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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KNOCKDOWN OF GAMBLER

  
                                                           1화 탐색

                                                  용사 탐색을 시작하다.


이틀간의 작업으로 무사히 큰돈을 벌었다. 첫날 3명과 다음날 2명까지 나에게 돈을 잃었고 게임의 전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처음 한 번의 게임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것도 2명이고 두 번째 게임까지 가서 승부를 본 것은 3명이다, 첫 게임에서 이긴 자들은 내 두 번째 게임을 두말없이 받아들였고 결국은 패하고 내 이익만 챙겨줬다. 마지막의 재수 없는 놈만 빼놓고.
목적한 만큼 이상의 돈이 모였다. 이것으로 형이 졌던 빚은 모두 갚을 수 있게 된다. 모른 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감당해야 할 숙제라고 각오를 굳힌 참이었다. 형이 돈을 빌린 사람들도 어느 정도 나와 관계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기에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빚은 모두 청산하고 싶었다.
나에게는 정말 아버지 같았던 형이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어머니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남은 아버지와 형 그리고 나 셋이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경제 불황의 여파로 기울기 시작하고 집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이던 형은 대입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내년에 재수를 숙고하던 시기였다.
허나 기울어가는 사업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노력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의 바람대로와는 달리 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스트레스와 몸을 혹사시킨 결과로 병을 얻게 되어 내가 고등학교 입학한지 두 달 만에 돌아가시게 되었다.  
이제 스무 살이던 형에게 열여섯 살의 남동생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야만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당연히 생계를 책임지게 된 형은 진학의 꿈은 접고 일자리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때까지 일이라고는 방학 중에 잠깐 단순한 아르바이트 정도 밖에 해보지 못한 형이 급작스럽게 사회생활에 발을 딛는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다.
이제 막 고등학생을 졸업한지 얼마 안 된 형에게 다행히 아는 사람이 도움을 줘서 작은 중소기업 생산업체에 빨리 들어 갈수가 있었다.
늦게 까지 잔업은 물론이고 휴일 특근도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 모습에 회사사람은 물론이고 우리를 아는 이웃사람들도 형의 성실함을 칭찬하고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나도 나이는 어리지만 그런 형의 부담을 줄이려 집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맡아서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집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학교에서의 나는 남을 속이기 좋아하고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다소 부끄러운 학생이었다.
특히 내 딴에는 조금이라도 돈을 벌자는 바람이 있었는지 학생들 간에 벌어지는 도박성 게임에는 여지없이 끼어들어가 작은 돈을 버는데 탐닉하고 있었다.
다소 순진한 녀석들에게는 비겁한 속임수를 써가며 돈을 따냈고 특히 친구들이 돈을 많이 가질 수 있는 명절이나 소풍, 수학여행시기에는 같은 도박을 좋아하는 친구끼리 모여 큰돈을 걸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중에는 주먹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창시절에 그친 일화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도박놀이에 일절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자연스럽게 전공을 살린 취업의 길로 앞길을 모색했는데 어느 날 형이 진학을 하라고 했다.
다소 모범생과는 먼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성적은 괜찮은 편에 속했던 나에게 전문대학의 진학을 종용한 것이다. 애초에 집안 사정을 염려해서 진학은 일찌감치 머리에서 지웠던 나에게 형의 말은 뜻밖이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틈틈이 저축을 하고 있고 2년제 전문학교라면 자신이 졸업할 때 까지는 충분히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은 고마웠지만 내 진심으로는 차라리 형이 공부도 더 잘했기 때문에 나보다는 형이 대학을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형 자신은 다시 공부하기가 싫다고 한다. 성적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책 본지가 꽤 된 자신보다는 내가 바로 진학을 하는 것이 더 났겠다고 한 것이다.
결국 형의 의견에 따라서 다음해에 전문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뒤로 세월이 흘러  나도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한 회사의 사원이 되어 있었고, 형은 그동안의 경력이 쌓이면서 다른 직장에서 직책을 부여받고 나름의 사회생활을 잘해나가고 있었다. 다만 그 와중에 형이 전에 다니던 회사의 경리아가씨와 깊은 사이가 되어 결혼까지 희망을 하게 됐는데 부모가 안 계신 점과 재산이 거의 없는 점이 여자 쪽의 부모님에게 쉽게 결혼 허락을 받지 못하는 사유가 되어 결국 헤어지게 되고 말았다.
이때의 일을 제외하고는 크게 나쁜 일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가 27살이 되던 작년 겨울 어느 날 형이 실종됐다. 집안에서 발견된 수첩에는 도박으로 돈을 잃었으며 그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다시 도박을 하고 그것까지 날려버려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언 같은 말이 한 면에 큰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리고 옆 페이지에는 가지고 있던 돈만이 아닌 빚까지 지고서 도박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빌린 돈의 액수와 출처가 정확히 기록돼 있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도박에 미쳐서 빚까지 지고 그 돈마저 다 날리다니. 그동안에 내 자신이 그런 일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누구보다 성실히 회사생활을 해 온 형의 실종의 원인이 도박이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첩의 글로 봐서는 어디에서 자살을 하려는 표현처럼 보이는데 도박에 빠져 자살을 한 사람들 이야기는 들었어도 거기에 형이 포함될 수도 있을 줄이야. 겨우 31살이었던 형의 행방불명.
왜 도박을 하게 됐을까? 그것도 가진 돈을 몽땅 쏟아 부었을 정도로 미쳐 있었다. 단순히 재미에 빠져 조금씩 잃던 돈을 회복하려던 것이 그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인가?
아니면 도박이라도 해서 벌어야 할 만큼의 큰돈이 필요했던 것일까?
며칠 뒤에 형과 가장 가까이 지내던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형에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이전에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진 경우처럼 가진 것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고민을 토로 했다고 한다.
돈 때문에 이전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놓치게 될까봐 두려운 나머지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것이 분명했다. 형이 이해가 가면서도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에게 아무 말도 없었던 것에 대해 서운함도 느꼈다.
그래도 여자 때문에 돈을 벌 수단으로 도박이란 선택을 했다는 것은 의문이었다.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인가. 차라리 먼저 남에게 꿔서 결혼자금을 마련했다면 이런 비극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형의 친구의 말로는 자기에게 이번 여자도 아마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결혼포기까지 마음에 두고 있던 형이 필사적으로 돈을 마련하려고 도박을 했다는 것은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거기에 발을 담그게 한 요인이 크게 작용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막연한 그런 의문만 있을 뿐 거기에 대한 확증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게임으로 번 돈으로 형의 빚을 모두 해결했다. 꾸어준 사람들과 은행 등의 기관까지 포함해서 갚고도 얼마간의 금액이 남았다. 회사의 월급만으로는 몇 년이 걸렸을 부채를 짧은 기간에 게임을 이용해서 수월하게 해결했으니 다시 직장인의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도박을 잘했던 것을 떠올려 이런 모험을 강행했지만 과연 잘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형의 실종의 계기가 된 도박으로 나는 돈 버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마땅히 저주해야할 도박으로. 설사 이번같이 쉽게 벌어들인다 해도 사기꾼과 도박꾼으로 살아가고 싶진 않다.
게임의 일로부터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형의 친구가 찾아왔다. 이전부터 형이 집에 몇 번 데리고 와서 나도 친해진 형이었다. 이름은 정도진으로 이전에 형과 같은 회사에 근무하면서 친해진 사이였다. 형이 다른 회사로 옮긴 뒤에도 집이 가까워서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해 왔다. 형이 없는 지금도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 집은 3층 빌라의 2층에 위치한 두 개의 방과 화장실 겸 욕실을 갖춘 작은 집이다. 두 개의 방중에서 형이 쓰던 방에서 도진이 형과 마주 보고 앉아 있다.
“형이 없어진지도 1년이 넘었구나.”
“그렇군요. 벌써.”
형이 행방불명 된지 1년이 지나 내 나이 28이 된 지금이다.
“혼자 지내기 힘들지?”
“익숙해 져야죠.”
“지금처럼 회사 꾸준히 다니면서 빨리 좋은 여자 만나. 외롭지 않게.”
“아직 그럴 의향 없어요. 그리고 여자 생기면 그것도 나름 걱정이구요.”
차마 회사 그만 둔지가 꽤 됐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말을 들은 도진이 형도 걱정이 이해된다는 듯 잠자코 있다.
“전에 네 형이랑 어디 놀러가서 찍은 사진 중에 같은 사진이 1장씩 더 있기에 가져왔어.”
도진이 형이 점퍼 안주머니에서 몇 장의 사진을 꺼내어 건네준다.
3장의 사진으로 도진이 형과 등산을 하면서 찍은 것 같다. 배경으로 나무와 산이 보이고 그 앞에서 어깨동무를 한 모습이다. 사진속의 형의 얼굴은 밝다. 언제나 힘든 티를 내지 않고 보이던 미소가 여기에도 있다.
나는 앨범을 꺼내어 거기에 이 사진들을 끼웠다.
“형의 앨범인가 보구나.”
“네. 도진이 형과 찍은 사진도 많아요.”
이 앨범에는 가족 앨범과는 별도로 형만의 추억으로 채워져 있다. 학창시절 때의 친구들과 소풍이나 여행에서 찍은 사진, 회사원들과의 단체사진들이다. 앨범을 같이 바라보던 도진이 형이 사진에 나와 있는 한 사람을 가리키며,
“이 사람은 나도 본 사람이네.”
“어디서?”
“네 형과 둘이 같이 있는 것을 종종 봤어. 회사 동료들 중에서도 특별히 가까웠던 것 같던데.”
도진이 형 말고는 특별히 형과 친했던 사람들에 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러고 보니 형의 회사사람들 중에서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어디 성인오락실 앞에서 인사를 나눈 적도 있구나.”
“성인 오락실이요?”
형이 빠진 도박이 이것이었나? 이런 기계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액수를 쏟아 부었단 말인가. 형이 어떤 도박을 했었는지는 몰랐다.
“그럼 형이 그런 곳에 드나들었다는 거군요? 거기에 미쳐서…….”
“거기서 나온 것을 본 건 아니야. 이 사람과 인사 나눈 것이 마침 그 앞이었던 것이 기억났기에. 정말 이런 곳을 다녔는지도 모르겠구나.”
말없이 앨범에 실린 형의 모습을 바라본다.
“우리 나가서 술 한 잔 할까?”
“그러죠.”
도진이형과 함께 가까운 호프집에 들어간다. 가게가 작아서 손님들도 그다지 많지 않고 조용히 이야기 나누기에는 좋은 곳이다. 형과 같이 있을 때도 가끔씩 여기 와서 술 먹던 기억이 난다.
“지금 아기가 몇 개월이죠?”
“5개월. 앞으로 5개월이면 나도 애 아빠가 된다니 믿어지지 않아.”
“형은 좋은 아빠가 될 거예요. 원래 아기나 어린아이들 좋아했잖아요.”
“그래. 진짜 좋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거야.”
아이 아빠가 될 도진이 형을 보니 부러웠다.
“‘꾸바드 증후군’이라고 들어봤냐?”
“‘꾸바드 증후군’이요? 처음 듣는데요.”
“병원에 갔더니 그런 병이 있다고 하더라고.”
“어떤 병인데요?”
도진이 형이 땅콩하나를 입에 넣는다.
“아내가 임신일 때 남편도 식욕 상실, 매스꺼움, 구토, 치통과 같은 증상을 겪는 거래.”
“형이 그거라는 거예요?”
“뭐 심각한 편은 아닌데, 아내가 임신한지 얼마 안돼서 나도 임신한 사람처럼 속이 자꾸 매스껍고 구토도 나오고 하더라고.”
“그런 비슷한 이야기는 들은 적 있어요.”
도진이형의 잔이 비어 맥주를 채운다.
“임신 3개월 정도 돼서 더 심해지더라고. 지금은 좀 괜찮은데, 의사 말로는 임신말기 되면 다시 심해진다고 해서 말이야.”
“형수님 고통을 같이 나눈다고 여기세요.”
“아기 태어나기 전에 너무 관심이 지나치면 그렇데. 내가 그 정도인가 싶더라고.”
“워낙 아기들을 좋아했으니까요.”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내 잔이 비자 형이 채워준다.
“우울증이 올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걱정되더라.”
“그런데 꾸바드가 무슨 말이죠?”
“나도 물어봤는데 '알을 품다, 부화하다'의 뜻을 가진 불어래.”
“그렇군요. 형 결혼할 때도 힘들었다고 했죠?”
질문을 꺼내자 그때가 기억나는 듯 고개를 절래 흔든다.
“말도 마. 양쪽 부모님들 반대가 어찌나 심했던지. 요즘 추세가 그렇잖아?”
“나도 처음에는 놀랐어요. 그런데 형 부부가 워낙 완강했으니까요.”
형과 형수의 나이차는 8살 차이로 아내 되시는 분의 나이가 이제 24살이다. 재작년에 결혼을 했으니까 여자가 22살 때 결혼을 한 것이다. 이번 아이가 첫아이로 결혼 후 2년 만에 생긴 아이니 늦게 가진 게 된다. 지금은 이 이상 나이차가 많이 나는 부부가 연예인들 가운에서 많이 보이지만 일반 어르신들은 그래도 걱정이 되나보다.  
“물론 시간은 걸릴 거라고 작정하고 있었지만 너무들 반대가 심하니까 오히려 더 해야만 하겠다고 오기가 생기지 뭐야. 아내가 어리긴 해도 결혼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고 우리는 그럴수록 더 헤어질 수 없었으니까.”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군요.”
영화의 내용만 알면 설명이 필요 없는 심리적 효과다. 부모들이 반대할수록 사랑이 더 깊어지는 현상으로 반발 심리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에 나타난다.
인지부조화란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긴장과 불안을 말한다. 사람들은 긴장과 불안을 감소시키려고 태도나 행동 중 하나를 바꿔 태도와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결혼을 하려는 당사자들의 결의를 반대하는 입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결혼이란 결과로 결의와 결과를 같게 만들려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그것보다 네 형은 정말 어찌 된 일일까? 어딘가에 살아있기만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살아 있을 거예요. 정말로 무책임하게 자살 할 사람은 아니에요. 꼭 찾아 낼 겁니다. 어디에 있든, 기어코.”  
얼마간 더 대화를 나눈 후 도진이 형과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난 형의 앨범에서 아까 이야기의 대상이 된 그 사람과 형이 같이 찍은 사진을 다시 봤다. 그리고 이 사람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튿날 형이 다니던 회사를 찾아 갔다. 거기서 형과 가장 친했던 동료 분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더니 사진 속의 그 사람이 나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회사 마당 한편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나이는 형보다도 두 살 아래인 서른이었다.
“아니에요. 그쪽 형님하고 간 적은 있지만 그때 처음 한번 가본 거예요. 그것도 누구를 기다리느라고 잠깐 시간 때우려고.”
“그랬군요. 그렇지만 형 혼자 다녔을 수도 있잖아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형이 잘 다니던 곳이 있긴 했어요. 관계가 있으려나.”
“어디를 말입니까?”
“밤 9시 퇴근하는 수요일이면 매번 어디 들를 곳이 있다면서 먼저 가더라고요. 보통 때 같으면 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렸는데.”
“다른 버스 타고서요?”
“아니요. 정류장까지 같이 와서 거기에서 형님은 지나쳐 다른 길로 가더라고요. 어디를 늘 가는 건지 궁금해서 한번 장난삼아 미행했는데 정류장에서 가까운 나이트클럽이었어요.”
“나이트클럽에?”
형이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자주 나이트클럽을 갔다는 사실. 그것도 혼자서. 이유가 뭘까?
“나중에 물어봤어요. 그냥 누구를 좀 만난다고만 말했어요. 여자를 몰래 만나고 있는 것을 감추고 있는 건가보다 여겼죠. 그런데 여자 만나는 것을 굳이 나한테 감출 필요가 있나 의심도 했지만.”
“형이 나한테 감춘 것이 또 있었군요. 그런데 매일 밤12시 이전에는 들어왔던 형이 언제 도박을 하고 왔는지 그것도 이상해요. 휴일에도 회사에 자주 갔는데.”
“작년부터 우리 회사도 한가해진 편이라 잔업이 거의 없었어요. 휴일에도 마찬가지고.”
“형은 그래도 매일 늦게 들어왔었는데 그럼 이때 도박을 했던 거로군요.”  
잠시 궁리를 하고 머리를 끄덕이면서
“그게 맞겠어요. 나이트클럽에 다녔던 때는 바빴던 때니까 시간상으로 뭔가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요.”
“도박에 빠지기 전에 나이트클럽에 드나든 일이 혹시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글쎄. 아, 난 이만 들어가야 되는데.”
“아, 무슨 나이트클럽이었습니까?”
“○○○나이트클럽이요.”
“예. 말씀 고마웠습니다. 수고하세요.”
“뭘요, 잘 가요.”
어떤 연관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혼자 나이트클럽에 다닌 것은 분명 수상하다. 딴 목적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분명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사람의 말처럼 여자관계일지, 도박과의 관련성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매주 수요일 밤9시경에 갔었던 것도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나 관계자라도 만난 것이라면, 그들이 지금도 거기서 일하고 있다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게 아니라 누군가와의 약속장소로서 그곳에서 만난 것이라면 지금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밤 9시경에 맞춰 다시 이 회사 부근에 왔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쉽게 그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차에서 내려 클럽을 향해 걸었다. 클럽 앞에 나와 있는 웨이터에게 형의 이름을 대고 형을 아는 종업원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친절한 사람이라 선뜻 알아봐 주겠다고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에 웨이터가 돌아와서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서는 형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일단 고맙다고 말을 하고선 차안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골몰히 상념에 잠겨있자니 여기서 형과 만난 자가 형이 도박을 한 것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관계가 있는 자라면 난 어떻게 할 것인가. 단순히 도박을 알려준 자이거나 함께 도박을 한 자이거나, 그 일로 형을 잃은 나로선 좋게 볼 순 없는 사람들이다.
더욱이 그 사람이 형이 도박에 재미를 붙인 초보자라는 것을 알고서 접근해 돈벌이 대상으로 삼은 거라면 어찌 할 것인가. 단지 형의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를 알고자 했던 일이다. 형의 능동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것보다 타의에 의한 힘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그 사람을 용서 할 수 있을까?
어쩌면 한 사람이 아니라 형 같은 사람을 노리는 조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피붙이인지는 몰라도 형의 잘못보다는 형을 그렇게 만든 외부의 힘이 반드시 있다고 믿고 싶다.
얼마 전 자살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타살이 분명하다고 외치는 죽은 연예인의 가족처럼 나 역시 형의 자살을 강력한 외부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죽음으로 믿고 있다. 자살이지만 내 안에서는 타의에 의한 타살과 다름없는 것이다.  
왕따로 인해 자살한 학생의 부모가 왕따를 시킨 학생들을 용서 할 수없는 것처럼.
자살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1년이 지나서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점 강하게 커져간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떠한 형태로든 형의 도박과 관련된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순 없다. 그 자가 형과 어떤 관계인지 파악이 될 때까지는.  
이런 착상에 이르자 문득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에 클럽에 일하는 자들 중에 형을 아는 자가 있어도 형에게 가해자의 위치에 서는 자라면 숨길 것이다. 무조건 만나야겠다는 결의만 앞서서 한 행동이 후회가 됐다.
그러나 후회도 잠시, 수요일이라는 특정한 때에만 나이트클럽에 간걸로 봐선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만 일하는 종업원이 있을 것 같진 않다. 누군가와 특정일에만 만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 상대가 어떠한 이유로 그렇게 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은 화요일인 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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