪽이던 이 한발로 적을 명중시키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당하게 된다. 살려면 적이 오발을 하게해서 무력화 시켜야한다.
먼저 쏘는 자는 자신의 위치를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이제 상대방이 실탄이 없는 것을 알게 되는 다른 상대방은 무서울 것 없이 당당히 튀어나와 적을 사살할 것이다. 이제 단 한 번의 오발은 곧 자신의 죽음. 머리에서 전구가 번뜩인다.
옆에 적의 시체가 있다. 총을 놓고서 적의 시체를 끌어 올리고 상대에게 보란 듯이 앞으로 내던진다. 이것을 내가 튀어 나간 것으로 착각한 상대방이 그 시체에 총을 쏜다. 난 총을 들고 튀어나가 적을 사살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적을 오발하게 유인한 방법에 스트루프 효과(Stroop Effect)라는 것이 쓰였음을 깨우친다. 내가 예전에 알고 있던 지식을 꿈이 다시 상기시켜줬다.

현실로 되돌아오니 내 차의 후방 뒤꼬리에는 여전히 수수께끼의 검은 차가 쫓아오고 있다. 그 차는 내 운전석 옆 차선에 위치해있다. 나는 옆에 있던 물이 담긴 생수 페트병을 들고선 입으로 뚜껑을 따고 운적석의 윈도우를 내린다. 다시 백미러를 쳐다보고 후방의 뒤따르는 차의 위치를 확인한다. 좋다. ‘록 온’이다!
페트병을 창밖으로 내밀자 달리는 차에 의해 병 입구에서부터 물이 뒤쪽으로 쏟아지며 흩어졌다. 갑자기 차의 앞 유리에 난데없는 물세례가 쏟아지자 당황한 추격자는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운다. 뒤에서 같이 달리던 다른 차가 앞차의 갑작스런 급브레이킹에 놀라 자신도 브레이크를 밟아 다행히 충돌의 사고는 면한다. 한편 후방 승용차의 급격한 주행이탈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목적지로 달린다.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주의(Attention)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의식적 주의다. 의식적 주의는 능동적이고 의도적으로 일어난다. 다른 하나는 자동적 주의다. 자동적 주의는 의식적 안내 없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실험자는 피험자들에게 제시되는 나무토막의 색깔 이름을 대라고 요구한다. 한 조건에서는 색칠한 나무토막의 이름을 대는 것이고, 다른 조건에서는 나무토막 위에 쓴 글자의 색 이름을 대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무토막에 쓴 글자의 색 이름을 대는 조건에서는 글자와 다른 색을 제시했다. 가령, '초록'이라는 단어가 노란색으로 쓰여 있기도 했고, '노랑'이라는 단어가 빨간색으로 쓰여 있기도 했다. 제시되는 자극의 이름과 쓴 글자의 색이 불일치되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두 조건으로 나누고 나무토막에 제시되는 색깔 이름을 대라고 요구하고 그 반응 시간을 쟀다. 그 결과 두 번째 조건의 반응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어를 읽으라고 요구하지도 않았고, 피험자들도 그 글자를 읽으려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자동적 주의가 의식적 주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제시되는 나무토막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물었지만 사람들은 무의식적, 자동적으로 씌어 있는 글자를 정보 처리했다. 다시 말해 색깔 이름을 대려는 의식적 주의뿐만 아니라 씌어 있는 글자를 무의식적으로 읽는 자동적 주의가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적인 자동적 주의 때문에 정보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현상을 '스트루프 효과'라고 한다.

위의 설명이 스트루프 효과에 대한 요지이다. 꿈에서 내가 시체를 던졌을 때 적이 오발을 한 것은 ‘적이 먼저 쏘기 전에 내가 먼저 쏴 죽여야 내가 산다.’라는 다급한 마음에, 내가 있던 곳에서 튀어 나온 것이 시체인지 나인지 상대방은 미처 제대로 확인 않고 쏘게 돼버린 것이다.
설명처럼 의식적 안내 없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동적주의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내가 추격자를 물리친 방법도 이를 이용한 것이다. 달리는 차에 물을 뿌리면 ‘내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사고가 나므로 무조건 멈춰야 한다.’라고 자동으로 반응하므로 급브레이크를 밟게 유도한 것이다. 앞 유리에 물이 장애물로써 출현해도 멈출 것 없이 비 올 때처럼 윈도브러시로 닦으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물이라는 인식보다, 위험한 장애물의 출현과 ‘뭔가에 부딪혔다’라는 인식이 먼저 일어나므로 차를 세워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뒤따라오던 다른 차들과의 충돌로 이어지는 사고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결국 위험을 회피하려던 행동이 더 큰 사고를 초래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돼버리는 것이다.
사람이 무의식으로 행한 자동적인 행동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무섭다.

정체를 모르는 추격자와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다. 내가 몰고 온 낡은 중고차를 약속된 건물 가까이에 세우고서 건물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건물 앞 현관 입구 쪽에 6명의 사나이들이 서있다. 예정된 6명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나를 알아본 사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린다.
“모두들 오셨군요.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내가 앞장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건물은 멀티플렉스 시설을 갖춘 영화관으로 상영관 외에 음식점과 카페, 비디오게임장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먹을 것을 들고서 이동하는 사람,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어른, 왁자지껄 떠들면서 지나가는 여학생들.    나는 이런 곳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6명의 남자들을 휴게실로 이끌었다.
넓은 휴게실 안에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는 사람,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우는 사람, 아이들과 함께 앉아 있는 아줌마 등 몇 사람이 있었다.  
“일단 한 분만 2층의 커피숍으로 따라 오시고요, 다섯 분은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이분이 이곳을 지나가면 순서대로 한분씩 올라오시면 됩니다.”
휴게실에서 바로 계단을 오르면 커피숍이기 때문에 나와 이야기를 마친 사람은 어차피 여기를 지나서 나가게 돼있으므로 염려 없이 남은 사람의 순서를 정해주고 한명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6명 모두에게 일일이 똑같은 설명을 해줘야 함에도 번거롭게 한명씩 따로 설명을 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부정성효과’라는 것 때문이다.

다음은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인상을 평가할 때 대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다. 기왕이면 좋게 사람들을 평가하려는 그런 경향을 '인물 긍정성 편향'이라고 하고 미국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성격에 비유해 '폴리아나 효과'(Pollyana Effect)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떤 부정적인 정보가 나타나면 다른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인상을 평가한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부정적인 특성들은 긍정적인 특성들보다 인상 형성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 이런 현상을 '부정성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부정성효과가 있기에 6명을 한자리에 모아서 이야기 하려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다.
내가 하려는 게임의 모든 설명을 듣고 나서 만약에 어떤 한명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다면 속으로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의향이 있던 사람들 중에서도 위의 설명처럼 그 부정적인 의견에 쏠리게 될지 모른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 먼저 내 게임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나머지 사람들도 그런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모두가 거절해 버릴지도 모른다.
시장에 여자 3인이 가면 도저히 쇼핑을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 여자가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하면 남은 두 여자가 트집을 잡아 쇼핑이 불가능하게 되는 예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까?
긍정은 어떤 행위를 하려는 적극적인 표시이지만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안 하는 것보다는 리스크가 있다. 대개는 리스크를 싫어하거나 리스크 중립인 사람이 많다. 따라서 리스크를 싫어하거나, 중립인 사람이 용기를 내어 내 게임에 응하려할 때 여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자가 부정적인 얘기를 하게 되면 용기를 낸 부분은 사라지고 부정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설령 50% 확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되도 말이다.
모두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가 먼저 행동을 취한다면 이윽고 망설이던 사람들도 앞 다투어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혼자서는 쉽게 결정 못할 때 남이 먼저 행동에 나서면 쉽게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에서 특히 긍정과 부정이 만났을 때 긍정이 부정을 따라가는 것을 부정성 효과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기업에서 이런 점 때문에 일대일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수고스럽지만 한 번에 끝낼 이야기도 공들여서 사람 수만큼 여러 번 하기로 한 것이다.

남은 사람들이 혹시 어디 회사의 개인 면접이라도 보러 와서 기다리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창가의 테이블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오늘 먼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6명중에서 가장 먼저 만난 안경의 사내였다.
여전히 초췌한 모습이기 하지만 그래도 뭔가 기대를 품고 있음인지 그때의 표정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주문은 나중에 시키기로 하고 서두를 꺼냈다.
“돈은 물론 준비 됐겠죠?”
“500 준비했소.”
“좋아요. 내가 준비한 게임을 말씀드리죠.”

나는 설명을 마친다.
“좋소. 하리다.”
일단 게임 끝.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럼 저녁6시까지 아까 기다리던 곳에 다시 나와 주세요.”
“지금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결정도 들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하지.”
사내는 의자에서 일어난다.
“이따가 뵙도록 하지요.”  
안경남자는 테이블을 떠나서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내려간다. 그 사내가 내려간 후 조금 뒤에 다른 사내가 계단위로 모습을 나타내서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알아보이게끔 손짓을 했다.
두 번째 사내가 테이블에 앉고 다시 안경남자에게 했던 것처럼 게임에 대해 설명을 한다.
이 사내도 몇 번의 질문을 하고는 이내 내 설명을 이해했다는 듯 제스처를 보이더니 흔쾌히 게임의 참가를 밝혔다. 내 설명 안의 숨겨진 실체는 절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세 번째 사내까지 설명을 마치고 긴 이야기에 목이 타서 음료수를 주문한다. 이제 절반 해치웠을 뿐이다. 아직도 3명이 남았고 이전과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그러나 그 노력의 보답은 받게 될 것이다.
3명의 사내에게도 모두 승낙을 받아 내고 여기에서의 일과는 끝났다. 나중의 3명은 내일 게임을 할 것이고 먼저 번의 3명은 오늘 저녁에 게임을 한다. 6명 모두 크게 망설임 없이 내 게임에 응했다. 내가 제안한 게임에서 한판에 질 확률도 50%지만 이길 확률도 50%가 된다는 것에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기에 전혀 물러설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어쨌든 승패가 반반인 도박이라고 믿고 이 도박을 주저 없이 받아 들였다.
어째서 이들은 도박을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 도박이 예측할 수 없는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둘째, 도박사의 오류 때문이다. 노름꾼들은 성격적인 특성상 모든 사건이 앞에서 일어난 사건과 독립적으로 일어난다는 확률 이론의 가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셋째,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세 번째 이유는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박에는 부분 강화 효과(Partial Reinforcement Effect, PRE)라는 것이 있다.
‘부분 강화 효과’라는 것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거나 몇 번 시행을 하면 보상을 주는 것과는 달리, 보상이 언제 있을지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행동이 오래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도박의 특성이란 위의 설명대로 일정한 시간이 흐르거나 몇 번 시행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다. 보상이 언제 있을지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계속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봐도 언젠가 이득이 생길 것이 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런 예측 불허라는 특성의 부분 강화 효과가 도박을 계속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3명을 각각 6시, 8시,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영화관건물을 나와 이 주변 가까운 곳의 한 여관을 잡아 그곳에서 게임을 치러야겠다. 그러기 전에 여기서 식사부터 해결하자.


                                3화 배틀

                          용사의 시험이 시작된다.


저녁 6시가 되기 10분전. 아까의 영화관건물에서 도보로 10분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여관을 잡은 나는 손님을 마중하러 나간다. 건물 앞에 이르니 예의 그 안경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두리번거리고 있던 그 사내가 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이쪽으로 오시죠.”
내목소리를 들은 사내와 함께 총총히 걸어서 게임의 무대로 선택한 여관으로 데려간다. 사내를 나의 객실까지 데리고 들어온다. 여기가 나의 무대이다.
“여기서 하는 건가?”
“여기면 적당하다고 생각돼서요.”
둘 다 바닥에 앉는다.
“여기 맥주도 있으니 마음껏 드십시오.”
“그러지.”

ps: 보기가 편하도록 문장마다 빈 행이 들어갔으면 싶은데 안되네요.
      맞춤법이나 이상한 표현, 오류등이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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