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 의사 이수현은 누구보다 다정하고 사려 깊다.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마음의 상처를 정확히 짚어내며,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준다. 적어도 그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수현의 책상 깊숙한 곳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공식 진료기록과 전혀 다른 검은색 파일이 숨겨져 있다. 표지에 적힌 세 글자는 ‘PDE’. 병원 직원들은 이를 환자 진단 및 평가를 뜻하는 ‘Patient Diagnosis & Evaluation’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 파일의 진짜 이름은 ‘Psychic Domination Experiment. 심리 지배 실험’.
수현은 환자의 심리적 약점과 욕망, 죄책감과 공포를 분석한다. 이후 그(녀)의 믿음에 작은 균열을 내고, 익숙한 기억을 다른 의미로 재정의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작동할 언어와 정보를 무의식 속에 심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은 한발 물러나 환자가 ‘스스로’ 파멸적인 선택을 내리는 순간을 기다린다.
『처방 PDE』는 범인을 추적하거나 처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범죄의 범위를 물리적 행위에서 심리적 설계로 확장한다. 법이 처벌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행동이지만, 한 사람의 의지를 서서히 잠식해 특정한 선택으로 몰아간 과정은 어떻게 입증하고 단죄할 것인가. 작품은 바로 그 법적·윤리적 사각지대를 서사의 중심에 놓는다.
